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021
미술관 전시 직관이 불가능하니 이런저런 온라인 플랫폼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중 하나인 passing-time.
코스 메이트의 말에 인용하자면, 미술관의 틱톡 같다며. 아무 생각 없이 켜 두고 시시각각 바뀌는 작품이나 작가의 단상을 담은 영상을 보다 보면, 영감을 얻을 만한 건수가 가끔 나오기도 한다.
수업 하나를 끝내고 오후에는 다음 주 있을 발표 준비. 요즘 머리가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영상을 유독 많이 본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어떻게라도 생산적인 것을 찾고자 늘 택하는 선택지는 다큐멘터리.
저 다큐멘터리 시리즈 중 "인종 간 부의 격차"는 정말 추천. 노예제도에서 막 벗어난 흑인들과 백인들이 버스를 동승하지 않으려 했던 시대. 그리고 그때부터 비롯한 흑인들이 거주하는 동네와 백인들이 거주하는 동네의 집값 차이. 그리고 흑인들은 불가능했던 모기지 대출. 사실 부의 세습의 가장 큰 건수는 집이고 땅인데, 이런 과거에서 쭉 비롯되다보니 지금 여전히 흑인들은 백인들만큼 앞서 나가지 못했고 그 격차는 돌이킬 수 없이 벌어졌다는 거다. 결국 모기지와 부동산으로 인종 간 부의 격차를 설명한다. 이제 흑인 차별 문제 끝났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옛날의 문제가 지금까지 끌며 어떤 상황을 야기하고 있는지, '회복'이라는 단어를 대담하게 사용해도 될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거다.
"송 익스플로더"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곡이 어떻게 제작되나 엿볼 수 있는 콘텐츠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R.E.M를 우연히 어디선가 알게 되어 좋아했기에 R.E.M 편을 봤다. (맨 오른편이 R.E.M 노래 중 페이보릿)아티스트는 미술 음악 막론하고 늘 내게 동경의 대상이다.
이 날은 영 공부도 안 되고 이것저것 다른 것만 기웃거리면서 뭔지 모를 우울에 잠식되어 있던 날이었다. 나름 일단 달달한 것들로 해소해보려 했다. 단순하고 빠른 방법으로.
꾸덕꾸덕 1000 칼로리는 거뜬히 넘을 것 같은 초코 롤을 한통 다 먹고, 급기야 나가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까지 사 왔으나, 이는 먹을 땐 좋았지만 먹고 나서는 살쪘겠다 싶어 더 슬퍼지는 바보 같은 짓으로 귀결되었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명 중에서 고민하다 결국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한테 힘든 얘기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 친구에게 그런 얘기를 해서 짐을 주기는 또 싫었다. 전화를 하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모르겠는데 펑펑 울었다. 그리고 늘 더 잘해야 한다고 채찍질하던 엄마가 잘하고 있다고 치켜세워주시니 어린애처럼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유학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복잡하고 입체적이다. 정확하게 가장 큰 스트레스 하나가 있다기보다 이런저런 것들이 쌓여서 터진 것 같다. 명확한 한 가지 문제는 내가 너무 작게 느껴져서다. 보잘것없는 내가, 정말 난 아무도 아닌 것 같아 하는 생각의 구렁텅이. 그리고 4개월 간 나는 똑똑해졌는가 난 어떤 발전을 이룩했을까 싶은 조급함.
또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만나는데, 거기서 오는 좋은 영감도 있지만 강한 자극도 있고, 나는 또 쉽게 움츠러드는 사람이라 그 자극으로 부터 나를 계속 옭아맨 것 같다. 요즘 말로 깡이 있어야 하는 건데 그들과 비교해서 난 뭘까하며 작아진다. 다들 자기 잘난 얘기만 하고 좋은 면만 설명하는 것 뿐인데 왜 거기서 위축되냐는 엄마 말을 염두에 늘 두어야겠다. 오늘 그래도 쏟아냈으니 내일은 한결 나아졌으면 하는 바램.
그리고 임플란트 키드..ㅋㅋㅋ 개그맨이 내 유학생활에 큰 위로가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게 영화나 작품이 될 줄 알았지 개그맨이라니.
한차례 수업을 끝내고, 마침 테이트 아트 숍에서 세일을 한다길래 이것저것 신나게 쇼핑했다. 실컷 담아놓고 한국에 어떻게 가져가나 싶어 결제까지는 못함.. 이 무슨 시간 낭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