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by 심횬


“우리.. 여행 갈까?”


“여행? “


갑작스러운 연우의 물음에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혹여 나쁜 생각을 마음에 품고 그 얘기를 꺼내진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순간 마주친 연우의 눈이 너무나도 순수하고 해맑아 나는 “그래”라고 말해 버렸다.


우리의 여행은 아주 착했다. 겨울날 중 제법 따뜻한 날이었다. 기차를 탔다. 그리고 연우가 미리 예약해 둔 산 가까이에 위치한 펜션으로 갔다. 겨울 공기는 건조하지만 차가움 속에서 느껴지는 상쾌함이 있다. 나는 그 공기를 힘껏 안으로 불어넣었다. 연우는 그런 나를 보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연우야, 너도 해봐. 어서어서”


연우도 고개를 뒤로 젖혀 두 팔을 벌리고 상쾌한 공기를 힘껏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숨을 내뱉고, 다시 공기를 넣었다.


“어때?”


“답답했던 게 풀리는 느낌이야. “


연우는 답답하다고 했다. 그게 무엇인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연우는 이제 삼일 뒤 훈련소로 간다. 나는 그 길의 배웅을 할 참이다. 이제 막 시작한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의문은 없었다.

우리는 지금 봄이니까. 이제 막 시작된 연둣빛의 피어남이 그저 싱그러웠다.


그 생각도 잠시, 갑자기 추운 한기가 온몸에 퍼졌다. 그리고 저녁부터 시작된 몸살 기운에 끙끙 앓았다. 이불을 여러 겹으로 쌓아 몸을 감싸도 온몸이 떨리고 뼛속까지 아파왔다. 연우는 약국을 찾으러 시내로 나갔다. 약국은 모두 문을 닫았고 황급히 들어오는 연우의 손에 편의점에서 구입한 듯 보이는 해열제와 액상의 감기약이 들려 있었다.


“미안, 약을 못 구했어”

“내가 미안해, 연우야 “


나는 해열제와 액상약을 먹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새벽에 눈을 뜨니, 내 옆에 앉아 꾸벅꾸벅 바닥에 닿는 고개를 겨우 달래며 잠든 연우가 있었다.


연우의 어깨를 잡고 목덜미에 팔을 대고 옆으로 눕혔다. 연우의 잠자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연우의 눈썹을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눈, 코, 입이 잠든 모습도 꽤나 선명해서 신기했다. 참 잘생긴 얼굴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연우의 얼굴을 마음에 새기며 다시 잠이 들었다.


뚝딱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아, 미안 시끄러워서 깼지?, 좀 어때? “


”몸이 훨씬 나아, 아픈 것도 없어, 열이 내렸나 봐, 그런데 뭐 해 연우야? “


“국을 좀 끓이려고 “


연우는 고슬고슬 지은 밥에 따뜻한 콩나물국을 끓여 나를 불렀다.


“설아, 움직일 수 있겠어?”

“하하, 이제 괜찮아”


연우의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생각하니 그 모습이 낯설지가 않았다. 초등학교 때 내가 학원 숙제를 안 해가서 원장선생님께 혼이 날 때 옆에 앉아 있던 남자아이가 안절부절못했었다. 그 아이가 연우였다.


“연우야, 그때도 너 이 모습이었어 “

“응?”

“아니야, 국이 엄청 좋다”


연우가 정성껏 끓인 국이 너무 좋았다. 따뜻하게 몸속으로 퍼져 남아 있는 몸살 기운을 낫게 했다. 나는 완전한 컨디션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연우에게 더 이상 아픈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이제 이틀뒤면 연우는 잠시 내 옆을 떠난다.


연우와 나는 같은 대학에 다닌다. 그래서 작년 한 해 연우가 내 일상에 스며들 수 있었다. 캠퍼스 안에서 우리는 거의 마주치지 않았지만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정류장으로 갈 때쯤 늘 내 옆으로 와 함께 걸었다. 그리고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정류장에 내렸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일 년을 보냈고, 불쑥 내 마음이 뜨거워졌고, 연우는 이틀 뒤 입대를 한다. 연우가 없는 하루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밥을 한술 입에 넣고는 그 생각에 목이 메었다.


“설아, 병원 가자.”

“나 이제 괜찮아”

“아니야 안색이 너무 안 좋아 “


그렇게 첫 번째 여행 중 나는 헤어짐의 슬픔을 누르고 누르다 열꽃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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