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냄새

비가 시작될 때, 비가 끝난 뒤

by 심횬



비가 시작될 때


물방울이 콧등에 ‘투둑’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하늘을 본다.

그새 빗방울이 머리에, 어깨에 떨어진다.

비를 피해 뛰어가다가, 비 냄새에 잠시 멈춘다.


천천히 퍼지는 투박한 흙냄새, 땅의 냄새가 난다.

열 기운을 머금은 아스팔트 냄새가 난다.

진한 초록의 냄새가 난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자리에 아지랑이같이

비 냄새가 올라온다.


모두가 모여져 한번이 코 끝에 들어온다.

‘투둑’, ‘투둑’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비 냄새를 한참 맡아본다.


오랫동안 바라보니, 알것 같다.

비 냄새는 오랫동안 흙과 아스팔트와 나무들에게

뿌려진 햇살의 냄새였다.




비가 끝난 뒤


비가 다녀간 날 아침, 햇살이 부지런히

비를 데리고 간다.

땅에도, 나무에도, 공기 안에도 비가 있다.

이제 온전히 비 냄새가 난다.

밤새 햇살의 냄새는 씻겨가고 비 냄새만 남았다.


햇살이 질투라도 하는 걸까?

더 눈부시고, 더 뜨거운 햇살을 내리쬔다.


그렇게 여름이 온다.





이전 17화긍정 에너지 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