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신입생 모집

by 심횬


어느해부터인가 특성화고의 신입생 모집이 학교의 무거운 과제가 되었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라는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존립의 위기까지 현장에서는 체감하게 된다.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고와 사회의 분위기나 구조는 마치 볼트와 볼트 구멍이 어긋나 맞춰지지 않아 닫히지 않는 문짝의 형태와 비슷하다. 산업과 교육의 현장이 물과 기름처럼 융화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학령인구 감소로 특성화고의 정원이 미달되면서 학교 안의 학과들이 학급수가 줄어들고 학급 내의 학생수도 줄어 겨우 한학급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들도 있다.

'학과개편', '학과 재구조화'라는 사업들로 학과이름을 바꾸고, 교육과정과 실습실 등을 변화시키며 교육청의 사업에 따라 움직이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실 외형만 바꾸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교육과정이 바뀌었지만 수업활동 내용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고, 신입생 모집을 위해 구색 좋은 과목을 넣어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형태인 경우도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지가 교사의 입장에서 선명하게 보이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급하게 변화시키려고만 한다.


밖으로 크게는 변화가 큰 산업계의 수요와 직업계고 전공의 불일치, 현장에서 요구하는 숙련된 기술인과 학생들 수준 간의 괴리, 학교 안에서는 학교의 교육과정과 학생들의 능력과 참여 동기의 불일치, 학생들의 무기력함과 학교의 분위기 등이 혼재되어 특성화고는 끙끙 앓고 있다.


속은 곪을 대로 곪아 있는데 겉만 온갖 치장을 하여 화려하게 보이게 한다. 그야말로 부실공사인 격이다.


그런 상황에서 특성화고의 어떤 학과(전공)들은 재구조화라는 이름으로 학급이 감축되거나 사라지기도 하고 학생들의 수요가 많을 것이라 생각되는 학과가 억지스럽게 끼워지며 학교가 겨우 유지되고 있다.


공업계열 고등학교 교사들은 학과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신입생 모집의 업무가 중요한 학과 부장이나 학과의 업무를 맡은 교사의 책임감이 더욱 무거워진다.

학교의 중심부서가 잘 돌아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 걸음을 맞추어 가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각과별로 활동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2021학년도 본교의 분위기는 후자였다. 총괄해야 하는 중심부서는 남의 학교인 듯 움직였고, 나의 업무는 디자인과 부장이었는데, 신입생 모집을 위해 뛰었던 내 걸음과 타과의 걸음의 속도와 거리가 달랐다. 그 결과 정원을 거의 채우며, 우수한 아이들이 디자인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기존에 있던 다른 과는 그러지 못했다.


잠시 학교를 비우게 되니, 눈에 핏줄이 터져가며 뛰었던 내걸음의 과정들을 모르는 새롭게 업무를 맡은 타과의 누군가들은 재를 뿌리고 탓을 한다고 한다. 어떤 게 성장의 길인지 모르는 철없는 사고와 작은 그릇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그래서 경험했던 학생중심의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의 노하우를 알리고자 한다.


첫째, 상황의 심각성을 예측했다면, 우선 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내가 설정한 목표는 ‘디자인과 학급의 정원은 다 채우지 않아도 되니, 정말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오게 하자’ 였다. 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오면 교사의 수업의 질은 높아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좋은 분위기에서 학업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한 학과의 분위기는 이미지로 연결될 것이며, 추후 학과의 홍보에도 긍정의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다음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 방법을 학생들에게서 찾았다. 현재 함께 하고 있는 아이들의 교육활동과 그 밖의 학교 활동들에 꾹꾹 힘을 주었다. 그것은 수업과 수업과 별개의 학생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무기력하고 성취의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수업을 통해서 작게나마 성취의 경험을 느끼게 하고, 참여 동기를 높여 함께 출렁거리는 수업활동을 구상하였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또한 학과의 학생활동들을 자주, 다채롭게 기획하여 참여를 통해 아이들이 우리 학과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학교를 믿고, 학과를 믿고 입학한 재학생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 그 신뢰감들이 뭉치고 뭉쳐 눈덩이만큼 커져 단단한 학과의 이미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아이들과 활동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용두사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작을 호기롭게 하고 끝에 아이들에게 남는 것이 없으면 안 된다. 그것이 수업활동과 연계가 된다면 공문으로 증거를 남기고 생활기록부에 기재를 할 수도 있다. 후에 아이들의 진학이나 취업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이러한 활동들을 어떻게 알리느냐는 문제이다. 주로 인스타그램을 활용하였지만, 학교 홈페이지가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학교 홈페이지에 지속적으로 활동사진을 올리고 sns는 같은 내용을 좀 더 감성적으로 업로드하는 것이 좋다. 말랑말랑한 감성적 언어들이 호응이 좋다는 것을 좋아요! 수를 통해 알게 되었다. sns에는 수업활동부터, 아이들의 모습들까지 아주 작은 부분들까지도 잘 구성해서 자주 업로드해야 하며, 초반에 아이들에게 사진 업로드에 대한 동의를 구하면 후에 문제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 홍보를 위해 중학교를 방문할 때, 조금은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 자신감 있는 모습, 과장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무조건 우리 학과를 강조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었다. 좋아하는 분야,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로 갈 수 있도록 안내를 하였다. 그림그리기에 관심이 없는 아이가 디자인과에 입학을 하면 3년 내내 괴로울 수 있다. 그리고 올해 입학한 학생들이 주로 디자인, 미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로 구성된 비법은 바로 이것이었다.


“디자인과는 진짜 힘들어, 진짜 열심히 할 마음이 있으면 지원해야 해, 과제도 많고 다른 해야 할게 많아, 너가 열심히 한다면 진학이든 취업이든 확실하게 네가 원하는 분야로 갈 수 있을 거야”


올해 특성화고의 신입생 모집에 힘을 다할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여 좋은 결과가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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