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예민한 날의 비밀

by 심횬


사소한 말에도 마음이 움찔하고, 익숙한 소음도 괜히 크게 들리고,

평소 같으면 그냥 흘려보낼 일이 오래 걸리는 날이 있다.


스스로 낯설어지는 날.

예전의 나는 그런 날이 오면 나부터 탓했다.

유난스러운 거라고, 예민해서 그렇다고. 혹은 마흔이 되더니 마음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이제는 안다. 예민함은 마음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신호라는 걸.

지친 날의 예민함은 작게 깜빡이는 경고등 같은 것.


“나 지금 힘들어. 너무 오래 참고 있었어.”


마음이 그렇게 말하는데 그 신호를 무시하면 더 큰 파도에 휩쓸리게 된다.

예민한 날에는 누굴 만나지 않아도 괜찮고, 계획을 미뤄도 괜찮고, 조금 더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그날의 마음이 말하는 속도로 움직이면 된다.


그런 날이면 뜨거운 물을 한 잔 크게 마시고 방을 천천히 걸으며 숨을 고른다.

그러면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속도가 아주 조금, 부드러워진다.


예민함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나를 지키기 위해 마음이 스스로 꺼내놓은 하나의 방어 방식.


그 신호에 귀 기울일 수 있을 때 우리는 덜 무너지고

조금 더 나를 아끼게 된다.



TIP. 예민한 나를 위한 설명서

· 예민한 날엔, 이유를 찾지 않는다. “그래서 왜?” 대신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해준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가 마음에는 더 필요할 때가 있다.

· 평소보다 말수를 절반으로 줄인다. 예민한 날의 말은 대개 나를 지치게 하거나 관계를 피곤하게 만든다.

그럴 땐 설명도, 해명도, 다짐도 조금 미뤄둔다. 적게 말하고, 많이 숨 쉰다.

· 나는 지금 힘들다고 인정한다. 누구에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속으로라도 정직하게 말해보는 것.

“나는 지금 괜찮지 않아.” 그 문장은 예민함을 문제에서 보호로 바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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