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y Hyde Park, 동화같던 순간

Jan. 2021

by 시몽

22 Jan 2021


이 날도 새벽 4시쯤이나 돼서 우버를 타고 돌아갔다.


한국에서는 술자리에 새벽까지 있었던 적이 없는데, 영국에서는 유학생끼리 만나 나누는 이런저런 얘기들이 늘 생산적이고 재밌어서 자리에 늦게까지 남는 일이 허다한 것 같다.


오늘은 사진에 관심 많다는 오윤 오빠가 영국 작가를 몇 소개해주었고 재용 오빠는 본인의 디자인 작업물을 보여줬다. 텍스타일 디자인이라는 당시 나로썬 생소한 학과였는데 흥미로웠다. 주변 환경이나 오브제, 색감에서 영감을 받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걸 스케치한 다음에 직물과 패턴으로 재현해내는데, 재료가 캔버스에서 직물로 바뀌었을 분이지 파인아트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실크, 울, 또는 특이한 섬유 등 다양한 재료를 시도해보다 연차가 지날수록 점차 각 학생들의 페이보릿 직물이 뚜렷해진다는데 오빠는 울이 너무 좋다고 한다. 본인의 degree show에는 자주 가던 영국 빈티지 숍의 주인들도 보러 와 주었다는 데 그 일화도 좋았다. 로컬 샵 주인들이 한 아시안 학생의 졸업전시회를 보러 와 주는 관계가, 영국 사람들의 creativity를 존중하고 관심 있어하는 부분이 엿보이는 것 같아서.







아래는 오빠가 추천해준 유명한 텍스타일 디자이너 anni albers. 이 날 대화를 나눈 후엔 집에 돌아가 책을 하나 사서 제대로 공부해보려고 알아봤는데, 디자이너의 작업물 성향을 살린 책 표지도 너무 예쁘더라.






















24. Jan.2021


오늘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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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 런던에서 눈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정말 흔치 않다는데, 한참을 바라보고 사진도 찍었다. 정말 예뻤다. 한국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도 하고 사진도 보내고 런던의 아름다운 아침을 이리저리 공유했다. 발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아름다운 날도 놓치기 싫어서 갈팡질팡하다 에이 나가자 싶었다.



어젯밤 봤던 쇼디치 식구들과 만남 약속을 잡고 나서는 길. 눈이 벌써 많이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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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파크 마블 아치가 만남의 장소. 런던 와서 산 헌터부츠가 오늘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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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빌딩 열기가 없어 눈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해가 저물 즈음이라 푸른빛의 시간대가 눈과 잘 어울리기도 했다. 정말 동화 속 같았던 하이드 파크. 너무 추웠지만 마음 한구석의 이리저리 엉킨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게 겨울의 유럽이구나 싶어서 오랜만에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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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이가 남겨준 내 사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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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소복이 쌓인 지붕은 정말 너무 예쁘다.




이건 헨리 무어 Henry Moore의 The Arch라는 작품인데

























누가 여기다 남자 성기를 그려놨더라 그것도 두 개나..;; 야무지게 공간배분해서 ㅋㅋ

오윤 오빠는 위대한 작품에 빅 엿을 남긴 거 아니겠냐며. 정성 들여 이렇게나 크게 그린 게 웃기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게다가 이걸 남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누군가가 그렸을 걸 상상 하면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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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쇼디치 식구들과는 헤어지고 이후엔 소정이 집에서 소정,혜조,서연 언니와 저녁 약속이 있었다. 배달시켰던 한국 음식점의 잡채와 치킨까지 세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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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아트를 하는 소정이가 요즘 관심 가는 책을 보여주기도 했다. 요즘엔 스톱모션 관련된 책에서 인체의 움직임과 감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이날도 새벽 4시까지 놀다가 우버 타구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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