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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Dec 19. 2022

#4. 당일치기 런던 여행

유럽 가족 여행기 in 런던 & 파리 (2022.10.05~06)

지금까지의 여행기

#1. 파리 디즈니랜드는 뭐가 다른가

#2. 파리 뮤지엄 패스를 즐기다.

#3. 파리 세느강, 유람선 투어




[8일 차] 파리에서 런던으로, 당일치기 여행


오늘은 런던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사실 유로스타를 이용하면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시간으로 보면 서울-부산 당일치기와 비슷한 느낌인데, 나라가 바뀌고 바다를 건넌다는 사실이 크게 다르다. 처음 유럽 여행 계획 세울 때부터 런던 여행은 꾸준한 논란거리였다. 하루를 머문다는 게 크게 의미가 있을지, 그냥 파리에 집중할까? 차라리 1박 2일로 런던 여행을 계획할까? 아니, 그래도 이렇게 시간을 내는 게 어려운데 잠깐 구경이라도 다녀올까?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잠깐이나마 맛보기로 다녀오기로 결정했고 유로스타를 끊었다. 파리에 머문지도 꽤 지난 시간이라, 여행의 긴장감이 높아지긴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파리 북역으로 갔고, 짐을 확인하고 프랑스와 영국의 입국 심사를 바로 거쳤다. 전체적인 시간은 20분도 걸리지 않는, 아주 간단한 프로세스였다. 유로스타의 경험은 갈 때와 올 때가 달랐는데, 둘 다 역방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런던에 갈 때 훨씬 더 어지러웠다. 올 때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종합적으론 KTX보단 승차감이 별로였다. 해저 터널을 지날 때, 뭔가 이벤트가 있을까 싶었는데 그냥 어두운 통로를 지났을 뿐이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사건 사고가 없는 여행은 없다. 우리에게도 그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는데,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영국에서 사용할 예정이던 카드를 잃어버린 것이다. 분명 카페에서 사용하려고 꺼냈다가, 어느 순간에 없어진 것인데 너무 당황했다. 하지만 준비성이 넘치는 아내님께서 혹시 몰라 예비로 신청해둔 카드가 있었고, 그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당면한 문제 해결은 잘 하지만 준비성이 부족한 나와, 그 반대의 성향인 아내가 만났으니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웨스트민스터 근처 다리였는데, 런던의 상징인 런던아이와 빅벤을 찍기 위해서다. 날씨는 역시 런던답게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흐린 날씨였지만, 그래도 처음 와보는 곳이라 모든 것이 신기했다. 그다음, 우리는 서둘러서 버킹엄 궁전으로 향했는데, 다들 예상했듯 그 유명한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서였다. 재원이가 그동안 영국 관련한 책에서 많이 본 그림이기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성에 도착했고, 구경 온 관람객들은 대단히 많았다. 결국 목마를 태워서 보여줬는데, 나는 거의 볼 수가 없었지만 재원이는 재미있었다니 다행이다. 이후 뉴욕의 타임스퀘어와 같은 피가델리 서커스에 가서 구경을 하다가 노팅힐로 넘어갔다. 



노팅힐에서 피시 앤 칩스 맛집으로 향했다. 사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던 시절에 처음으로 먹고 나서 너무 맛있었고, 언젠간 영국 본토에서 피시 앤 칩스를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그날이 온 것이다. 영국 음식은 워낙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니, 다른 음식이 별로 생각나지 않은 탓도 있다. 사실 워낙 간단한 음식이라, 오늘 먹은 피시 앤 칩스가 대단히 특별할 것은 없었는데, 그래도 바삭하고 촉촉한 튀김 맛은 역시 내 기대를 충족시켰다. 이후, 노팅힐 서점까지 쭉 걸어가면서 다양한 골동품 상점도 구경하고, 유명한 지도 가게도 방문했다. 재원이를 위한 예쁜 양말도 샀고. 노팅힐 서점은 사실 크게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비가 와서 서둘러 나오긴 했지만, 좋았다. 



이후, 아내가 꼭 보고 싶어 하는 헤롯 백화점으로 향했는데, 빨간색 2층 버스를 타게 되었다. 재원이가 꼭 타고 싶어 했기 때문에 덩달아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가면서 런던의 거리를 느낄 수 있었는데, 포인터 컬러는 역시 빨간색이었다. 파리가 전반적으로 고풍스러운 하얀색의 골목이라면, 런던은 일관성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중간중간에 빨간 벽돌과 빨간 전화기, 그리고 빨간 버스로 포인트를 잡아주면서 색다른 풍경을 만들었다. 어떤 도시가 더 예쁘냐는 건 취향에 따라 달라질 뿐, 양쪽 도시 모두 예뻤다. 


하지만, 한 가지는 꼭 이야기하고 싶은데, 바로 지하철 와이파이다. 사실 런던의 지하철은 워낙 오래되기도 해서 큰 기대가 없었는데 그 유명한 표지판을 비롯해서, 환승할 때도 생각보다 헷갈리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파리가 오히려 종종 헷갈릴 때가 있었던 것이 비해서 더 낫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으론 일단 지하철이 정말 정말 작았고, 중요한 건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우리 같은 여행객은 이동 중에서도 계속해서 인터넷을 통해서 지맵을 확인하고, 다음 장소도 찾아야 하는데 영국에선 그게 불가능했다. 그 덕분인지 차에서 신문을 보는 분들은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암튼 파리든 런던이든 서울 지하철만 한 곳이 없구나 라는 생각은 여러 번 했다. 



이후 백화점 투어를 마치고, 킹스크로스 역으로 가서 다들 다 한 번쯤은 방문하는 해리포터의 그 장소, 9 3/4 플랫폼에 방문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해리포터처럼 사진을 찍고 있었고, 우리도 찍을까 하다가 시간 관계상 근처 굿즈 가게에 들러서 구경만 했다. 마법봉을 뭐 그리 비싼 가격에 파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재미있었다. ㅎㅎ 아직 재원이는 해리포터를 읽기 전이라 이게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 해리포터를 재미있게 읽을 나이가 되면 이 장소에 얼마나 다시 오고 싶어 할까 싶기도 했다. 우리는 간단히 저녁을 먹고, 다시 유로스타에 올랐다.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 1시간의 시차 때문에 너무 늦은 시간이 되었다. 조심스럽게 귀가를 했고, 결국 11시가 넘어서야 모두 잠들 수 있었다. 긴 하루 였다. 




[9일 차] 파리의 마지막 날, 몽마르뜨 언덕으로 


오늘은 파리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런던 여행의 여파로 인해, 다들 8시가 되어서 일어났다. 평소 6시에 일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2시간이나 더 잤다. 내일이면 아침 일찍 바르셀로나로 떠나야 하는데, 로컬 항공사인 부엘린 항공에서 짐을 부치는 과정이 워낙 까다롭다 보니, 일단 짐부터 싸야 했다. 그동안 기념품을 꽤 샀었기 때문에 다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오전 내내 밥을 먹고, 짐을 싸고, 재원이는 늘 그렇듯 그림일기를 그리고, 우리는 11시가 되어서 집을 나섰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루브르 박물관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인데, 워낙 예쁜 굿즈들이 많다 보니 다시 한번 방문했다. 가족들 선물을 좀 더 사고 나서 트러플 리조또와 파스타로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며칠 전에 에스까르고를 맛있게 먹었듯, 프랑스에서 유명한 '트러플'을 마음껏 먹어보기로 했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전반적인 가격은 모든 레스토랑이 그렇듯 저렴하진 않았지만, 직원들도 정말 친절하고 음식 하나하나가 다 매력 있었다. 특히 식전 바게트와 함께 나오는 트러플 오일도 가게에서 직접 만든 거라 더 맛있게 느껴졌다. 오늘은 특히 날씨가 맑아서 야외에서 먹었는데, 파리의 마지막 점심 식사를 분위기 있고 알차게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 오늘의 메인 행선지인 몽마르뜨 언덕으로 향했다. '파리'하면 떠오르는 곳 중의 하나가 몽마르뜨지만, 좋지 않은 치안으로 인해서 여행객들에겐 악명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우리는 몽마르뜨 언덕에서 화창한 날씨와 파리의 경치를 즐겼다. 성당을 한 바퀴 돌면서, 잠시 우리 가족의 공식 소원(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게 해 주시고, 행복하게 살게 해 주시고, 훌륭하게 살게 해 주세요.라는 재원이의 바람이다.)을 빌고 나왔다. 성당 그 자체가 워낙 멋있어서, 나도 모르게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더라. 그 이후, 그 유명한 화가들의 거리를 걸으면서 몽마르뜨의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즐겼다. 중간중간 노래와 연주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다. 여담으로, 파리에서 가장 좋았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지하철이든 어디든 이렇게 노래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노래 실력도 어디 하나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았고, 낭만의 도시라는 명성을 유지하는 게 그들의 숨은 노력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이후 일상은 평범했다. 마트에서 저녁에 먹을거리를 사서 들어왔고, 저녁을 먹고 짐을 정리했다. 자기 전에 재원이와 아내에게 뭐가 가장 좋았냐고 물었고, 재원이는 역시 디즈니랜드를 비롯해서 에펠탑과 개선문, 그리고 박물관도 좋았다고 대답했다. 물론 기념품을 산 곳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고, 참고로 런던의 교대식과 2층 버스도 좋았다고 대답했다. 아내도 런던이 의외로 좋았다고 대답했고, 기대했던 에펠탑을 비롯한 파리에서 방문한 모든 곳이 좋았다고, 여행이 전반적으로 알찼다고 말했다. 나 역시 파리의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보내고 있진 못하다. 지금 식탁에 홀로 앉아서 있었던 일을 정리하고 있지만, 이렇게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글을 쓰고 기록을 남기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결국 기억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하루하루의 인상과 이를 적은 기록은 영원할 테니까. 나중에 재원이가 이 기록을 보고 우리의 여행을 다시 추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파리는 이제 끝이다. 내일은 바르셀로나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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