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장미
"엄마, 이 장미는 야근한 회사원 같아."
두 번째 그려본 장미의 색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
뭐가 문제일까?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색감이 아주 별로 인듯해 다시 스케치를 하려고 생각하던 차에
딸이 그림을 보곤 이 장미가 야근한 회사원 같다고 한다, 이유를 물으니, 피곤해 보인다고 한다.
초등학생인 딸이 야근의 노곤함을 벌써부터 아는 걸까?
딸의 이야기에 웃음이 난다.
‘그거였구나, 에너지가 없었어, 생명이 너무 차분했어.’
수채화를 시작한 이유는 올해 봄에 피어난 꽃들의
반짝거림을 남기고 싶어서였다.
생명의 에너지를 듬뿍 담아 나의 에너지의 색을 함께 입히고 싶었다. 봄의 생명력은 차분함의 반대였는데,
내 그림은 정말 야근한 회사원이 기력을 다한 듯한 느낌이다.
그래, 이유를 알았으니 다음 그림은 달라질 것이다.
목적이 분명하니, 그림에 푹 빠져 매일 붓을 잡는다.
햇살을 맞은 자연들의 반짝임을 그리고 싶다.
목적과 이유를 알고 삶을 살아감은
나아감에 좋은 연료를 담아준다.
이유는 목적을 알아차리게 한다.
피곤해 보이는 그림과 딸의 이야기에 삶의 생각이
길게 길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