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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Jan 12. 2019

연봉은 곧 실력을 의미하는가

연봉 Salary

성적과 실력의 상관관계


대부분 시험과 관련한 에피소드 하나쯤 있을 것이다. 나에겐 중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그렇다. 그날만큼은 안타깝게도 기억이 생생하다. 수학 옆에 27점이 쓰여있었다. 눈을 의심했다. 공부를 특출나게 잘 한건 아니었지만, 이 점수는 처음이었다. 실수가 있었거나, 정신이 나간 것이 분명하다. 집에 가는 내내 고민했다. 부모님을 실망시키는게 너무 싫었던 나는 결국,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리저리 둘러댔다. 혼자 방에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난다. 억울하고 화도 났다. 그 순간 만큼은 사라지고 싶었다.  


다음 시험에서 95점을 받았고. 조금은 뿌듯하게 성적표를 보여줬다. 누구나 그렇다. 그 시절 우린 성적과 자신을 구분해내지 못한다. 그렇게 세상에 길들여진다. “너 몇 점이야?” “너 이번에 몇 등이야? “무슨 학교 다녀?” 간단한 질문으로 쉽게 서로를 때리고, 상처 받는다. 웃기는 일이다. 어차피 시험이 끝나면 까먹을 것들을 머릿속에 더 채워 넣었을 뿐인데. "성적은 곧 실력일까?" 그렇지 않다. 공부의 본질은 ‘실력’을 높이는 것이고 ‘성적’은 실력을 말해주는 하나의 지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말은 쉽게 전도된다. 성적에 목숨 걸고, 시험에 휘둘린다. 모두 그것이 정상이라고 배운다.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놀랍게도, 세상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2018년에 논란이 된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이나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봐도 그렇다. 성적 때문에 세상을 속이고 스스로를 기만한다. 만인이 선망하는 ‘지표’는 시간이 지나 다양하게 변형된다. 대학교 ‘학점’, 졸업 시 ‘스펙’, 취업에선 ‘연봉’이 곧 나다. 우린 어느 순간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결혼 후 자녀를 낳고, 모든 것은 반복된다. “너희 애는 영어 안 해?” “어느 유치원 들어갔어?” 그렇게 대를 이어서 죽을 때까지 지표와 숫자를 쫓아 살아간다.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역전이 어려운, 학교와 직장에 잘 들어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어떤 곳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과 계약직 간 격차가 큰, 그런 사회가 되었다. 어떻게 해서든 비집고 들어가야,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다. 입사 후에는 더욱 배타적이고 특권을 앞세우는 사람이 된다. 평범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탈조선을 외치며 좌절해야 할까. 아니면 공공기관, 대기업 입사를 위해 죽을힘을 다 해야 할까. 좌절과 욕망을 넘어, 새로운 대안은 없는 걸까. 



높은 연봉은 반드시 유리한 것일까? 


한번 생각해보자. 사회생활 초기에 "높은 연봉은 반드시 유리한 것일까?” 물론 높은 연봉을 받으며, 좋은 회사에 다니는 것은 부모님에 대한 훌륭한 효도다. 삶의 질도 높아진다. 연봉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고자 부단히 노력한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이다. 허나 "내 연봉이 곧 실력이자 몸값"이라고 착각하는 순간, 고연봉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연봉값을 못하는 이들, 회사를 그만두지도 어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럴수록, 직장에서 새로운 능력을 터득할 가능성이 높다. 실력 있는 후임들의 공을 가로채거나, 사내 정치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지킨다. 그렇게 회사에 철저히 종속된다. 독립은 꿈도 꾸지 못한다.  


나는 사회에 막 발을 내딛는 후배들에게 일관적으로 묻는다. 연봉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고. 먹튀가 아닌, 저평가된 유망주가 되라고. 그 대신, 취할 것은 확실히 취해야 한다. 연봉을 살짝 양보하는 대신, 가장 많이 배울 수 있고 활약할 수 있는 곳으로 가라고 권한다. 지나치게 높은 기대치에 맞춰서 허우적되다가, 일의 의미와 즐거움을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3년 정도 1인 기업을 해본 입장에서, 더욱 그렇다. 회사 밖은 녹록치 않으며, 자신의 실력을 고평가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차라리, 평판 좋은 스타트업이나 유망한 중소기업에서 자신의 실력만큼 받되,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누릴 기회를 쌓는 것이 장기적으론 나을 수 있다. 적어도 자신만의 한방을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은 벌 수 있다. 



"외적 보상보다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위해 회화와 조각을 추구한 예술가들이 결국에는 사회에서 탁월성을 인정받는 예술을 창조했다. 외적 보상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은 이들이 마침내 외적 보상을 받게 된다." (드라이브, 다니엘 핑크)



연봉과 실력 사이의 간격을 줄여야 한다.


정리하자. 커리어 초기일수록, 연봉을 높일 기회보다 실력을 쌓을 기회를 더 우선시 해보자. 공부도 마찬가지다.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 커닝을 하거나, 무작정 외는 것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근차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오래 그리고 멀리 갈 수 있다. 성적이 결국 실력을 따라오듯, 연봉도 그렇다. 지표가 아닌, 자신의 진짜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결국 누군가의 눈에 들어오게 되어있다. 세상이 생각보다 좁다는 것,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실력을 쌓고 나선 어떻게 해야 할까? 연봉과 실력 사이의 '간격'을 줄여야 한다. 연봉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실력을 높이고, 그에 비해 실력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연봉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주특기를 만들고, 관계를 쌓으며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100세 인생]의 저자, 린다 그랜튼에 의하면 우리 모두는 80세까지 일해야 한다. 웃을 일이 아니다. 그 일을 타인의 기대에 맞춰, 부자연스럽게, 50년간 해내야만 한다면 얼마나 스트레스인가. 그러니 성적표와 연봉은 잠시 잊자. 무언가를 오래하기 위해선, 자연스러워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자기다워야 한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한번쯤 들여다보면 어떨까? 



PS: 제 브런치 글을 일부 수정하여 업로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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