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가장 행복한 여름 저녁이 왔다.
딱 오늘이었다.
뜨거워진 햇살이지만, 바람은 시원했던 한낮
햇살과 바람이 서로의 다름을 뽐내듯
햇살은 숨이 막히게 뜨거웠고, 바람은 땀을 맞아 더 시원했다.
나무의 그림자를 찾아다녔던 날,
나무 아래 서서 눈을 감고 맞이하는 바람에
나무의 보살핌을 받는 듯해 고개를 들어 나무를 바라본다.
눈이 부시다.
하늘색과 초록빛의 싱그러움이
나를 차분하고 단정한 사람으로 만든다.
햇살의 뜨거운 열기가 옅어지며
하늘의 색이 점점 진해진다.
이제 바람이 주인공이다.
한낮의 열기를 식혔던 바람에는 특유의 향기가 있다.
짙은 파랑의 하늘과 초록의 나뭇잎들을 스치며
내 안에 불어오는 여름 바람의 향기에
숨을 크게 내쉬어 본다.
나의 스무 살 여름 저녁에도
나의 서른 살 여름 저녁에도
지금의 여름 저녁에도
.
.
이어질 여름 저녁에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