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사유

by 심횬



내가 온전히 나로 쉴 수 있는 곳,

내 발자국이 무수하게 찍혀 있는 이곳,

내 채취가 스며들어 있는 이곳,


집.


돌아오고 싶고, 쉼이 편안해야 하는데..

나가고 싶고, 쉼 다운 쉼이 없다.


의무,

의무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집

이곳.


나는 나로서 살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일에 열정을

다하는 게 아닐까?


문득 드는 이 생각이.. 답인 것 같다.


그럼..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집이 온전한 쉼이 되고, 내가 나로서 살 수 있을까?


해방? 독립? 일탈?

숨이 막히게, 가슴이 두근거리게

있고 싶지 않은 이 공간에 대한

애착이 점점 녹아 사라지며..

집은 적당히 깨끗하고 많이 쌓인다.


나를 위한 공간은 오픈되어 있고

잠자리마저 뒤죽박죽


누군가는 다들 똑같다며, 다 그렇게 산다고 하려나..

엄마의 삶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그려려나..

위로가 되지 않을 빈 깡통 같은 말들이

튕겨져 나오는 줄 모르고 내 안에 담으려 애쓰겠지.



사랑이라는 것이,

부모가 된다는 것이,

이만큼 나를 지운다는 것을 그땐 알지 못했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후

나는 나를 찾기 위한

시간을 쓰고, 일에 열정을 다하고,

계속해서 끊임없이 배우려고 애쓰는걸까?


지워지면 채우고,

지워지면 또 채우면서

그렇게 내가 사라지지 않게

버티고 세우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