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사탕바구니 속 편지

by 심횬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부쩍 신경 쓰는 연우에게 나 또한 온 신경이 쏠렸다. 몸은 긴장이 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것은 설렘이었다. 영화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란히 앉은 우리 둘…, 아무런 기대 없이 편안하게 1년간 내 옆에 있었던 연우의 기다림, 너무 늦게 알게 된 내 마음, 나는 속이 상했다. 일주일 뒤면 연우는 입대를 한다.


집으로 가는 길… 혼자 이곳에 남기엔 공기는 아직도 차가웠다. 곧 낯선 곳으로 가게 될 연우의 두려움이 차가운 바람을 실려 아프게 느껴졌다. 연우를 이렇게 차가운 날씨에 멀리 보낼 수 없었다.


“연우야, 안 가면 안 돼?, 몇 달만 미루면 안 돼? “


연우는 떼를 쓰듯 말하는 나를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설레어 나는 물었다.


“연우야, 내가 왜 좋아? “


“너무 예전이어서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어, 그냥 좋았어. “


“스터디카페에서 처음 만난 날? “


“아니.. 훨씬 더 예전에…

초록색 비닐 포장지를 샀어.

사탕 하나하나에 비닐 포장을 싸고

꽃바구니에 담았어. “

그리고…

바구니 깊숙이 편지를 넣어두었지 “


“응? 편지? “


”나는 네가 사탕을 먹지 않을 거라 생각 못했거든 “


연우는 조곤조곤 그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 나에게는 많은 여자 아이들을 기대에 부풀게 한 사탕 바구니가 큰 의미였다. 그것을 전해준 연우는 그날 이후 아무런 액션이 없었기에 그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연우는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네가 좋았어, 엄마를 졸라 네가 다니는 학원을 다닐 수 있었지. 그땐 어린 마음에도 이상하게 화이트데이날을 기다렸었어. 웃기지?”


“사탕을 포장하고 내 마음을 말로 전하고 싶어서

다음날 학교 놀이터에서 만나자고 편지에 적었지 “


연우는 사탕을 먹지 않았다는 내 말에 편지를 보지 보했음을 예상했다고 했다. 정말로 그 편지는 생각지도 못했고, 보지도 못했다.


‘만약에 내가 그 편지를 발견했다면..

나는 놀이터에 나갔을까?’


연우는 나를 보며 싱긋이 웃었다.


“그날밤 11시까지 널 기다리다가 나를 찾으러 온 엄마, 아빠에게 붙들려 집으로 갔어 “


“잠시만…. 연우야 “


나는 머리에 두 손을 올려 지그시 누르며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가 생각나, 온 동네가 난리였잖어, 누구 집 애가 없어졌다고.. 우리 엄마 아빠도 찾으러 나갔었어 “


“진짜 그게 너였다고? “


연우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리고 멈춰 나를 바라보고 내 두 팔을 잡고 섰다.


“그러니까 설아, 네가 왜 좋냐는 그런 궁금함은 안 가져도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져 춥지 않았다.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연우는 내 손을 잡았다. 조심스러움과 머뭇거림이 묻어 있는 연우의 손이었다. 우리 둘의 손은 연우의 점퍼 큰 주머니에 함께 들어갔고, 그때부터 내 심장은 심장병이 걸린듯 마구 뛰기 시작했다.


연우의 손은 따뜻했지만 손을 맞잡고 있는 감각이 매우 어색했다. 그 어색함은 설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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