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락다운, 과제제출

Jan.2021

by 시몽

4. Jan. 2021


캠터디 하는데 어떤 분 화면에 고양이 난입해서 너무 귀여웠음.





























더 팬에서 좋아하게 된 가수 유라의 신곡이 나왔다. 선우정아나 유라처럼 자작곡을 내는 가수들을 보면 저렇게 주절주절 본인의 생각과 마음을 써둔 글귀가 있는데 꾸밈없는 말과 그 솔직함이 귀엽고 좋다. 몇 가지 글에선 꽤 위로도 받았다. 이를 테면 아래처럼 써두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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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술 추세가 컨템퍼러리로 넘어오면서 프로파간다적인 작품이 대부분이라, 미술관에 가면 세계 각국의 소외된 소리나 마주해야 할 현실들을 조명하고 있어 머리가 지끈거리고 기가 빨릴 때가 많다. 물론 나 역시 그런 현실을 인식시켜줄 수 있는 큐레이터의 역할에 매료되어 이 길로 온 것이긴 하지만 가끔은 그냥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 대신 그저 작품을 통해 감정적으로 위로받고 싶을 때도 있다.


팔기 위한 갤러리용 작품이 아닌 미술관에 올리는 작품 중 이런 작업을 요새 정말 보기 힘든데, 비교적 최근에 봤던 작가 중엔 권하형과 차지량이 그랬다. 송은미술대전의 2019년도 최종 4인 전에서 나머지 세 작가가 세상의 어떤 이면을 보여주며 그것을 외면하는 우리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질 때, 차 작가는 오히려 올곧이 자기 것을 했다. 본인이 여기저기 다닌 장소들과 만났던 사람들에게 받은 감정과 생각을 풀어내는 작업. 권 작가도 이런 미술계의 흐름에서 벗어나, 본인의 고향과 가족에 대한 기억을 풀어내고 본인이 마음이 가는 구석과 흔적을 담은 사진 작업을 보였다.


첫 직장의 상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요즘 미술엔 말이 너무 많아. 그냥 난 아우라를 가진 작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예쁘고 멋진 거." 나도 이제 그 말이 나오게 된 전후 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공감과 위로는 결코 가벼운 일로 치부될 수 없다.

싸이월드 감성이니 뭐니 오글거린다며 피하고 싶을지언정 우린 그걸 이전부터 사랑해왔으며 필요로 해왔다. 한편, 내가 가진 모순은 차지량 작가의 글과 유라와 선우정아의 글이 주는 감성은 그토록 좋아하면서 자기 계발서들이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같은 책들은 너무 싫다는 점. "무슨 책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상대의 입에서 저런 책들이 나열된다면 속으로 은근히 비웃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려운 책들만 진짜배기 책이라고 생각하는 꼰대 마음인 거다. 심지어 난 지대넓얕도 한심하게 생각했었다. 제대로 책 한 권을 곱씹으며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지 그것마저 하기 귀찮아서 누군가가 여러 권의 책과 사상을 요약한 것을 읽는 편을 택하다니. 심지어 저렇게 방대한 내용을 고작 백 페이지 가량으로 요약한 것을 읽고 무언가를 안다고 말할 사람이 앞으로 쏟아져 나올 것을 생각하면 별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 또 오늘 오전에 본 오마르의 삶 유투버이자 저자의 글이 불쑥 머리를 내민다. 아직도 내맘을 나도 잘 모르겠다 . 사실 <떡볶이는...>책은 여전히 뭔가 읽기 싫다만, 아래 오마르의 글이 너무 공감가고 재밌어서 공유하기 위해 적은 서두가 길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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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Jan. 2021


문학동네 마케팅팀 정말 일 잘하는 것 같다. MBTI에 맞춘 책 추천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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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철학자가 있어 이래저래 알아보다 외교부에서 이런 기획을 한 것을 발견.

유명한 석학을 데려온 것 치고는 내용이 좀 많이 아쉽긴 했지만, 이 인터뷰의 모더레이터였던 한국외대 교수님의 불어 발음이 너무 멋있어서 반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끌었던 영상. 세상 어느 전-대통령이 트워킹이라는 단어를 말할까?

남성성에 대해 얘기하며, 진짜 남자는 주변에 트워킹을 하는 8명의 여자를 필요로 하지 않아 라고.


























7. Jan. 2021


올빼미형이라 매밤마다 공부에 몰입하기 시작해서 날 밝기 직전에 잠드는 게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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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Jan. 2021


이 날은 야심 차게 학교 도서관을 가긴 했는데 무슨 도서관이 너무 추운 거다. 손이 시려서 타자를 못 칠 정도. 학교 신입생 단톡방에 이 얘기를 하면서 ridiculous 하다며 우리 학비 다 어디로 가냐고 하니, 다른 애들이 나도 그렇게 느껴! 이러면서 공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한 메시지가 시초가 되어 애들끼리 학교에 건의 사항 리스트 만들어서 올리자는 논의가 형성되고, 무려 20가지나 정리해 적었다.





요즘엔 에세이 과제가 두 개 있는 데, 저번 과제에서 바로 영어로 쓰기 시작한 것과 달리, 이번엔 색다른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한글로 적고 나서 영어로 번역하기. 뭐가 더 나은 방법인 지 모르겠으니 논문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 예행 실험차 시도하고 있다. 한글로 써보고 싶은 건 언젠가 한국에도 논문을 투고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서다. 짬날 때마다 첫 번째로 제출했던 에세이 영->한 번역도 해보는 중.






9. Jan. 2021


락다운 때문에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때 고국으로 돌아간 학생 중 많은 수가 영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걔네가 기숙사 계약이 1년짜리라 렌트피는 계속 내면서 고국에 머물게 된 거다. 그래서 그 부분을 참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학생들이 학교와 기숙사 업체를 상대로 하는 투쟁을 하는 goldsmiths rent strike 계정. 역시 파업의 나라 유럽(이젠 유럽 아니지만). 근데 팔로워가 워낙 적어 이 운동은 아무 효력 없이 끝날 것 같긴 하다.





심지어 이 날은 히터가 고장 나 방이 너무 추웠으며 찬물만 나왔다.

그나마 이런 수리는 빨라서 바로 고쳐주러 오시긴 했지만, 오전 내내 샤워를 못해서 너무 찜찜했었다.






















그리고 이 시기엔 한창 클럽하우스가 유행했다. 종종 클럽하우스에서 아트 컬렉팅 방 등을 켜 두고 밥을 먹곤 했다. 외국 유학생 신분으로서 클럽하우스는 꽤나 달가운 매체였다. 한국어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데다가, 즉각적인 소통매체라 뭔가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가까이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


새벽엔 책을 잔뜩 주문했다. 책값은 또 왜 이렇게 비싼 지.






10. Jan. 2021




11. Jan. 2021


월화는 수업이 있는 날이다.

3-4시간동안 영어 폭격 수업을 듣다 보면 진이 다 빠져서 늘 이 날들은 수업 하나만으로 날아가버린다.


그리구 수업 전에 매번 맘에 드는 사진이랑 음악 틀어두는 교수님 .ㅎㅎ

무슨 음악이고 작품인 지도 꼭 적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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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엄기호 사회학자의 글이 좋아서 한겨레 신문에 기고하신 칼럼을 아침에 매일 한 개씩 읽어보고 있는데 이 날이 이 분 글을 처음 접한 날이다.


그리고 이 글이 바로 계기가 된 글.

요즘 클럽하우스를 경험하며 내가 생각했던 것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오후에는 교수님이랑 튜토리얼 미팅이 있었는데 무려 20분을 늦으심^-^

내가 시간을 잘못안걸까 하고 심란한 내 표정...


그래도 나중에 들어오셔서 이것저것 친절하게 잘해주셔서 너무 유익하게 튜토리얼을 잘 끝냈다.



12. Jan. 2021


짐캐리가 기생충에 대해 "수행능력이나 완성도"라고 말한 부분이 좋았다.




















이건 또 논문 읽다가 lunar society 가 만월회라는 올드한 느낌으로 번역된 것을 보고 흥미로워서 캡처.















13. Jan. 2021


영국은 학생 비자로 주에 20시간까지는 근무가 가능한데 관심 가는 컬렉션에 파트타임 잡이 떴길래 지원했다. 적어야 하는 항목이 생각보다 더 까다롭고 많아서 아직 완성은 못했지만 지원 과정 중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캡처해두었다. 코로나 대처나 시민의식은 참 선진국 같지 않은데 이런 부분은 또 그래도 선진국 답다. Diversity Monitoring이라고 해서 차별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다양하게 뽑기 위해서 이러한 세세한 부분을 물어보는 것. 특히 잡 지원할 때마다 꼭 있는 인종 군을 묻는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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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Jan. 2021.


매주 목요일은 특별 연사 초청 세미나 하는 날.

오늘은 골드스미스 출신이기도 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Forensic Architecture가 강사였다.

포렌식 아키텍처는 그 이름에 있는 포렌식이라는 말처럼, 건축학적 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인권과 폭력의 현주소를 조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다학제 간 리서치 그룹으로써 리서치 결과물을 작품으로 내놓곤 한다. 요즘 작가군을 보면 이렇게 리서치와 아카이빙을 토대로 결과물을 내놓는 형태가 많다. 결과물이 텍스트뿐 아니라 시각적 요소와 다양한 메테리얼이라면 그게 곧 작품이 되는 식.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이민자 얘기가 언급되었고, 이렇게 지도나 통계학적 결과로 세계의 마이너리티에 대한 논의를 가져오고 문제점을 중심으로 끌어오셨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지난 에세이에 대한 평을 받았다. 점수는 Distinction 최우수ㅎ

한국 대학원도 이렇게 긴 글로 된 코멘트를 주는지 모르겠는데 여긴 교수님께서 A4 한 장 분량에 달하는 코멘트를 주셨다.


사실 수업 할 때 언어의 장벽과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활발히 참여를 못해 자책을 많이 했는데, 누군가가 걔네 그냥 말만 많은 거고 실제로 점수를 잘 받는 쪽은 성실하게 임하는 한국인이더라는 말을 해줬었다. 그 말에 의지해서 힘든 과제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밤새가며 최선을 다 했던 건데 정말 점수가 좋게 나와서 놀라기도 하고 자신감도 붙었다. 코멘트는 디테일한 뒷부분 빼고 첫 부분만 살짝. ㅎ


에세이 주제를 Digital ecology 에 초점을 맞추었다. 참고로 한 서적은 벤자민 브래튼의 the stack.


에세이 쓰다가 좋은 글이라 공유.

큐레이터라고 하면 여전히 많은 수의 주변 사람들이 작품을 걸거나 파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또는 갤러리스트와 혼동해서 자기 아는 친구 갤러리에서 일한다며 공감대를 형성하려 하거나.


제대로 된 큐레이팅과 미술업계에서 인정하는 전시를 보려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각종 국립과 시립 미술관 또는 비엔날레 등을 가면서 눈을 높이는 것을 추천한다. 예술의 전당은 대체로 티켓 값으로 돈을 벌기 위한 외주 업체이기 때문에 그저 바잉 해서 오는 전시라 사회 비판적인 시선이나 공공을 위한 의식은 없는 펀이고, 디뮤지엄이나 K뮤지엄 같은 그런 사립 미술관들도 마찬가지. 그래도 사립 중에서 리움이나 아모레퍼시픽, 롯데 뮤지엄은 전시 질이 매우 좋은 편이다.






17. Jan. 2021


철학 글은 정말 영어 텍스트만으로 이해하기 너무 힘들어서 한국 텍스트와 이북을 참고 하는데, 때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다. 유튜브의 콘텐츠들을 대체로 믿을 수 없지만, 5분 뚝딱 철학의 이 분은 철학 박사까지 하고 책을 내신 분이길래 한번 봤더니 정말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시는 거다. 그래도 비트겐슈타인은 어렵더라. 첨에 잘 따라가다가 이 도표 나오면서 한숨...



요즘 집에 박혀서 에세이만 쓰다 보니 걸음수.. 친구가 나 뒤집기만 하고 살았냐고..ㅋㅋ
























18 Jan 2021


이 날은 온라인 전시 보면서 토론했다. 원래라면 직접 전시 보러 가서 얘기 나누는 건데...



19 Jan 2021


에세이에 매진하다가 새벽 4시에 제출하고 잤다. 하나는 Curating & Ethics 3천 자, 다른 하나는 Transcultural Memory 5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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