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March 2024
2023년에 했던 터너 프라이즈 수상자 및 최종 후보자들의 전시가 이스트본에서 열려서 친구랑 주말 맞아 놀러 갔다. 이스트본은 영국 남쪽에 위치한 작은 바다마을인데 마침 날씨도 화창해서 제대로 여행 가는 기분.
우리가 갔던 브런치 카페 근처에 있던 오래된 카프 caff. 이런 영국 감성.
밥 먹은 후엔 기차에서 내릴 때 봐둔 기차역 근처에 있던 잡동사니를 파는 세컨드 핸드샵(빈티지샵, 앤티크 골동품샵)에 갔다. 진짜 이쯤 되면 거의 본인들 소장품들 자랑하려고 가게 차린 수준. 아이템들이 다 유니크해서 하나씩 팔 때 마음 아프실 것 같은데 어떻게 파나 싶다. 너무 기이한 전 세계에서 모은 듯한 별의별 잡동사니들이 많았다.
나는 여기서 세계 각국의 지폐를 모으는 친구를 위해 지폐를 몇 장 샀다.
그리고 오래된 작은 쇼핑몰로 이동. 이런저런 가게들이 모여있었는데 영국에 흔한 이름을 적은 비누를 파는 딱 영국 감성의, 영국 아줌마들이 갈 것 같은 가게도 보고,
그리고 또 걷다가 이런 오래된 펍도 보고,
뜬금없이 축구 키트 전문점도 봤다.
이 인조 잔디를 넣어 액자화시킨 피규어는 꽤 좋은 아이디어 상품이더라. 자기가 좋아하는 축구 팀 선수 조합이면 축구팬들에게 좋은 선물일 것 같았다. 그리고 가게가 영국식 집 건물에 위치해있어 중간에 툭 튀어나온 bay 윈도우와 천장이 높아 왠지 예뻤다.
확실히 런던을 벗어나면 더 영국스러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오만과 편견과 어바웃 타임의 결혼식장 같은 배경의 진짜 영국. 영국 사람들도 영국과 런던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런던은 동시대에 계속 변화하고 발생하는 국제도시로 영국의 다른 곳들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역사를 다 고스란히 품고 지속하고 있는 곳으로. 이 동네에서 이런 어마어마한 크기의 영국스러운 학교도 보고 크고 예쁜 집들도 많이 봤다. 런던에서 느끼기 힘든 사람들이 드문드문하고 스트레스 없이 평화로운 분위기.
드디어 도착한 타우너 이스트본. 작가 작품 커미션 작품 결과인 건물 외벽.
역대 터너 프라이즈 수상자들이 벽에 적혀있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들이 수상한 시기의 작품을 뭐였던지 와 시기를 다시 보는 게 흥미로웠다. 게다가 터너 프라이즈의 운영과 역사에 대해 솔직하게 서술한 이 노트들. 노트 1, 2020년 전시는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었기 때문에 결국 상금을 10명의 작가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그리고 노트 2, 행사가 생전 처음으로 개인 작가 한 명이 아닌 컬렉티브에게 수여된 점을 기록. 아마 포렌식 아키텍처를 말하는 거일 거다. 노트 3,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상금이 주어지지 못했던 시기.
미술관에서 일하다 보니 이런 것들이 아무래도 눈에 들어온다. Accessiblity 접근 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키트들이 든 가방을 준비했더라.
이번에 최종에 든 네 작가 중에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첫 번째 작가. These examples speak to the realities of working in multiple roles as an artist and mother, and highlight Leung’s interest in the time, labour and support structures required to make and maintain artworks.
2층(영국식 1층)으로 올라가던 길에 발견한 조각상.
그리고 우승자이자, 왜 우승자인지 너무나도 이해되던 제스 달링. 너무 독보적으로 좋았다. 작품이 재치 있고 좋아서 이게 우승자겠다 싶었는데 정말 그래서 왠지 뿌듯했다. 너무 좋은 작품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 있는데 이 작가 공간이 그랬다. 설렜다.
themes of Brexit, nationality, identity, bureaucracy, immigration and austerity. His use of materials and commonplace objects like concrete, welded barriers, hazard tape, office files and net curtains, to convey a familiar yet delirious world. Invoking societal breakdown, his presentation unsettles perceived notions of labour, class, Britishness and power.
관객들 참여 공간. 이런 거 하나하나 관심 기울이는 미술관 종사자 둘.
미술관 외벽 작품이 이렇게 전시관 굿즈 만들기는 좋더라. 더도 덜도 아니게 딱 센스 있게 만든 굿즈들.
그리고 기프트숍에서 로컬 작가들의 작품들도 파는 게 친근감 있고 좋았다.
타우너 앞에 있는 설치조각.
열심히 전시 봤으니 쉬어가는 타임. 영국은 보통 카페가 4시에 닫으니, 얼른 커피를 한잔하러 카페에 왔다. 그새 또 배고파진 나는 브리 샌드위치를, 친구는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여기도 젊은 감각의 힙한 카페였음.
그리고 드디어 오후나 되어 온 이스트 본의 바닷가. 좋았다. 강아지도 바다도 하늘도.
그리고 브라이튼이든 이스트본이든 콘월이든 포크스톤이든, 영국의 여느 바다마을에 가도 늘 있는 오래된 오락실. 해변 쪽에 놀이 기구 몇 개와 커다란 오락실, 오래된 대형 펍이 있는 건 이 나라의 국룰.
해변가를 따라 있던 집들 모양도 색도 높은 천장도 다 예쁘다.
저녁은 한식. 김밥도 차갑고 치킨도 애매했지만, 그래도 한국인 가족이 하는 식당이었고 우릴 보고 은근 반가워하시길래 따스했음.
기차를 너무 늦게 끊어서 이제 집에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남아 근처 펍에 갔다. 여기도 역시나 지하에 레코드를 파는 힙한 카페 겸 바
너무 하루 종일 붙어있었더니 지친 우리. 기차에서 각자 시간을 가졌다. 난 가져온 책 읽는데 챕터 제목 웃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