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느 계절이 좋아?

by 심횬


“난 봄이 좋아, 막 태어나는 연두의 빛깔을 보면 왜 그렇게 설레는지…, 연약하고 부들부들한 연둣빛 나뭇잎에서 새로 시작하는 좋은 에너지가 느껴져. “


“네 말에서 연두색 봄이 느껴지는 것 같아. 보통 봄하면 핑크가 떠오르는데 너한테 봄은 연둣빛이였네 “


“더 설레는 건 뭔지 알아? 그 연둣빛은 매일매일 자라고 색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진다는 거야. “


나는 정말로 봄을 좋아한다. 2월 중순쯤부터 생명의 기운이 땅에서 느껴진다. 그 에너지가 참 좋다.


연두에서는 빛이 난다. 추위가 조금 가셨다 싶으면 세상에 나오려는 듯 꼼지락거리는 생명의 시작을 그냥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진다. 나는 그것이 내 첫사랑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그래서 두려울 것이 없는, 아직 세상을 모르는 연둣 빛, 내 첫사랑은 그것과 닮아 있다.


갑자기 꽃샘추위가 오거나 봄비를 가장하여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질 때도 있을 것이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덮쳐 시야가 흐려지고 숨이 막혀 올 때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좋다. 겨우내 맞아야 하는 세찬 찬바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그래서 연우와 봄 같은 사랑을 하고 싶었다


“연우야, 넌 어느 계절이 좋아? “


연우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


“난 겨울”


“응? 겨울? 정말? 가을 아니고 겨울? “


“응, 겨울”


“봄 아니고 겨울?”


“하하 응, 겨울”


나는 마음속으로 겨울 같은 것보다는 봄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연우는 겨울이 좋다 한다.


“왜 겨울인 거야? “


“음….”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연우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있잖아…”


“응?”


“그게…”


“그게? 응? 뭐?


연우는 눈이 오는 겨울에 나를 처음 보았고 그때부터였다고 했다. 눈이 오는 날, 긴 머리에 머리띠를 한 여자 아이가 연우 앞을 지나갔고 유난히 빛나는 초록색 머리띠가 눈에 띄어 한참 보았다고 했다.


‘맞아, 초록색 머리띠가 기억나’


이상하게 따라가고 싶었고, 멀찌감치 걸으며 따라가니 내가 곧장 집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눈이 오는 풍경을 열심히 찍었다고 했다.


“그리고 동생이 널 찍어주는데.. 네가 브이 하며 활짝 웃는 그 모습에 반해버렸지 뭐 “


연우가 사탕을 초록색 반짝이는 포장지로 감싼 이유는

초록색 머리띠 때문이었다.


“난 그래서 겨울이 좋아. 눈이 오는 겨울”


갑자기 연우가 좋아하는 눈이 오는 겨울이 좋아졌다. 지금, 공기의 색감이 꼭 눈이 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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