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애는 우리 그룹에서 빠져야 되는거 아니야?
내가 제대로 들었나 두 귀를 의심했다.
'진짜 우리반 K가 그렇게 말한걸까?'
'K는 그런 말을 할 애가 아닌데..'
그런데 H선생님이 전해주는 말에 의하면 분명 K가 그렇게 뒷담을 했단다.
실제로 엄마가 계시는 않는 W는 지금 너무 큰 상처를 입은 상태라고 덧붙이며.
내가 알고 있기로 K,W,J는 친한 사이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
착잡한 마음으로 K와 J를 방과 후에 남겼다.
K는 잠시 다른 장소에 있기 하고 J와 이야기를 했다.
J는 W에게 K의 뒷담을 전달해준 아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에게 말해줄래?"
"사실은 K가 우리 학교 K가 아니라 이름이 같은 다른 학교 학생이에요"
이게 무슨 말일까?
무언가 말하는 뽐새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혹시 J가 K의 잘못을 덮어주려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혹시 너희들끼리 이름이 같은 다른 학교 학생이 한 거라고 미리 말을 맞춘거니?"
"아니요. 그런 적 없어요. 그런데 정말 다른 학교 애가 저한테 전화를 걸어와서 W의 뒷담을 깠어요."
확실히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같다.
"다른 학교 학생은 어떻게 알게 됐어?"
"교회에서 만났어요."
"그럼 어디 학교에 다는 학생이야?"
"음...잘 기억이 안나요."
"걔는 W가 엄마가 안계신다는 걸 어떻게 알았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저한테 전화가 와서 그런 식으로 뒷담을 했어요."
"그럼 다른 학교 걔 전화번호 좀 알려줄래?"
"아...그때는 전화번호가 있었는데, 지금은 삭제됐는지 없어졌어요."
누가 들어도 사실일 수가 없다.
J의 눈동자에도 거짓이 가득하다.
"선생님이 듣기에 지금 너가 하는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거든. 지금 사실대로 말하는 거 맞니?"
J는 고개를 떨구고 잠시 말을 멈췄다.
곧이어 고개를 든 J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다.
"사실은 K가 미웠어요."
"무슨 말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래?"
"틱톡에서 K가 교회가기 싫다고 해서 그게 미웠어요. 그래서 W에게 K가 엄마 없는 애는 빠져야 되지 않겠냐고 뒷담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과연 이게 초등학생이 할 수 있는 생각인가?
어쩌면 이리 잔인할 수가 있지?
일반적인 여자아이의 질투심으로 포장해주기에는 선을 넘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K가 미웠다 한들 W의 가장 예민한 상처를 끌어들여서까지 K를 모함하다니.
정말 가까스로 분노를 삼켰다.
더 추궁하고, 더 혼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는 일이었다.
잠시 다른 공간에 있던 K와 J를 대면시켜 사실을 말하고, 사과를 하게 하였다.
K의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K가 더욱 걱정하는 것은 W였다.
W는 이미 하교한 이후라 다음 날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J에게는 K와 W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편지를 써오도록 하고, 일단은 마무리를 지었다.
다음 날, J는 K와 W에게 사과편지를 쓰긴 썼는데 집에 놓고 왔단다.
이젠 그 말 마저 사실일까 의심이 들었다.
K와는 벌써 화해를 했는지 싱글방글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K,J,W와는 2교시가 끝난 이후 쉬는 시간에 자리를 만들었다.
W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고 사과를 하도록 하였다.
"응 있잖아~ 내가~ K가 미워서 거짓말을 했어~ 사실은 K가 너 엄마 없다고 뒷담한 거 아니야~ 미안해~"
한숨이 절로 나온다.
J에게는 이 상황이 장난인가?
J는 W가 받을 상처를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인가?
이건 정말 아니다.
꼴사납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다.
J는 잠시 교실에 들어가있도록 하고, W에게 감정을 물었다.
어떻게 가장 친한 친구가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화가 너무 난다.
세상에서 엄마 없다는 말을 제일 싫어하는데 상처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다른 친구들도 내가 엄마가 없다는 것을 알아버려서 큰일이다.
밤에 계속해서 잠이 안올 것 같다.
W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게 파인 것 같았다.
그런데 W는 J와는 여전히 단짝을 하고 싶단다.
어떻게든 W에게 J가 진실된 사과를 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에 따로 있던 J에게 가서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너가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교회에 가서 예수님한테 기도를 할 때랑 방금 W에게 사과를 할 때의 진실성을 마음 속에서 비교해봐. 정말 온 진심을 다해서 사과를 했다고 생각하니? 그런 식으로 친구에게 상처를 입히고, 가볍게 사과를 하고 나서 교회에 가서 기도하면 예수님이 좋아하실까? 예수님이 그런 식으로 살라고 하셨니?"
J는 고개를 떨군다.
진실된 사과를 하기로 약속을 하고 다시 W와 마주했다.
"내가 K가 너무 미워서 거짓말을 했어. 나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 상처를 조금은 아는데 너한테 그런 상처를 줘서 정말 미안해. 거짓말한 것도 미안하고, 엄마 없다고 한 것도 미안하고,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미안해."
이번에는 조금 더 진실성이 느껴졌다.
그러나 W의 표정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일단은 아이들끼리의 사과는 마무리를 하고, W와는 이야기를 좀 더 했다.
"화가 조금은 가라앉니?"
"아니요. 전혀 가라앉지 않아요. 도저히 상처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W는 J의 사과와는 별개로 상처가 너무 깊어서 슬픔이 가시지 않는다고 한다.
W의 찢어진 마음은 어떻게 다시 꿰매줄 수 있을까.
아빠에게는 절대 이야기하지 말아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아빠가 자신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들으면 폭발할 것이 분명하기에 제발 비밀로 해달라고 한다.
홀로 상처를 짊어지고 가려는 W를 보니 안쓰러움이 밀려온다.
W에게는 상담선생님과의 만남을 권유했다.
W는 처음에는 완강히 거절했으나 결국은 한 번은 만나보기로 했다.
J는 이미 친구들과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며 기분이 좋아진 듯 보였다.
상처를 입힌 사람은 멀쩡하고, 상처를 받은 사람만 홀로 힘겨워할 것을 생각하니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한지 한스럽게 느껴진다.
아직 배우지 못해서, 성숙하지 못해서, 어리기 때문에 그렇게 했을 거라고 애써 마음을 잡아본다.
그러나 J가 W의 상처를 오랫동안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지 말 것을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