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함의 조건> 시즌 2, 네 번째 책 '임팩트 플레이어'
<탁월함의 조건> 시즌 2, 세 번째 책 '항상 이기는 조직'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소위 '액션 테이커'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손이 빠르다. 누군가는 고민하거나 지체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바로 실행에 옮긴다. 그러한 실행력은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준다. 허나 고백하자면, 나는 그런 유형이 아니다. 전형적인 액션 테이커와 비교하면 확실히 손이 느리다. 그래서 빠른 실행력은 내 강점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연차가 쌓이면서, 의외로 '실행력이 좋다'는 피드백을 종종 듣기도 한다. '실행이 빠르다'와 '실행력이 좋다'는 비슷한 말 같지만, 한 끗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다양한 조직을 겪으며 관찰한 '실행력이 좋은 사람'의 특징을 3가지로 정리했고, 중간 중간 리즈 와이즈먼의 책 <임팩트 플레이어>를 인용했다.
인정하고 싶든 아니든, 모든 일엔 위계가 존재한다. 꼭 필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나뉘기 마련이다. 무엇이 필요한지는 상황과 시점에 따라 달라지고, 어떤 시점에 중요했던 일이 어느새 덜 각광받기도 한다. 조직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늘 꿈틀대며 움직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일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일반적인 사람들은 주어진 본인 역할에 충실한 편이다. 하지만 임팩트 플레이어는 관점을 잘 전환시키며 덕분에 조직의 숨겨진 맥락들을 잘 읽는다.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을 넘어, 지금 조직에서 진짜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쓴다.
<임팩트 플레이어>의 저자는 이를 '어젠다 맞추기'라고 표현한다. 어젠다를 맞추면 사람들이 시간을 주고, 자원이 생기고, 일이 쉬워지며,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반면 어젠다를 벗어나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일할 때마다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고, 결정과 피드백이 느리며 끝내 덜 주목받는다. 즉, 빠른 실천이 전부가 아니다. 꼭 필요한 일을 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최종 아웃풋'이 모호한 상태에서 업무에 들어갈 때가 많다. 하지만 책 <임팩트 플레이어>는 성공적인 업무의 3대 요소를 정확히 정의하라고 조언한다. 1) 성과 기준: 무엇이 잘한 것인지 알 수 있도록 2) 결승선: 무엇이 완료된 것인지 알 수 있도록 3) 경계: 업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기대한 바에 합의한 이후에,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도 명확히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한 얼라인 과정을 통해 최종 결과물을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을 자연스럽게 동참시킬 수 있는 법이다.
예를 들어 내가 전사 공지를 할 때면, 언제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지를 먼저 정하고, 역순으로 해야 할 일들을 구성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창립기념일에 핵심가치 리뉴얼 결과를 공유하겠다고 정하면, 그 날짜로부터 역순으로 해야 할 일들을 배치한다. 종종 살짝 무리해서 일정을 정하기도 하는데, 빠듯한 상황이 되더라도 어쨌든 약속한 시점이 되면 결과는 나오게 되어 있다.
최종 아웃풋에서 예상되는 질문을 미리 고민해 두고 답해 나가다 보면, 일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임팩트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치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허나 우리는 대부분 반대로 행동한다. 내가 열심히 만든 것,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조한다. 반대로 임팩트 플레이어는 상대의 관점으로 먼저 들어간다. 다들 무엇을 궁금해할지, 내 리더는 지금 무엇을 걱정할지 생각하고, 그것을 자신에게도 중요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다양한 조직에서 일을 꼬이게 하는 사람들을 관찰해 왔다. 한 가지 특이한 공통점이 있었는데, '옳고 그름을 지나치게 따지는 경향'이다. 방어적으로 논리를 쌓고, 타인을 설득하려고 하면 그에 따라서 저항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일이 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스마트함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경우를 더 많이 봤다. 특히 모든 것이 변하고 모호한 지금의 시대에는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어떻게 해야 옳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나는 오래 고민하지 말고, '초안은 무조건 빨리 던지라'고 강조한다. 최근에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중간중간 생각을 밝히는 것도 좋다. 초안을 던지고 피드백을 받으며 함께 만들어 나가면 된다. 실행 과정에서 기획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일이 빨라진다. 와이즈먼의 연구에서 일과 자신을 분리하는 사람,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는 사람이 가장 빠르게 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더도 팔로워도 아닌, 상황에 따라 역할을 바꾸는 사람은 자신의 실수를 잘 인정하고, 비판을 감당하며,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한다. 역할을 증명하려는 에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기억하는 하이퍼포머들도 대부분 그랬다. 그들은 상대를 이기려고 하지 않았다. 일이 되는 방향으로 소통했고, 필요하다면 비공식적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자신감과 겸손을 함께 겸비하는 사람들은 직책과 상관없이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한다. 리더로 임명되었다고 해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다. 리더가 되기를 선택할 때, 스스로 부단히 노력할 때 비로소 리더가 된다.
지금 당신은 '주어진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필요한 일'을 찾아가고 있는가? '끝'에서부터 그림을 그리는가, 지금 바로 시작하는가? 옳고자 하는가,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가? 같은 시간을 일하고도 다른 결과를 만드는 사람들의 비밀은 결국 이런 질문을 습관처럼 반복하는 데 있는 게 아닐까? 반복적 운영과 실행에 들어가는 리소스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AI 시대에 결과와 변화를 만드는 '임팩트 플레이어'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