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닥쳤을 때
파견교사 연구실이 생겼다.
책도 보고 프린트도 할 겸 들렀다.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창밖이 너무 예뻐 창문을 활짝 열고
잠시 화장실을 갔다.
갑자기 꽝!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난다.
설마……
.
.
.
대형참사다. 휴대폰, 가방이 모두 연구실 안에
있는데 문이 닫혀버린 것이다.
도어록 번호는 물론 외우지 못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
식은땀… 곧 다른 건물에서
전공 수업이 시작되는데
건물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나는 여기 캠퍼스의 길을 모르기 때문이고
건물 출입 카드도 가방 안에, 저기 저 닫힌 문
연구실 안에 있기 때문이다.
발을 동동 구른다는 표현이 딱이었다.
발을 동동 구르던 중에
손목에 애플 워치가 보인다.
애플워치에서 빛이난다
그런데 담당자 전화번호를 저장을 안 해둔 것이다.
평소 전화번호 저장을 게을리하는 습관이 문제였다.
카카오톡도 최신 대화창만 보인다.
겨우 대학교 이름이 있는 번호를 찾아 전화를 하니
행정실이 아니었지만 침착하게 행정실 번호를 묻고
또 연결된 행정실에서 담당자 번호를 받아
드디어 통화가 되었다.
담당자 이름은 기억해서 다행이었다.
비밀번호는 담당자의 전화번호였다.
나는 애플 워치에 매우 감사하며
불어온 봄바람 탓도, 휴대폰을 두고 나간 나의 탓도,
전화번호 저장을 게을리하는 나의 습관도 탓하지 않으련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문제는 해결되었고
당황스러운 위기의 경험으로
삶의 지혜를 한 가지 또 배웠으니까
이제 마흔이 넘었는데
낯선 환경에서 사리분별력과 행동력이
뒤쳐짐을 느낀다.
익숙했던 나의 학교가, 나의 일터가 그리운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