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에 관한 대화

12-15. Nov. 2020

by 시몽

12.Nov. 2020.THURSDAY


오전 일찍 부엌에서 필립포를 만났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무슬림에 관한 얘기로 귀결되었는데 이 주제로 한참 얘기를 나눈다고 도서관은 정작 11시나 돼서야 갈 수 있었다.


그래도 필립포와 나눈 대화가 워낙 생산적인 데다 영어 스피킹도 마음껏 할 수 있었으니 시간을 날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먼저, 그가 운을 뗀 것은 "미리, 너는 무슬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였다.

물론 나는 "I'm not racist, 그런데 히잡 같은 것은 여성을 억압한다는 면에서 좀 반대해"라고 했고

그는 "그 포인트를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더라 그래서 물었어"라고 대답했다.


즉, 필립포가 생각하기엔 그들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결국 일종의 racism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종교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우린 선진국이며 그들보다 똑똑하다는 전제 하에 "저건 틀렸어, uneducated 한 발상이야"라고 평가 내리고 재단한다는 것. 실질적으로 자기 친구 중에선, 히잡, 차도르, 니캅 등으로 몸을 가림으로써 소통할 때 여성의 성적인 부분이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말하는 것처럼 느껴서 편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사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아래의 사진처럼 신체를 가리는 의복을 입는다.



게다가 머리를 가리는 것은 대부분의 종교에서 행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녀님도 그런 복장을 하고 있으며 필립포의 고향인 이탈리아의 마을에서는 일요일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성당에 올 때 모두 머리를 가리고 오신다고 한다. 이어 '다름'에 대해 반응하는 그런 시선이라면, 유대인들이야말로 정말 우스꽝스러운 머리스타일에 모자와 수염을 하고 있지 않냐고. 여기서 말하는 건 다른 종교도 그러니까 무슬림도 그래도 돼 라기보다 왜 유독 무슬림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냐는 것이며, 그건 결국 그 국가에 대한 racism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어느 누가 감히 유대교와 가톨릭의 관습을 uneducated 라며 지적하기 시작하겠는가. 이것은 백인들이 행하는 문화인데.

저런 복장의 유대인들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본 적이 없어 생소하겠지만 뉴욕에 가면 정말정말 흔하게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라마단과 매 일정 시간마다 기도하는 측면에 대해 그들이 그걸 고쳐야 한다거나 비생산적이라고 비난 하는 것도 문제라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에 접근 가능한 경제학적 방법은 다양하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방법을 제시한다면 충분히 분란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고 필립포는 말했다. 즉, 자본주의에 이에는 이로 접근하는 것이다. 굳이 라마단 하지 마, 기도시간 만들 수 없어라고 그들의 문화를 무조적으로 부정하기보다 누락된 노동 시간을 뒤에 더하거나 하는 식으로 치환한다면 누가 불만을 쏟겠냐는 말이다.


이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이민자 무슬림들이 모스크나 기도실을 지어달라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분개하며 화를 쏟아낸 사건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건 그들의 수가 아직은 적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프랑스처럼 무슬림이 아주 많은 국가라면 그들이 내는 세금도 상당량 있기 때문에 모스크이나 기도실 건립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한국은 워낙 소수이기에 이러한 것들이 손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 소수를 위해 왜?라는 생각.

그렇다면 또한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장애인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거다. 소수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지하철에 보조장치를 다는 등 많은 사회적 보조장치를 마련하지 않는가. 여기에 분노하는 사람은 비인간적이라고 오히려 비난을 할 텐데 무슬림을 존중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반대로 반응하고 있다. "왜 그들만 유독 종교에 이런저런 규율이 많으며 종교에 그렇게 집착하는 가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데" 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면, 나와 다르다고, 또는 내가 사는 국가와 다르다고 왜?라고 접근하는 것은 정말 단편적이다. 각 국가마다 다른 역사적 정치적 상황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것들이 겹겹이 쌓여서 어떤 결과를 초래한다. 배경이 다른데 왜 우리처럼 생각 안 해?라고 한다면 세상을 정말 단순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무슬림 국가의 경우 지금도 수많은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많으며, 여러 가지 특수한 상황이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필립포도 몇몇 무슬림들이 종교적 규율과 별개로 때때로 과한 면이 있는 것은 동의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안타깝게도 외국에서 사는 그들의 처지가 원인이며, 대부분 정말 못살기 때문에 내일이 없는 것처럼 달려드는 것이지 않겠냐고 한다. 두 번째로는 다른 종교에서 목사 등 제대로 선교할 사람이 직업군으로 있는데 비해, 이슬람교에서는 그런 직업군이 없어 누구든 코란을 가르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급진적으로 잘못 전파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거리의 어린아이에게 내가 코란을 가르쳐줄게 하고 데려가서 그들의 입맛대로 사상을 주입하여 테러리스트가 되는 식.




아, 그리고 무신론자인 나는 성경을 읽어본 적이 없으며 (그 수많은 사람들을 믿음으로 이끈 힘이 궁금해 호기심에 읽어보려 했으나 아직까지 시도하지 못한 버킷리스트..) 따라서 코란은 더더욱 읽어보지 못했다. 그가 말하길, 성경은 계속해서 수정되어 왔고 문장들이 해석하기 나름인데 반해, 코란은 신의 말을 그대로 옮겨 쓴 것이라 수정될 수가 없으며 문장도 보면 "여자는 ~ 해야 한다." "성인은~ 한다"라고 정확한 지시가 내려져 있어 성경의 문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고 한다.




그렇게 열띤 오전을 보낸 후 학교로 갔다.



는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 청소시간이 있어서 1-2시 사이에 강제로 도서관을 비워줘야 한다. 때문에 오전에 공부를 조금 하고 나서는 잠시 학교 중앙 건물 로비에서 프로틴 바를 먹으며 공부를 조금 했고




오후에는 하이데거를 마저 공부 한 뒤, 오랜만에 다시 World Making 수업 복습을 했다. 사실 에세이를 일단 시작하고 에세이에서 인용이 필요할 때 리딩 리스트와 수업 자료를 뒤적거리는 정도만 해도 되는데 그게 성이 안차서 정확하게 다 이해를 한 후에 에세이에 착수하고 싶어, 아직까지 지난 한 달간 수업을 꼼꼼하게 복습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13. Nov. 2020



학교 가는 중





우리 기숙사 근처에는 큰 초등학교 두 개가 있다. 저런 성 같은 곳이 학교.




14. Nov. 2020. SATURDAY


주말에는 학교를 그간 안 갔는지 몰랐는데, 주말에 학교 도서관이 1시나 돼야 연다.

대신 study space를 예약할 수 있는데, 예약하고 갔더니 이런 교실 통째 한 공간이었다. 철저하게 시큐리티가 나 데려가서 문 열어줌. 아니 이렇게 나 혼자 있을 거면 집이랑 그냥 똑같구요...


새벽엔 잠이 너무 쏟아져서 라테랑 초콜릿.



15. Nov. 2020 SUNDAY



오늘도 비가 많이 내렸다.






인스타 보다가 예전 19년도 광주비엔날레에 했던 국군 광주 병원 전시를 다시 한다는 소식을 봤다.


저 전시가 군국 광주 병원의 폐허를 그대로 살린 채 그 공간을 활용해서 전시를 하는 건데, 때문에 악취가 심해 마스크를 쓰고 전시를 보는 형태였다. 그게 당시에는 참신했고 마스크를 쓰고 다 같이 전시를 보는 게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더라도 코로나 때문에 다들 마스크를 끼고 보겠구나 싶어 만감이 교차했다.


정말 이런 세상이 진짜 닥칠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전 세계가 준비가 안된 채 맞닥뜨린 이 판데믹은 진짜 후에 두고두고 회자되겠지. 나 할모니 되면 라떼는 말이야 엄청 할 것 같다..ㅋㅋ












오늘은 집에서 공부했는데, 저녁엔 너무 답답해서 외출했다. 조금이라도 걷겠다고 계단 이용해서 내려갔구



낙엽 엄청 많은 요즘 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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