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열심히 달렸냐면요
학교는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데, 아직 변화를 이끌기엔 경험도 부족하고, 방법을 잘 모르는 의욕만 앞서는 사람이란 것을 스스로 너무 잘 알았기에
내가 열심히 하면 그것이 내 옆의 선생님들이게 전해지고 전해져 "네가 움직이니, 나도 한번 해볼래"라는 마음이 생겨 언젠가는 다 같이 굴러가는 날이 오지 않을까? 란 생각을 했다.
열심히 혼자 달렸다. 정말 진심을 다해 작은 나의 움직임이 누군가에게는 울림이 되어 그렇게 그렇게 서서히 적셔지며 변해가기를 바랬다.
내가 맡은 업무 안에서 단시간에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간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공간이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크다. 핫플레이스의 공통분모는 '공간'이다.
학교 공간이 달라지면 그 안에서 부대끼며 하루를, 일 년을 보낼 공간의 수요자인 교사와 학생들의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너무 운이 좋게도 그해 나는 학생 휴게실 구축을 계획하여 학교 공간혁신사업에 선정되었고, 학과 재구조화라는 이름으로 실습실 4곳을 새롭게 재정비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학교 같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교육청 관계자들, 설계업체 대표의 의아해함과 "안됩니다"의 발언들을 싹둑싹둑 자르고 다른 대체 방안을 찾으며 내 목소리는 어느새 커질 대로 커지고 쌈닭이 되어 있었다.
그 모든 것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변화"를
내가 이끌 수 있다는 작은 믿음 때문이었다.
싸우고, 싸워서
그렇게 완성된 학교 안의 쉼터와 학습공간에서
선생님들은 맡은 실습실에 대한 애정으로 내 교실이라는 마음이 생기며 더욱 관리에 힘쓰고 계셨고 아이들은 다채로운 활동들을 막히는 부분 없이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학습의욕이 생기고, 집중력이 높아진 아이들도 꽤 있었다.
그해, 나는 그저 내 일에 내 신념을 양념 뿌리듯 뿌리고 곁들어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공사, 신입생 모집, 수업, 학과 학생활동 등.
그 최선이 올해 누군가에게는 움직일 동력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나는 사실 아직도 앞장을 서서, 목소리를 높여 학교가 변해야 한다고, 선생님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을 할 수 없다.
그러기엔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고, 변화의 큰 흐름을 예측하기에도 경험이 적다.
그래서 그냥 튼튼한 내 신념을 뿌리에 두고 흔들리지 않고 달려본다.
혼자 달리다 옆을 보면 분명 언제가는 동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변화된 학교, 우리의 교육이 함께 달릴 것이다.
흔들릴 때도, 꺾일 때도 있을 믿음이란 것을 알지만,
그것을 아니, 잠시 머물다 다시 달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