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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Aug 31. 2024

시간이 없는 걸까, 관심이 많은 걸까

[Weekly OD Insights] 목표 설정의 중요성과 전략적 무능함

시간이 없는 걸까, 관심이 많은 걸까? 


'시간은 금이다'라는 격언이 말하듯. 시간은 대체될 수 없는 유일한 자원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시간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조직도 그렇다. 리소스는 늘 부족하다. 하지만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자. 시간이 없는 걸까, 관심이 많은 걸까? 리소스가 없는 걸까, 목표가 많은 걸까? 이런 표현도 있다. 집이 좁은 걸까, 짐이 많은 걸까? 

나는 최근에 달리기를 하는데, 거의 매일 '딱 10분씩' 하고 있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기 어렵다. 달릴 때마다 느끼지만, 시간은 주관적으로 인식된다. 10분씩 달릴 때마다, 그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없다. 수영을 할 때도 비슷하다. 물에서 잠깐씩 시간을 보낼 때마다, 몇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왜 그럴까? 아마도 <관심의 통제와 목표에의 몰입> 때문이 아닐까? 분산되는 에너지가 강력하게 통제되고 목표가 선명해지면, 우리는 동일한 시간에 훨씬 더 몰입하고 덩달아 성과와 만족도도 높아진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뇌 기능을 망친다는 연구도 많은데, 스탠퍼드에서 이뤄진 연구에 의하면 여러  정보에 노출된 사람들은 하나에 집중하는 사람보다 주의력이 낮고, 쓸데없는 작업을 완료하는 사람들보다 주의력이 낮다. 즉, 잦은 작업 전환이 이뤄지는 멀티태스킹은 두뇌 활동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신경 과학자들은 뇌를 위해선 모노태스킹(Monotasking)을 하라고 권장하는데, 한 가지 작업에 집중하고 일정 시간 간격을 정해서 일과 휴식을 번갈아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다. 



리소스가 없는 걸까, 목표가 많은 걸까? 


조직도 마찬가지다. 다시 한번 묻자. 과연 리소스가 없는 걸까? 아니면 목표가 많은 걸까? 어쩌면, 리소스 관리가 아니라 목표 관리가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물론 정말로 리소스가 문제가 될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 상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에너지를 낭비하며 변죽만 울릴 때가 더 많았다. 너무 많은 목표는 잦은 맥락 전환 비용을 낳고, 이는 생각보다 비싸다. 


어떤 영역을 극도로 추구하되, 어떤 영역은 알면서도 내버려 둘 필요가 있다. 신수정 님의 책 <일의 격>에서 '전략적 무능함'이란 표현이 등장하는데, 중요한 영역을 잘하되, 나머지 분야에선 일부러 바보가 되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알면서도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른 채 방치되는 것은 그냥 무능한 것이고. 

조직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은 그래서 어렵지만 중요하다. 무책임한 Bottom up이 위험한 것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리더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틀을 정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제한된 틀 내에서 최대한의 열정과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전사 목표에 맞춰 조직 구조를 신중하게 세팅하고, 팀 간 얼라인을 잘 맞추는 것만으로도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셈이다.  



와이즐리, 전략적 무능의 사례

 

최근 관심 있게 보는 스타트업이 있다. 면도날 구독 서비스로 잘 알려진 와이즐리(Wisely)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브랜드이고 한때 Facebook 광고에서 많이 봤던 브랜드다. 하지만, 최근 광고에서 자주 접하지 못했는데, 지인의 추천으로 최근의 변화를 인지하게 되었다. 나 또한 오랜만에 사이트를 들어갔는데, '앞으로 잘 되겠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 이유는 3가지다. 참고로 와이즐리에 어떤 지인도 없고, 실제 상황도 잘 모른다. 그저 혼자서 한 추측임을 미리 밝힌다. 



첫 번째, 본질만 남기고 비웠다. 대표의 인터뷰를 봤는데 내부 개발팀을 없앴다는 걸 봤다. 그들이 남긴 하나의 본질은 '가성비'다. 한때 마케팅 비용도 많이 쓰고 개발자도 꽤 있었지만, 지금은 마케팅은 하지 않고, 개발은 외주를 사용한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그 사이트를 방문하는 이유가 가격이라면, 그 외에는 철저히 전략적으로 무능해진 것이다. (실제로 그렇진 않겠지만) 사이트가 좀 느리면 어떤가, 가격이 싼데. 비용을 지불할 수준의 차이를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다면, 다른 영역은 관대해진다. 
 
두 번째, 철저히 실존적이고 겸손하다. 세상에 없던 혁신 상품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람들이 쓰고 있는 상품을 만든다. 즉, 철저한 카피캣(Copycat) 상품 전략을 추구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평소에 사용하던 제품과 유사해 보이는데, 가격은 파격적으로 저렴한 PB 제품에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번 사용해 보시고, 차이를 비교해 보세요."라는 가치 제안은 매우 실존적이고 강력하다. 쓸데없이 멋 부리지 않는 서비스라서 되려 믿음이 갔다.  

세 번째, 비즈니스 모델이 합리적이다. 사이트에서 놀랐던 것 파격적인 가격과 더불어 '원가 표'를 공개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제약이 있는데 '구독료'를 내야 한다. 월 2900원인데, 그로 인해 할인받는 금액이 훨씬 크게 때문에 지갑은 쉽게 열린다. 하지만, 만약 구매 후에 바로 구독을 최소 하고, 필요할 때만 구독하게 된다면 와이즐리는 손해일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 구독 취소 시 6개월 동안 돌아오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다. 나는 이것이 합리적인 제약으로 느껴졌고, 얼마나 많이 고민했을지 느껴진 대목이었다. 사소하지만, 강력한 락인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성취된다.  


정리해 보자. 생텍쥐베리는 '완벽함이란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성취된다.'라고 말했는데, 어쩌면 우리의 삶과 조직에도 대입할 수 있는 철학이 아닐까? 와이즐리가 '가격'이라는 핵심만 남기고 모두 내려놓았을 때, 서비스는 뾰족해졌고, 추정컨대 필요 리소스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조직도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만의 주제를 정하고, 환경을 차단하고, 오롯이 몰입하는 경험을 늘려나가는 것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아닐까? 


기억하자. Keep it si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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