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뭐 하고 싶어?”
“우리 동대문 시장에 놀러 가자 “
연우와의 두 번째 데이트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벅찬 마음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약속 시간 4시간 전, 아침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겨울철에는 아침 스트레칭이 정말 최고다. 특히 전날 바깥 활동이 많아서 온몸이 꽁꽁 얼었다면 그 몸을 풀어 주는 일은 그날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한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얼굴에 팩을 붙였다. 1시간 동안 몸 단상을 하고 나니 지칠 법도 한데 왜 콧노래가 나오는지 모를 일이었다
옷을 고르는 것에는 또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겨우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를 연우는 집 앞에서 겨울바람을 맞으며 꽁꽁 얼어 있었다.
“언제 나온 거야? 꽁꽁 얼었네.”
“보고 싶었어, 진짜 많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동안 연우는 어떻게 참았던 걸까? 저렇게 저런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흠 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나는 괜히 헛기침을 해 버렸다.
연우는 어제보다 꽤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고, 우리는 동대문 시장으로 향했다.
연우는 사람구경이 참 재밌다고 했다. 시장구경이 아니라 사람구경을 하러 온 연우 손을 꼭 잡고 나는 연우의 구경하는 눈을 보았다.
“연우야, 사람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해?”
“어떤 생각이라기보다 저 사람의 삶을 느껴보는 거야.
눈빛에서, 몸짓에서, 손짓에서, 표정에서 느껴지는 삶이 너무 다양해서 그걸 보는 게 재밌어 “
“오늘은 그것보다 너하고 하고 싶은 게 있어.”
연우는 작고 낡은 가게로 나를 데리고 갔다. 예전에 와본 곳인데 너무 맛있어서 그때 먹으면서 내 생각이 났었다고 했다.
“그게 언제야? “
“3년 전쯤?”
쫄면과 김밥을 우리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여러 재료들이 조화롭게 섞여 전혀 가볍지 않은 새콤 달콤 매콤한 양념이 촉촉하게 면발에 스며들어 있었다. 분명 김밥인데 입안에 넣으니 솜사탕처럼 가벼웠다. 나는 쫄면을 입에 넣고 엄지를 들었다.
연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나를 보며 웃는다. 배부르게 먹고 나와 잠시 걷다가 연우가 이건 또 꼭 해야 한다며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간다.
“설아, 쫄면 먹은 겨울에 꼭 해봐야 하는 거야 “
“콘 아이스크림 먹기”
우리는 바닐라 맛 콘 아이스크림 받아 아이처럼 신나 했다. 나는 하얗게 똬리를 튼 아이스크림이 흐를까 봐 조심조심하며 아껴 먹었다. 연우는 그런 나를 보며 또 웃는다.
“왜 웃어?”
“예뻐서”
나는 연우의 말에 피식 웃었다. “어디가?”
“다 예쁜데 인중이 제일 예뻐, 주끈깨도 귀엽고 “
그냥 물어본 말에 연우는 꽤나 디테일하게 예쁜 부분을 짚어주었다.
내 콤플렉스를 예뻐하다니… 그것도 두 가지를 정확하게 짚어 주었다. 나는 연우가 관찰력이 섬세하고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나는 뜨끔하며
마음이 토라지고 말았다.
연우는 내가 토라진 이유를 몰라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네가 예뻐하는 인중과 주근깨가 내 콤플렉스임을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괜히 토라져 나는 소중한 우리의 한 시간을 갈등과 애씀으로 보냈다.
내 첫사랑은 그랬다. 어설프고 작은 마음들로 방법을 몰라 아까운 시간들을 아프게 보내기도 했다. 풋풋했지만 상대보다 나를 먼저 생각했고 그것이 갈등이 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건 그날 이후 연우가 군대를 가기 전까지 우리는 이별이 코 앞에 왔음을 느끼며 서로를 위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랬다.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설레는 날들이 우리 앞에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