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인상 깊게 읽은 책

하반기 책 정산 TOP 10

by 강정욱

벌써 12월 말, 올해 읽은 책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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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책은 58권이다. 작년 45권에 비해 살짝 늘었다. 2009년부터 읽은 책은 1,146권이다. 딱히 계획하며 책을 읽진 않는다. 구입해 둔 책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고르는데, 올해도 늘 그렇듯 리더십, HR, 경영 분야가 많았다. 리더십은 정답이 없기에, 그저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나가는 과정이다.


두 번째 분야는 놀랍게도 소설이다. 작년은 고작 1권 읽었는데 올해는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라자'와 '눈물을 마시는 새',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까지 읽을 수 있었다. 과거에 한번 읽었던 책임에도, 나이 들어서 다시 읽으니 보이거나 느끼는 것도 달라지더라. 특히 상반기까진 계엄 및 탄핵 사태가 이어지며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소설은 적절한 탈출구가 되어주었다.


하반기 TOP10은 아래와 같다. 지난 6월에 상반기 TOP10을 선정한 바가 있기에 연결할 수 있는 책들은 자연스럽게 이었다. 참고로, 트레바리 진행을 위해서 재독 한 책들은 제외했다. 워낙 좋아하는 책들이다 보니,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 (하이아웃풋매니지먼트, 멀티플라이어, 익스트림팀, 성과를 내기 위해서 실행하라.)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스티븐 위트)

실패를 통과하는 일 (박소령)

먼저 온 미래 (장강명)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 (조코 윌링크)

눈물을 마시는 새 (이영도)

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피터 터친)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최선의 고통 (폴블룸)





1. 엔비디아 젠슨 황, 생각하는 기계 (스티븐 위트)

고민 끝에 선정한 책이다. AI 시대, 세계적 리더로 칭송받는 젠슨 황의 리더십은 내 직관과 달랐다. 예를 들어, 그는 다른 사람들이 지켜볼 때, 공개적으로 직원들을 질책했다. 그 경험을 배우게 한다는 취지였다고 하는데, 최근 강조하는 '심리적 안전감'과는 동떨어진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직원들의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다.


"젠슨은 절대 복도에서 어떤 직원 한 사람만 붙잡고 소리를 지르진 않아요. 그가 사람을 괴롭힐 때는 모두에게 교훈을 주고 싶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그 교훈은 절대 잊히지 않았어요"

"그의 역할이 직원들의 친구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의 역할은 직원 스스로 자신이 생각했던 한계를 넘어서도록 밀어붙이는 거예요."


"무례하게 지적하는 것'과 '한계를 뛰어넘도록 챌린지하는 것', 그 차이는 무엇일까? 행동은 다소 과격해 보이더라도, 다들 그의 진심을 의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젠슨의 격렬한 질책은 해고를 대신하는 방식이라고 추측한다.


화를 안 내는 CEO는 많지만, 해고를 하지 않는 CEO는 드물다. 결국, 경영자는 경영을 잘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에 대한 기술 투자도 지금은 최고의 선택으로 꼽히지만, 그 당시에는 어땠을까? 가장 위험한 결정이었고, 반도체 업계 대부분 무모한 도박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베팅이 지금의 엔비디아와 젠슨 황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게 찬성하든, 반대하든, 충분히 연구해 볼 만한 리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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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실패를 통과하는 일 (박소령)

상반기에 <배틀그라운드, 새로운 전장으로>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하반기는 이 책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블리츠스케일링'으로 대표되는 급속한 성장 모델에 심취해 있었다. 나 또한 그러한 트렌드에 자유롭지 못했기에, 반성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때는 몰라도, 뒤를 돌아볼 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업계도, 역할도, 상황도, 많은 것들이 다르지만, 결국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론이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솔직한 회고도 좋았지만, 책 전반의 풍부한 레퍼런스 덕분에 밑줄을 많이 그으면서 읽었던 책이다.


"우리는 어차피 실패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더 절박한 질문은 어떻게 실패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실패를 다룰 것인가, 혹은 실패 끝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 실패를 마주했을 때 패배감은 옆으로 밀어 두고 가만히 상황을 살펴본다면 그 잔해에는 반짝거리는 것이 잔뜩 섞여 있다. 그리고 그 일에서 무엇인가를 배웠다면, 그것을 실패라고 부를 수 있을까?"


3. 먼저 온 미래 (장강명)

상반기에 <듀얼 브레인>이 AI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었다면, 하반기에는 이 책을 꼽을 수 있다. 당시 리뷰를 작성했기에 링크를 남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법)



4.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 (조코 윌링크)

꽤 오랫동안 추천받은 책이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는지, 저자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생생하게 전개된다. 비즈니스는 흔히 전쟁에 비유되기 마련이기에, 단순 리더십을 넘어, 경영 전략과 인생까지도 포괄하는 메시지로 느껴졌다. 단순히 이론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관점을 생각하게 하는 실천적 지침서이기에, 곁에 두고 반복해서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5. 눈물을 마시는 새 (이영도)

상반기에 <드래곤라자>를 읽었다면, 올해 여름은 <눈마새>와 함께한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한국 판타지라는 장르를 규정하는 것을 넘어, 오리지널 세계관과 주제의식, 캐릭터의 매력까지 모든 면에서 '육각형에 가까운 고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리더십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대사가 많은데, 아래 우화는 여전히 흥미롭다.


“네 마리 형재 새가 있소. 네 형제의 식성은 모두 달랐소. 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었소. 그중 가장 오래 사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요. 가장 빨리 죽는 새는 뭐겠소?” … “눈물을 마시는 새요.”

“다른 사람의 눈물을 마시면 죽는 겁니까?” “그렇소. 피를 마시는 새가 가장 오래 사는 건, 몸 밖으로 절대로 흘리고 싶어 하지 않는 귀중한 것을 마시기 때문이지. 반대로 눈물을 몸 밖으로 흘려보내는 거요. 얼마나 몸에 해로우면 몸 밖으로 흘려보내겠소? 그런 해로운 것을 마시면 오래 못 사는 것이 당연하오. 하지만.”

“하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군.”


마치 선문답과도 같은 문장이다. 눈물과 피. 그리고 물과 독약. 작가는 명확하게 말한다. 여기서 눈물을 마시는 새는 ‘왕’이라고. 왕은 가장 화려하고,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빨리 죽는다. 그리고 왕이 사람들이 눈물을 다 마셔버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눈물 없는 비정한 자들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타인의 슬픔과 아픔을 대신 짊어지는 존재가 리더라는 것이다.


즉, 리더의 본질은 타인에 대한 '헌신'이며, 자신의 욕망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 자신의 욕망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을 더 앞세우거나 목숨을 보전하려는 자는 결코 리더가 될 수 없다. 새치 혀로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하려는 자도 리더가 아니다. 즉, 리더는 본능을 거스르는 ‘부자연스러운 사람’이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기에, 그래서 희귀하며, 더 가치 있다. ‘사모 페이’는 그런 점에서 진정한 왕이다. 두억시니의 생명을 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륜 페이를 살리려 하기에, 그녀는 종족과, 성별과, 경험과, 능력을 초월하여 진정한 왕이 될 자격을 갖춘 것이다.


리더십의 대사 워렌 베니스가 말했듯, 리더십은 능력이나 권력에 대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욕망을 품고, 그들을 위해 자신을 바칠 수 있을 때, 리더는 탄생한다. 그렇기에,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리더는 선택하는 것이고, 또한 바쳐지는 것이다. 기꺼이 눈물을 마시는 자, 그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자만이 진정한 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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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스마트폰과 SNS가 젊은 세대의 정신 건강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부모 입장에서 읽는 내내 고민에 빠졌으며, 개인적으로는 '청소년 SNS 금지 법안'에 찬성할 만큼 그 심각성에 공감했다. 넷플릭스 '소년의 시간'과 함께 감상한다면 디지털 환경과 유년기의 관계를 훨씬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둘 다 강추한다. (소년의 시간에 대한 글)



7.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SF적 상상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외로이 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영화 <마션>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마션보다 더 도발적인 스토리가 밀려온다. 마침 내년에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미리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시 생각해 보니,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8.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피터 터친)

2024년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 이어서, 한번 더 국가에 대한 책을 골랐다. 이 책은 "왜 사회가 반복적으로 위기에 빠지는지" 복잡계 방법론을 통해 분석하는데 구조적 요인을 밝혀낸다. 그중에서 특히 '엘리트 과잉생산'이란 흥미로운 키워드를 강조한다. 엘리트 진입에 실패한 이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폭발하는 순간 정치적으로 변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의 국제 정세를 보면, 충분히 이해되는 대목이다. 다소 어렵긴 하지만,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에겐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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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나는 '조직' 그 자체에 관심이 많다. 똑똑한 개인들이 모여 왜 그런 멍청한 집단 결정을 내리는지, 조직 심리와 행동을 다루다 보면 마치 '퍼즐'을 푸는 것과 같다. 내가 속한 스타트업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곳이 공무원 집단이고, 그 공직사회의 실상을 끄집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10. 최선의 고통 (폴 블룸)

2024년에 읽었던 데이비드 고긴스의 <누구도 나를 파괴할 수 없다>가 고통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주었다면, 이 책은 그 역설적 가치를 심리학적으로 더 깊이 파고든다. 쾌락보다 자발적인 고통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든다는 저자의 주장은, 아직 읽기 전이지만 <편안함의 습격>과 궤를 함께 한다. 읽을 당시 몰입도가 아주 높지는 않았지만, 주제 의식만큼은 강렬하게 남아있다. 편안함에 안주하고 싶을 때, 우리가 왜 스스로 시련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일깨워 준 의미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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