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Motivation
당신은 주로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구매하는가? 내게 중요한 것은 ‘귀찮음’이다. 샤오미 미밴드가 좋은 사례인데, 처음 구입한 이유는 진동 알람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짜 감동한 건 괴물 같은 배터리다. 1번 충전하면 한 달 가까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 워치와 같은 최신형 기기가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지만 나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배터리를 매일같이 신경 써야 한다면 나에겐 매력적이지 않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기에, '일반적으로 좋은’ 제품이라는 건 없다. 아니, 드물다고 해두자.
회사와 구직자의 관계도 본질적으로 위와 같다. '일반적으로 뛰어난 인재’라는 건 없다. 아니, 드물다고 해두자. 왜냐하면 조직의 규모, 비즈니스의 성숙도, 조직 문화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서 인재의 양상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초기에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 한 가지 직무에 뛰어난 스페셜리스트보다 다양한 직무를 빠르게 배워서 수행하는 제네럴 리스트가 각광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고 경쟁자가 출현하는 시기에는 반대로 상품과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스페셜리스트가 중요해진다. 이처럼, 조직의 상황에 따라서 ‘니즈’은 계속해서 바뀐다. 만약 결혼 전, 나름 얼리어답터를 꿈꾸던 나였다면 미밴드를 구입했을까? 단연코 No다. 맥락이 답을 지배한다.
우린 모두 기본적인 공급자 관점을 가진다. 내가 아닌 다른 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감 능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무엇인가를 팔아야 할 때다. 책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 다니엘 핑크는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다른 사람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나 자신을 팔아야 하는 구직자에겐 이 관점이 더더욱 필요하다. 내가 아무리 ‘애플 워치’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미밴드’를 원한다면 거래는 끝이다. 그렇기에 회사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은 귀찮은 걸 싫어하지! 그래서 내가 필요해!”라고 말해야 한다. 그것이 ‘지원 동기’다.
이직했을 때, 몇몇 기준을 세웠다. 첫 번째 스타트업. 두 번째 조직 문화에 관심이 많은 조직. 마지막으로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 그래야만 조직 문화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준에 맞춰 회사를 찾았다. 자기소개서도 충실히 작성했다. 무엇보다 회사를 이해하고자 애썼다. 면접 때도 조직 문화와 관련한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필했다. 돌이켜 보면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는 점이 다른 이들과의 차이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신이 ‘모든 사람이 탐내는 인재’가 아니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설득은 깊은 공감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중요한 지원 동기가 우리에게는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까? 실제로 취업 준비생의 70% 이상이 가장 어려운 Part로 지원동기를 꼽는다. 없던 사실을 지어내기 때문이다. 회사와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더욱 그렇다. 그 대안으로 나는 솔직한 자신만의 서사(Narrative)를 가다듬길 권한다. 단순히 “이 회사에 왜 지원하는가?”라고 묻는 걸 넘어, “나는 왜 일하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 나는 전공을 포기하고, 2년 간 세일즈를 했다. 인생 전체적인 관점에서, 무언가를 팔아본 경험은 중요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 경험은 이후 3년 간의 프리에이전트 생활과 HR 업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면접에서도 그랬다. 조직 문화 역시 누군가를 설득하는 과정이기에, 그때의 경험을 활용하겠다고. 결국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나는 왜 일하는지, 지금까지의 내 선택과 행동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일관성을 가질 때, 당신은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책 <왜 일하는가>에서 이나모리 가즈오 본인의 사례다. 꼭 옮기지 않아도 된다. 결국,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어떤 선택을 거듭하는지, 어떤 문제가 반복적으로 드러나는지를 이해하자. 그래야 더 후회 없고 명분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다. 회사를 옮기든 아니든 말이다. 쓰고 나서 보니, 결론이 늘 비슷하다. 경험하고, 성찰하고, 배우자. 그것이 나를 써내려 나가는 유일한 길이다.
회사를 그만두려면 명분이 확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패배자가 될 뿐이다. 불만이 있다고 회사를 그만둔다면 아무리 좋은 회사에 들어가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 명분을 찾지 못한 나는, 우선 지금 하는 일에 모든 힘을 쏟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그러자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도전의식이 우러났고, 치열히 싸우고 싶은 욕구가 솟았다. 그때부터 밤낮 구분 없이 내 모든 에너지를 제품 개발에 쏟아부었다. 일을 마치고 쉬는 동안에는 세라믹 관련 논문을 밤새워 번역하기도 했다. 전문서를 읽다가 성에 안 차 아예 통째 외워버리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정말 거짓말처럼 일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졌다. '내 앞날은 어떻게 될까?'라는 의구심과 방황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처음에 내가 적자투성이 회사에 남았을 때 사람들은 동정과 야유 섞인 말로 나를 폄하했지만, 날이 갈수록 주위 사람들의 평가도 좋아졌다. 추운 겨울을 보낸 나무들이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고난과 시련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크게 성장할 수 없고, 행운이 와도 잡지 못한다. 내가 살면서 겪은 고난과 좌절도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고, 가장 큰 행운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 최초의 성공이 다가왔다.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PS: 제 브런치 글을 일부 수정하여 업로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