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학습연구년

by 심횬


교사의 학습연구년은 교육 변화를 선도하고 연구 의지를 지닌 현장 우수 교원에 대한 심화연수 기회 부여로 교원 전문성 신장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다.

연구년이라는 이름처럼 학교 안에서 머물던 시선을 잠시 밖으로 뻗으며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발견하기도 하고, 관심 있었던 분야의 연구에 깊이를 더하게 된다.

또한 휴식의 측면은 1년의 시간이 주는 선물이다.

일을 하며 깊이 돌보지 못한 자녀와 가정을 더 세심하게 돌보게 되고 스스로는 편안해진다.

하루에 수십 건씩 뿌려지는 메신저 폭탄에서 해방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당장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 오늘 밤이 편안하다.

단 하나, 동료 선생님들이 수업활동을 하는 모습을 sns를 통해 보게 되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수업하는 것에 부러운 마음이 생기다니.. 몇 년간 수업에 열정을 다한 이유가 이것이었나 싶다.

학습연구년 동안은 급여의 100%가 매달 17일 통장으로 들어오고, 별개의 연구활동비가 지원이 된다.

매년 하반기 각 시도마다 특별연수 교사 TO 수도 다르고 경기도 교육청은 학습연구년제가 없어진 지 오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상반기를 학습연구년으로 보내며 느낀 것은 교사 학습연구년제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교사들이 교사 학습연구년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습연구년제를 알지 못하는 교사들도 많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제도라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많아 적극적인 홍보 또한 필요하다.

그에 맞춰 특별연수 선발 TO도 크게 늘려야 한다.


교사는 임용고시 시험을 위해 교육학과 전공 공부를 하게 된다. 그것들은 시험에서 통과하기 위한 이론들 위주이다. 그리고 2차 시험을 위한 수업 실현이나 실기시험, 면접, 논술 준비를 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 와서 부딪히는 현실은 교사가 되기 위한 이론적인 준비와 다른 결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초보 교사들이 힘들게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10년, 20년을 학교라는 작은 틀 안에서 방학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방학의 시간을 통으로 쉼을 가질 수 있으면 다행인 것이다. 부장교사의 타이틀을 달거나, 보충수업이나 특별반을 맡게 되면 그 방학마저 학교로 출근을 하게 된다. 그렇게 작은 학교 안에서 나도 한없이 작아졌었다.


작아진 것에 더하여 쉴틈이 없이 뛰어다니며 업무를 해야 했던 작년 한 해, 집으로 칼퇴근을 해서는 세아 이를 케어해야 했고 가사를 대충 끝내고는 또다시 업무를 위해 노트북을 켜야 했다. 그리고 뒷전이 되어버린 수업 준비를 한다. 나는 일처리 속도가 빠른 편이다. 하지만 작년 한 해 5억이라는 예산을 쓰기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해야 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예산 사용을 학생들과 연관될 수 있게 프로젝트를 계획하였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예산을 집행했기에 힘든 모든 상황을 견딜 수 있었다.


그렇게 12월이 지나 겨울방학을 앞둔 1월까지, 아니 3월 개학 앞까지 영혼까지 불태워 재만 남은 상태가 될 때까지 학교일을 해야 했다. 돌이켜 생각하니 어떤 에너지로 내일이 없는 듯 하루하루를 불태웠을까 싶다.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그냥 조용히 안아주고 싶다. 다행히 나는 학습연구년 대상자가 선발되어 모든 걸 잠시 내려둘 수 있게 되었다.


3월에는 번아웃 상태가 지속되어 사람들과의 관계를 멈추었고 산책과 글쓰기에 위로받았다. 그 시간에 만난 주변의 모든 자연들에게 차곡차곡 받은 힘을 몸과 마음에 담았다.


그리고 그동안 결핍으로 동동거렸던 전공분야를 관련대학원 청강 수업으로 채우고 있으며, 연구주제를 깊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수업에 관련된 책들을 편히 볼 수 있게 되었고, 배우고 싶었던 분야의 수업을 통해 앎을 채워가고 있다.


엄마의 빈자리가 컸던 아이들에게도 이 시간들은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다. 물론 엄마의 잔소리와 공부량이 늘었겠지만 아이들이 작년에 비해 안정되어가고 있다.


바람이 시원해지고 햇살의 온도가 낮아짐을 느껴 산책길로 나섰다.

교사로서의 삶을 시작하고 처음 맞이하는 초가을과 마주함에 나는 마음이 부풀어 내년을 살짝 걱정해보기도 한다. 그러면 이 순간이 또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다음 해 이 계절의 소리 촉감 바람, 나무에 맺힌 열매들, 새소리, 고즈넉함을 편안하게 만날 수 있을까?

이제 만나보았으니 다시 만나기는 더 쉬울까?

아니면 이 순간을 까맣게 잊고 내달리는 삶을 살고 있을까?


지금 이 순간, 이 마음을 기억하자!

내 마음이 저 발끝 아래까지 차분이 가라앉았을 때를 너는 무척 사랑했었다고, 산책길의 고즈넉함이 너에게 나아갈 에너지를 주었었다고, 힘들 때는 집 앞을 걸어보라고, 어느 것보다 봄과 가을의 아침 느낌을 좋아했었다고.


많은 교사들이 동동거리며 작은 울타리 안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수업에 힘을 쏟고 싶어도 쳐내야 할 업무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학교현장에서의 교권의 무너짐은 실제로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치유되지 못할 상처를 받기도 한다.


넓은 세상으로 발을 딛고 세상의 다른 이면들을 만나며 성장하는 기쁨을 만날 수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일 년의 시간, 교사들에게 학습연구년의 시간은 교사 개인을 위하는 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분명 우리 교육을 바르게 세움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지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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