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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Mar 13. 2018

KTX로 떠나는 강릉 여행  

하루 가족 여행 #1. 강릉

일주일 전 토요일, 강릉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꽤 괜찮은 일일 투어 코스를 발견한 듯하여, 최대한 기억을 꺼내서 옮겨보고자 한다. 주말에 뭐할지 고민하는 아빠와 엄마들에게, 하루짜리 여행을 바라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




AM 5:45


토요일 아침, 일어난 시간은 5시 45분이다. 8시까지 서울역으로 가야 해서 서둘렀다. 어제(3/2) 어린이집 등원, 스튜디오 사진 촬영, 정월대보름 잔치 등 할 일이 많았던 터라 조금 뻐근했다. 아내와 나는 씻고 준비물을 챙겼다. 기차와 버스를 이용할 예정이라 휴대용 유모차를 가져가야 한다는 점이 살짝 불편했지만, 대중교통을 즐기는 우리 부부에겐 일상적인 일이었다. 다행히, 하루치 여행이기 때문에 짐이 많지 않았다.



AM 08:00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08:30분에 출발해서 10:30분에 강릉에 도착한다. 평창 올림픽 기간에는 사람이 훨씬 많았을 것 같은데, 오늘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우리를 제외하고도 일일 여행을 가는 분들이 꽤 보였다. 이번에 확 바뀐 강릉역은 멋있었다. 오륜기와 수호랑, 반다비가 우리를 반겼다.


강릉역 도착!


AM 11:00


평창 올림픽 홍보관에서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홍보관 자체가 대단치는 않았지만, 근처 자연환경에 좋았고 무엇보다 날씨와 공기가 정말 좋았다. 이번 겨울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정말 힘들었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맑은 공기였다. 바깥에서 한참을 놀았다.


그건 자동차가 아니란다. 부릉부릉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도 볼만했다. 무엇보다 직계 가족 조직도가 인상 깊었다. ‘허씨 5 문장’이란 아버지 허엽을 비롯해 허성, 허봉, 허난설헌, 허균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쩜 다들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었는지. 명문가의 육아와 교육은 무엇이 다른지 잠깐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허균의 글을 보면 자유롭고, 다방면에 관심을 두었다는 것이 느껴지고 허난설헌도 마찬가지다. 조선의 어느 가문보다 자유로운 가풍 속에서 그들의 창의성도 꽃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국내 조직문화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숭유억불 정책이 펼쳐지던 시대, 허균은 불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파직을 당했고,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았다. 또한 그는 불교뿐 아니라 도교, 양명학, 서학 등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자신의 호기심을 감추지 않고 다양한 학문에 관심이 많았다. 이렇게 허균은 통념적 도덕에 굴종하기보다는 본성과 감정이 요구하는 대로 자기 방식의 실천적인 삶을 살았다.
허씨 가계도가 압권이었다


본성과 감정이 요구하는 대로 자기 방식의 실천적인 삶을 살았다.


AM 12:00


한 시간 가량 관광을 마치고 강문해변으로 걸어갔다. 1km 정도 되는 거리인데, 날씨도 좋고 걷기도 좋았다. 근처에 초당 순두부 마을이 있기 때문에 점심을 해결하기도 편하다. 우리는 강문해변 근처 횟집에서 밥을 먹었다. 겨울이라 더욱 맑고 청량한 바다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 해지는 기분이었다. 투명하고 푸른 바다가 아직도 눈에 선명하다. 재원이도 모래사장에서 실컷 놀았다.


동해바다는 진리다. 진리 :)


PM 13:00


애초 계획은 에디슨 박물관으로 가는 것이었지만, 재원이 낮잠을 재워야 해서 코스를 변경했다. 카페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으로. 강문에서 4km 정도 되기에 걷기엔 조금 멀지만, 우리는 겸사겸사 걸어갔다. 평소에도 4km 정도는 걸어서 이동하는 편이고, 걸으면서 주위도 구경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으니 더 좋았다. 쭈욱 이어지는 방품림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데, 그것도 멋졌다. 걷기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코스다.  



PM 14:00


안목해변에 도착하니 온통 사람이었다. (ㅎㅎ) 바닷가를 주위로 커다란 카페들이 줄지어있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우리는 엘빈이라는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었다. 1시간가량 걸으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녹이는 시간이었다. 전반적인 카페 분위기는 좋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살짝 소란스럽다는 점은 단점이었다. 거의 모든 카페가 정신이 없었다.


안목 커피거리, 예쁘다


PM 16:00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우리와 같은 코스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대부분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중앙시장으로 향하는 듯하다. 닭강정이나 이런저런 먹을거리를 사서 기차를 타며 먹는 재미가 있으니.


도착 후 시장을 구경했다. 배니 닭강정이 유명했는지 사람이 많았지만, 굳이 사 먹지는 않았다. 집 근처 망원시장에서도 안 먹는데 관광이라고 굳이 사 먹는 게 유난스러웠다. 서울도 그렇지만, 이런 시장일수록 관광객이 몰리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으로 나뉘었다. 과일, 고기, 야채를 파는 곳들은 한산했다. 꽤 많은 상인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쓸데없는 걱정이려나? ㅋ


안동 중앙시장


PM 17:30

전국 5대 짬뽕 중 하나라는 ‘강릉 교동짬뽕’으로 향했다. 주말은 한 시간씩 기다린다고도 하는데, 20여분 만에 입장할 수 있었다. 맛은 어떨까? 생각보다 매운 편이고, 홍합과 조개가 많았다. 솔직히 극찬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그래도 맛있게 먹은 편인데, 아내는 상당히 실망했다고 하더라. 취향에 따라 반응은 다를 듯하다.


살짝 매웠고, 홍합은 정말 많았다.


PM 19:00


강릉역으로 향했다. 저녁은 여유 있게 역 근처에서 놀다가 8시 30분 기차를 탔다. 서울에 도착하니 10시 반. 하루를 꼬박 사용한 여행이었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종종 바다가 보고 싶을 때 강릉행 ktx를 타야겠다는 대화를 하며 아내와 여행을 마쳤다.   



날씨가 좋아서

바다가 맑아서

걷기에 좋아서

즐거운 강릉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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