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021
5 Jan 2021
날씨가 좋아 친구랑 런던 브릿지에서 만난 날.
그동안 이 친구에 대해선 학과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5년 차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휴직을 육아 또는 유학으로 두 번 낼 수 있는데 이번에 유학 휴직을 내고 온 거라고 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만 해도 무려 영국 유학을 하고 온 선생님은 없었는데, 그게 본인을 위한 것일지언정 애들은 참 복 받았다 싶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면 전 과목을 다루는데, 이 친구는 미술 교육으로 정하고 와서 학교에서 이것저것 프로젝트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일하다 온 건 피차 마찬가지지만, 또 남이고 다른 분야라 그런지 다시 공부하는 친구가 참 대단해 보였다.
얘네를 알게된 이 유학생 오픈 단톡 방이 형성된 계기가 코로나 때문에 유학이 불투명해졌으나 꼭 가야 하는, 그런 애들 중에서도 미술계열 석사 애들이 모인 거였는 데, 나는 나이가 더 먹기 전에 가야 했고 누구는 디퍼가 안되었고, 또 누구는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교육청에 유학계를 냈는데 돌리기가 복잡해서였나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유들, 다양한 개인의 역사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끼리 또 같은 환경과 상황에 마주쳐서 쉽게 친해지고 그런 게 역시 해외생활의 묘미인 것 같다.
그렇게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유학 휴직을 내고 온 이 친구는 교육학 석사를 하는 중이다. 교육학이라고 하면 막연히 어떻게 잘 가르칠 수 있을 지에 대한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성년이 되어 어떤 직업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는지. 즉 교육 후 과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고 한다. 따라서 내가 내 업계의 일자리가 얼마나 좁고 험난한 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관심 있게 들어주었다. 학생들이 큐레이터라는 진로를 위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며. 나 역시 교육이 국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친구를 통해서 더욱 세밀하게 이 학문에 대해서 접할 수 있었다. 내 분야 공부를 마스터하는 것도 평생이 걸릴 것 같은데 다른 분야의 공부에도 흥미로운 구석이 너무 많다. 공부에는 정말 일생을 바쳐도 부족할 것 같아.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 아버지가 시간여행 능력을 평생 책 읽는 데에 썼다는 게 공감이 간다. 내게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22 Jan 2021
퍼스널 튜터와 면담이 있었다. 명망 있는 thinker (사회학자, 철학자, 환경운동가, 여성학자 등을 아우르는 이론가를 영국에서는 이렇게 부른다, 즉 사상가를 일컫는 말)이자 큐레이터라 즐거운 얘기를 하고 친해지고 싶은데, how are you라고 물으시면,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게 아쉬운 삶이라 슬픈 얘기로 자꾸 빠지게 된다. 오늘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그래도 교수님께서 RCA에 다니는 큐레이팅 공부를 하는 다른 친구를 한 명 소개해주었다. 한국도 그렇고 교수님들께서는 늘 이렇게 아시는 분 매칭을 잘 해주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