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시작될 때, 비가 끝난 뒤
물방울이 콧등에 ‘투둑’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하늘을 본다.
그새 빗방울이 머리에, 어깨에 떨어진다.
비를 피해 뛰어가다가, 비 냄새에 잠시 멈춘다.
천천히 퍼지는 투박한 흙냄새, 땅의 냄새가 난다.
열 기운을 머금은 아스팔트 냄새가 난다.
진한 초록의 냄새가 난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자리에 아지랑이같이
비 냄새가 올라온다.
모두가 모여져 한번이 코 끝에 들어온다.
‘투둑’, ‘투둑’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비 냄새를 한참 맡아본다.
오랫동안 바라보니, 알것 같다.
비 냄새는 오랫동안 흙과 아스팔트와 나무들에게
뿌려진 햇살의 냄새였다.
비가 다녀간 날 아침, 햇살이 부지런히
비를 데리고 간다.
땅에도, 나무에도, 공기 안에도 비가 있다.
이제 온전히 비 냄새가 난다.
밤새 햇살의 냄새는 씻겨가고 비 냄새만 남았다.
햇살이 질투라도 하는 걸까?
더 눈부시고, 더 뜨거운 햇살을 내리쬔다.
그렇게 여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