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태어난 그날
Part1. 새롭게 태어난 그날
'새롭게 태어나기'
2011년 12월 13일 아침 9시 30분, 경이로운 순간들을 보내고 두 아이를 품은 지 30주가 되는 날, 벅찬 마음으로 수술실로 향했다. 뱃속에서 꼬물거리던 두 녀석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며 진짜 엄마가 된다는 것에 두렵기도 하고 설레었다. 당연히 나는 아이들을 곧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디에선가 나는 한참을 헤맸다. 깨어나니 숨이 가쁘다.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가족들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보인다. 깨어난 시간은 정확히 8시간 뒤, 맥박과 호흡이 불안정하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산소호흡기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친정 부모님의 사색이 된 얼굴에 상황이 파악되었다. 나는 출산을 하기 위한 수술을 하다가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이다. 남편이 손을 잡아 주었다. 아이들은 건강하다고 한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계속되는 수술 후유증으로 나는 산소호흡기를 의지한 채 하루 반나절을 보내고 계속되는 숨 가쁨으로 엑스레이 촬영 등 각종 검사를 하였다. 원인은 알 수 없다는 의사의 이야기에 그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일주일 동안 몸을 추스러야 했다. 그날 나는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일상 속 여러 가지 상황에서 가볍게 이야기한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할 때, 또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연애를 하다 이별을 맞이할 때, 금연이나 금주를 다짐하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자신감과 기대에 가득 찬 경쾌한 목소리로 “지금부터 새롭게 태어날 거야!”라고... 그동안의 내가 그렇게 자주 말하곤 했다. 그리고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 핑계로 새 옷을 사거나 다이어리에 플랜을 적어보기도 하며 새로운 시작을 스스로 응원했다. 이번엔 차원이 달랐다. 조리원에 있는 한 달 동안 잠이 들면 무서운 얼굴이 나타났고 끝이 없이 어디론가 떨어지듯이 빨려 들어갔다. 난생처음 가위에 눌린 것이다. 발이 없는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 귀신 얼굴이 보이고, 갑자기 기절을 하여 응급실을 가기도 하였다. 육체도 정신도 출산으로 인해 정상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던 그날들이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 준 것이다. 그리고 6년 동안 오롯이 엄마로서 정신없이 쌍둥이 육아에 전념하였다. 울다가 웃다가 슬펐다가 다시 웃었다가 나 없이 그저 엄마인 나로 살았던 그 시간들이 사실 스위치를 딸칵 껐다 켠 느낌으로 와닿는다. 나의 에너지와 마음을 먹고 자란 두 아이들은 큰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주었고 그 사이 셋째 아이가 태어났으며, 다행히 출산의 후유증이 없이_그래서 나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해 준_나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상상하지도 못한 세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나는 교사로서 또다시 새롭게 태어났다. 교사 안에 엄마의 마음이 덧입혀진 것이다. 6년이 한순간처럼 느껴질 때쯤 나는 학교 현장으로 돌아갔다. 그때의 기분이란, 아직도 생생한 긴장과 설렘과 두려움, 그중 두려움이 가장 컸었다. 새롭게 바뀐 교육과정, 새로운 시스템들, 그리고 나만 빼고 학교도, 선생님들도 변했을 것 같아서 마치 신규교사 첫 출근 일보다 훨씬 더 바보가 된 느낌으로 복직 첫 출근길은 두렵고 두려웠다. 그리고 6년 만에 드디어 나는 엄마에서 내가 되었다. 내 이름이 오롯이 불려지며 드디어 드디어 나를 찾은 것이다! 야호!
'다시 찾은 이름'
복직 후 오롯이 내가 나로서 설 수 있게 된 학교에서의 순간순간이 소중했다. 소중이 넘쳐서 나는 이상하게 달리고 있었다. 학교에서 이상하게도 뛰고 있었다. 복직 후 3년 동안 열심히 차곡차곡 위를 보며 탑을 쌓고 있었다 높고 좁은 탑을... 그 탑은 아주 많이 높았지만 좁았다. 그것을 3년을 달린 뒤 학습연구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며 잠시 쉼표를 찍으며 알게 되었다. 아주 큰 삶의 보물 같은 알아차림이었다.
'저는 18년차 교사입니다'
엄마가 되면서 교사인 나는 더욱 용감해졌고 40대가 가까워지면서 주관이 뚜렷해졌고 그 뚜렷함을 잘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수업에도, 일에도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고, 그것은 자칫 그릇된 방향으로 가기도 하여 열정을 핑계로 자만감이 되기도 하였다. 계속 생겨나는 좋은 아이디어를 곧장 실행해야 직성에 풀렸고 퇴근 이후에는 가정을 돌봐야 했기에 학교 안에서의 모든 일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일에 빠지게 되었다. 일만 보며 달리게 된 것이다.
'꽃을 닮은 열정'
1월의 찬바람이 지나가고 2월이 되어 온도가 다르게 느껴질 때쯤, 하지만 아직은 추운 어느 날 마당을 돌며 만나게 된 노란색의 복수초라는 꽃을 보며 나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나오지 않은 차가운 땅바닥에서 얼마나 애쓰고 애썼으면 저렇게 예쁜 빛깔의 노랑으로 불쑥 얼굴을 내밀 수 있었을까? 예쁜 빛깔을 한껏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주변에는 아무 꽃도 없이 홀로다. 복수초의 생명력이 지치지 않았던 나의 열정처럼 느껴졌고 꽃이 얼굴을 내밀리 없는 찬바람이 쌩쌩부는 한 겨울에 빼꼼 내민 모습이 어쩐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반짝반짝 빛났던 나의 모습은 나의 착각이였을까? 그 모든 애씀은 왜 였을까? 나는 이제부터 나의 열정을 연구해보려고 한다. 왜 그렇게 열정을 담았을까?
#열정#교사#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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