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울림
고흐의 삶이 주는 깊은 울림
이렇게 예술을 고뇌하고, 삶을 스스로의 곧은 선택으로 열정을 다해 이끌어간 이가 있을까? 고흐가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면 꼭 이 책을 마음으로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는 38년의 인생을 불꽃같이 열과 성을 다해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흰 캔버스 안으로 불어넣으며 작고 소박한 삶에 감사하며 살았다. 가족들과의 갈등이 있었지만 든든한 동반자였고 그를 정말 사랑했던 동생 테오가 그것의 빈자리를 꽉 채워주었다.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미래를 예측하며 자신의 신념을 지켰던 고흐의 글을 통해 내 삶을 바라보게 되었다.
요즘 눈에 담고 있는 자연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예민하고 섬세하고 무엇보다 그는 사람들을 사랑했다.
꾸미지 않은 그 자체를, 자연스러운 모든 장면들을,
내면을 바라볼 줄 알았고 자신의 세계에 들어온 그들의 내면을 캔버스에 고스란히 녹여낼 줄 알았다.
스스로를 통찰하고 부족한 부분을 계속 채워나갔으며,
자신에 대한 강직한 믿음으로 열정적으로 삶을 이끌었다.
하지만 고독하기도 했고 외롭기도 했다.
끝이 없이 내려앉는 고독과 외로움의 감정들은 어쩌면 그의 작품에 뿌려지는 에너지가 아니였을까?
순수하게 거짓 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삶을 대한다. 물론 삶은 그에게 순수하지만은않다. 발작을 동반한 병이 깊어졌고, 그의 죽음에 대한 여러이야기가 있지만 3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며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던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만나러 가게 된다.
동생 테오의 편지 부분에서 계속 먹먹해서 답답했던 마음이 눈물이 되었다. 울고 나니 한결 후련하다.
둘의 편지에는 서로에 대한 걱정과 믿음과 기쁨을 주기 위한 노력이 가득 담겨 있다. 어쩌면 그래서 정말 깊은 아픔은 표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글을 읽을수록 먹먹함이 더 부풀어 오름을 느낀다.
오늘은 ‘영혼의 편지’ 마지막 페이지를 그의 작품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만났다.
그리고 몇 해전 빈센트 반 고흐 재단에서 남편이 구입해온 고흐의 작품집을 발견했다. 마음이 두근거린다. 오늘 밤에도 그를 만날 수 있다.
책을 통해 자꾸만 나를 바라보게 된다.
고흐의 삶에서 배워야 할 부분들을 발췌하며, 그가 내 옆에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혼의 글과 그림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내가 무엇에 어울릴까, 내가 어떤 식으로든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없을까, 어떻게 지식을 더 쌓고 이런저런 주제를 깊이 탐구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뿐이다. p.22
끊임없는 자기 인식을 추구하고, 성장을 갈망하면서도
부딪히는 현실을 탓하다가 희망을 이야기한다.
고흐 자신의 안에 무언가가 있음을, 영혼 안의 거대한
불길을 알아차림이 나는 놀라웠다.
그림 속에는 무한한 뭔가가 있다.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들지만 자기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건 정말 매혹적이다.
폭풍이 몰아치는 스헤베닝겐 해안을 그리며 그가 느낀 이 감정에 함께 기쁨을 느꼈다. 스헤베닝겐의 풍경은 폭풍이 거세게 불어오기 직전의 바다로 몹시 인상적이라고 표현하였다. 풍경을 글로 보며 작품을 보니, 마치 그 광경이 바로 내 눈앞에 존재하는 기분이었다.
깊이 생각하고 늘 신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까닭은, 그런 자세가 우리의 에너지를 집중하고 다양한 행동을 하나의 목표로 모아주기 때문이다. 네가 말한 사람들도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더 분명한 생각을 가졌더라면 의연하게 일했을 것이다. p.91
깊은 생각들이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의 말 그대로였다. 에너지를 집중하였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분명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어쩌면 그 당시 혁신적인 그림이었지 모르는 고흐의 작품은 마지막 작품을 그리기까지 그 신념이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이 세상에 빚과 의무를 지고 있다. 나는 30년간이나 이 땅 위를 걸어오지 않았나!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의 형식을 빌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다.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것이 나의 목표다 p.99
명확하고도 선명하게 목표를 이야기할 수 있기에, 고흐는 스스로를 계속해서 채찍질하며 고뇌와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만일 누군가 쓸모 있고 참되고 필요한 무언가를 말할 때 이해하기 힘든 말로 한다면, 그게 말하는 사람에게든 듣는 사람에게든 무슨 소용이 있겠나? p.110
고흐가 가진 작품의 방향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작품에 쓸데없는 말은 적게 담고 자신이 느끼는 것을 정확하고 심오하게 표현하기를 바랬다. 그리고 소박한 누군가에게 이야기가 닿기를 바랬다.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혼과 지성이 붓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캔버스가 그를 두려워한다. p.134
삶에 대한 열정을 간직하면서도 평온함을 유지한다면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p.140
그림에 영혼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 고흐는 그것이 고전에서 벗어난 진정한 현대 예술이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전한다. 열정과 평온함, 그 둘의 공존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전혀 다른 결의 두 단어가 어쩐지 닮아 있다.
이제 타는 듯한 날씨가 시작되고 봄과는 분명히 다르겠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내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색은 이제 모든 것이 낡은 황금이나 청동, 구릿빛깔을 띠게 될 테이고, 창백하고 뜨거운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들라크루아의 그림에서처럼 달콤하고 조화로운 색이 될 것이다. p.179
자연의 사랑했던 고흐는 꾸미지 않은 자연의 색 그 자체를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연구했다. 물감의 색으로 표현했을 때 그 자체로 빛이 나기를, 그것을 색의 힘이라고 하였다.
누군가 내 그림이 성의 없이 빨리 그려졌다고 말하거든, “당신이 그림을 성의 없이 급하게 본 것”이라고 말해 주어라. p.194
고흐는 열광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에게 그림은 삶의 전부이자, 삶을 살아가는 이유이고 목적이었다.
고흐에게는 그림밖에 없었다.
자신을 완전히 던져버린 채 작업을 하다 습작을 완성하면 비로소 깨어난다. 집중력이 좀 더 나아졌고 손은 더 확신에 차게 되었다는 그의 글에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늘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걱정을 하고, 발작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정확하게 복제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색채를 더 임의적으로 쓰고 있다.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색에 대해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p.200
고흐의 색채에 대한 사랑이 너무 좋다. 그의 색채 안에는 고흐가 있다. 별을 그려서 희망을 표현하는 일, 석양을 통해서 어떤 사람의 열정을 표현하는 일 등 색채를 통해 무언가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랬다.
사랑하는 동생아, 너에게 진 빚이 너무 많아서 그걸 모두 갚으려면(꼭 갚게 되리라고 믿고 있다) 내 전 생애가 그림 그리는 노력으로 일관되어야 하고, 생의 마지막에는 진정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 같다. p.217
내가 형에게 원하는 것은 형이 아무런 근심 없이 지내는 거야. 형이 너무 힘들게 일해 와서 마치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할 때면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를 거야. p.220
이 장면에서 먹먹했던 마음에 담겼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둘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끈끈한 사랑으로 버티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걱정이 되지 않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이 아주 구체적이고 조심스럽다.
불평하지 않고 고통을 견디고, 반감 없이 고통을 직시하는 법을 배우려다 보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건 가능한 일이며, 심지어 그 과정에서 막연하게나마 희망을 보게 될 수도 있다. p.216
그의 고통의 정도를 알 수 없다. 불안하고 외롭고 괴로운 그의 상태는 발작이 계속해서 재발하면서 그림을 통해 잡고 있던 희망마저 꺼지게 하였다.
그의 의지를 키워주고 정신적 나약함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 그것은 그림이었다.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붙잡은 그는 소박한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그림을 그리기를 원했고 그 마음이 그림에 담겼다.
발작이 재발되면서 고흐는 또다시 절망한다.
슬픔과 불행에 질문을 하다가 지루함과 슬픔으로 숨이 막힌다.
그는 밤하늘의 별에 닿기를 꿈꾸었다.
희망이 절망으로 모두 덮이는 날, 그는 그 하늘의 별이 되어 떠났다. 지상 아래 수많은 영혼의 별과 같은 그림과 글들을 남긴 채.
[발췌]반고흐, 영혼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