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하느라 더 힘든 날

by 심횬

“괜찮아요.”


이 말이 가장 힘든 날이 있다.

정작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사람의 얼굴을 해야만 하는 날.


그 얼굴로 하루를 버티려면 얼마나 많은 힘이 드는지 우리는 너무 잘 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늦은 파도처럼 밀려와 하루 종일 마음을 흔들어 놓던 날.

괜히 책상 위 자료를 정리하는 척하며 내 안에서 요동치던 마음을 어떻게든 조용하게 눌러보려 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감정을 숨기는 능력이 늘어나는 일인지 모른다.

슬퍼도 웃고, 지쳐도 괜찮은 척 버티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하루를 넘기는 일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괜찮은 척하는 데 들이는 힘이 진짜 괜찮아지는 데 필요한 힘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그날 나는 나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 말 하나가 마음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게 했다.

어쩌면 정말 괜찮아지기 위한 첫걸음은 ‘괜찮은 척’을 내려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늘 누군가의 엄마이고, 책임을 가진 교사이고, 흔들리지 않아야 할 사람처럼 살아왔지만

그 모든 역할보다 먼저인 ‘나’는 사실 오래전부터 괜찮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받아들인다.


나를 속이지 않을 때 비로소 회복은 아주 조용히, 아주 천천히 시작된다.



TIP.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신호

· 상대가 묻지도 않았는데 내 입에서 먼저 “괜찮아요”가 나올 때는

이미 마음이 괜찮지 않다는 신호일 확률이 높다.

· 평소라면 웃고 넘길 말에 괜히 말이 날카로워지고
괜히 서운해지는 날. 그건 성격이 아니라 마음의 체력이 바닥났다는 신호다.

·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이 자주 떠오를 때, 사람이 싫어진 게 아니라
나를 감당할 여력이 없어진 상태다. 혼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도망이 아니라 회복의 신호일 때가 많다.

· 작은 선택조차 귀찮아질 때, “뭐 먹지?”조차 생각하기 싫은 날,
사소한 질문 하나에도 기운이 빠질 때.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마음의 배터리가 거의 방전됐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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