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익스트림 팀>
한때 MBTI는 선풍적인 유행이었다. 외향형은 인싸가 되고, 내향형은 아싸가 된다. 인식형은 게으르고, 판단형은 부지런하다. 물론 내향과 외향 사이에 어정쩡하게 머문 나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한 '판단 보류'는 환영받지 못한다. 숏폼이 대세인, 도파민이 넘치는 현대 사회에서는 명확하고 빠른 것만이 유일한 미덕처럼 보인다. 그렇게 효율과 혁신, 속도와 퀄리티, X 이론과 Y 이론까지, 많은 상황에서 우리들은 양자택일의 상황을 강요받는다.
트레바리 <탁월함의 조건>에서 3번째로 다룰 책은 로버트 브루노 쇼의 <익스트림 팀>이다. 이 책은 고속성장하는 팀이 다른 기업과 무엇이 다른지, 그 비결을 밝힌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이유는 '양자택일(either/or choice)'이라는 쉬운 길이 아닌, 모순되는 가치를 포용하기 위해 '양자수용(Both/and choice)'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그 길은 분명 더 복작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그저 그런 평범한 조직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 반드시 이해해야만 하는 길이다. 그야말로 '탁월함의 조건'이 아닐까. 남들이 좋다고 불리는 제도나 문화를 따라 하지 않는, 자신만의 탁월한 팀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A: 우리 팀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는 반드시 솔직한 의견을 제시해야 하며 그룹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명확한 제안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팀 구성원으로서 가치가 없으며, 목표를 성취하는데 방해가 된다.
B: 동료들과는 매우 협동적이고 서로를 지지해 주며 일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팀원 자격이 없으며,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협동하는 팀의 능력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조직을 단순하게 구분하면, 사람 중심과 성과 중심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 중심 조직은 구성원들끼리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며, 관계를 쌓아나간다. 조직의 소속감도 신경 쓰고, 교육과 훈련을 꾸준히 한다. 하지만 성과 중심 조직은 어떨까? 구성원들을 조직의 담대한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다.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조직과 개인은 계약으로 묶여 있을 뿐이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요구받는다.
<익스트림 팀>에서는 사람 중심적 문화의 예로 에어비엔비를, 성과 중심 조직으로 넷플릭스를 언급한다. 여러분은 어떠한 가정을 갖고 조직을 바라보는가, 그리고 지금 어떤 조직에 머물고 있는가? 이때 필요한 것은 한 가지 특성이 지나칠 때 비롯될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을 의식적으로 떠올려보는 것이다. 물고기가 물을 발견할 수 없듯,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은 스스로의 장단점을 잘 구별해 내기 어렵다. 특히 지나친 강점은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우리 조직은 어떤 모습인지, 장단점과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조직이든 이직을 하게 되면, 나만의 '조직문화 노트'를 만든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내 생각을 적는다. 그때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보는 편이다. 마냥 긍정적이거나, 마냥 부정적이기만 한 사건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사건이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나 메시지와 얼마나 부합하는지 살피고, 개선해야 할 과제도 발견한다. 조직 합 초반일수록 노트에 적을 내용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때, 좋은 대안은 새로운 '신규 입사자'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런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그나마 조직문화의 양면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익스트림 팀>은 사람 중심일까, 성과 중심일까? 아마 예상했겠지만, 성과와 사람을 모두 추구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쉽게 타협하는 것이 아니며, 성과와 인간관계 모두를 최고 수준으로 추구하며 균형의 덫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팀에는 지속적이고 건강한 긴장감이 맴돈다. 대표적인 예가 픽사의 조직문화다. 충분히 지지하고 기다리지만, 대체로 모든 팀원들의 의견이 모아졌을 때는 빠르게 해고하기도 한다.
"픽사는 직원들의 입장을 상당히 많이 지지하는 편이며, 감성적 문화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영화 스토리가 사람보다 우선입니다. 감독이 기업의 높은 수준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지 못하면 가차 없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조직문화는 리더십에서 비롯된다. 존 젱거와 조지프 포크먼 실험에 따르면, 훌륭한 리더는 성과를 추진하는 추진력과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추진하는 능력,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진다. 성과와 인간관계 중 하나만 추진하고 훌륭한 리더로 평가받은 리더는 15%에 불과하지만, 두 가지를 모두 집중한 리더들은 72%가 훌륭한 리더로 평가받았다. 즉, 좋은 리더란 성과와 인간관계 두 가지를 잘 조화시키며 한쪽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리더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리더십 실험 결과는 김성준 박사의 책 <탁월한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의 데이터 분석 결과와도 유사하다. 저자는 탁월한 리더의 조건으로 3가지를 제시하는데, 탁월한 리더는 환경을 탓하지 않고, 구성원을 목표를 함께 달성해 나가는 파트너로 인식하며, 마지막으로 성과 관리와 사람 관리를 통합적으로 추구한다. 부족한 리더들은 사람관리를 등한시하고 성과만 챙기려는 경향이 있지만, 탁월한 리더들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내며, '이분법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결국, 성과와 인간관계는 서로를 필요로 하며 분리될 수 없다. 리더로부터 구축한 피드백 문화가 자연스럽게 조직 문화로 안착된다.
각종 책과 이론이 가리키는 지점은 명확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내가 관찰한 리더들 중에서 성과와 사람을 모두 극한으로 추구하는 리더는 드물었다. 그 이유는 왜일까? 성과와 사람을 동시에 챙기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 모든 면에서 의식적인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리더는 눈앞의 실적 압박에 쫓기며, 단기적인 결과를 위해 ‘성과 우선’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사람과 관계에 많이 투자하는 리더도 있지만, 결국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아 조직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한쪽을 챙기면 다른 쪽이 소홀해지는 트레이드오프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탁월한 리더는 드물다. 하지만, 적지 않은 현장의 리더들이 노력하고 있다. 끝까지 도달할 수 없을지라도, 나침반의 흔들리는 자침처럼 자신만의 기준을 관철시키고자 노력하는 리더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이 어떤 대화법을 쓰고, 어떤 기준을 세우며, 어떤 피드백을 반복하는지가 곧 조직의 공기를 만든다. 결국 그러한 노력이 쌓여 자신만의 리더십을 형성하고, 이는 조직 전체의 성과와 분위기를 좌우하는 힘이 될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두 가지 기준을 토대로 평가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능력과 따뜻함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기술과 추진력을 갖춘 사람은 유능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을 돕고 지지하는 사람은 따뜻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합해져 사람들이 타인을 평가하는 거의 전적인 기준이 된다."
답은 분명하다. 지금까지는 상호대립적이나 대립적 상황에서 하나의 측면만을 강조했지만, 지금과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는 양자수용의 관점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과와 인간관계를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역동적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책이 제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조직문화에 맞는 직원을 채용하고, 핵심 가치를 교육하고, 문화를 견고하게 하기 위한 절차와 규칙을 만들고, 이를 어기는 사람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 어쩌면 너무 단순한 원칙이다.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익스트림 팀'을 만드는 방법이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내가 권하는 첫 번째는 '왼손 사용하기'다. 원래부터 일을 좋아하고 사람보다 성과 중심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탁월함을 위해서는 잠시 사람에게 충분히 관심 갖는 시도를 해보고 그에 맞춰 피드백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 익숙했던 오른손은 잠시 묶어두고, 익숙지 않은 왼손을 한번 써보는 것처럼. 반대도 마찬가지다. 왼손, 오른손을 다양하게 연습하다 보면, 모순적 상황을 포용하는 능력도 발전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권하는 방법은 '정기적인 팀 회고'다. 익스트림 팀은 결코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인식의 한계가 존재하므로, 팀이 함께 회고하면서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회고해야 한다. 나 또한 팀에서 매주, 매분기, 반기별로 회고하며, 팀 내 성과를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미팅 방식을 개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며, 역동적 균형을 이뤄나가도록 도움을 받는다. 다양한 관점을 표현하게 하고, 갈등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팀은 더 발전할 수 밖에 없다.
양자택일과 이분법의 간편함을 버리고, 어렵지만 더 나은 길을 선택하는 팀. 그런 팀이야말로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갈 진짜 익스트림 팀일 것이다. 탁월함으로 나아가는, 그 험난한 여정에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