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니가 먼저 쳤잖아!"
"뭔 소리야. 니가 나 돼지라고 먼저 놀렸잖아"
"니가 책상 넘어오니깐 그렇지"
"어쨌든 우리 둘 다 잘못이 있네. 그럼 좀 더 논리적으로 생각해볼까?"
"그래. 선생님께서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알려주셨잖아"
"음... 미안하다 친구야. 사과할게"
상상 속 이야기입니다.
현실 학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학교에 있다 보면 아이들 사이의 갈등은 장마철 제초와 비슷합니다.
베면 자라고 베면 자라고 베면 자라죠. 끝이 없습니다.
뭐 갈등이야 어른들 사회에서도 빈번하니 갈등 자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들은 위의 상상처럼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뇌' 속에 그럴만한 이유가 담겨 있지요.
인간의 뇌는 1층 단독주택이 아닙니다.
3층으로 지어진 다세대주택이죠.
각각의 층에는 파충류, 포유류, 인간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았지요.
1층_파충류: 주로 생명에 관련된 호흡, 혈압, 심장 박동, 체온 조절 등의 일
2층_포유류: 감정, 식욕, 성욕, 기억에 관여
3층_인간: 기획, 조직, 우선순위, 판단, 감정조절, 충동조절, 이성, 행복감 등 고등 사고
각각이 차지하는 뇌의 부위는 밑의 그림과 같습니다.
평소에는 인간의 뇌의 통제 하에 각각의 뇌가 맡은 역할을 다하며 정상적인 인간 활동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즉 갈등이 시작되는 상황이 되면 상황이 달라지게 되죠.
포유류의 뇌가 자리 잡은 변연계에는 편도체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이 편도체가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을 동원해 뇌에 '위험 신호'를 보냅니다. 삐뽀삐뽀
'위험 신호'를 받은 뇌에서는 고등 사고를 담당하는 인간의 뇌(전두엽)가 통제권을 상실하게 됩니다.
파충류의 뇌와 포유류의 뇌가 주도권을 잡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파충류와 뇌와 포유류의 뇌는 각각 '뱀의 뇌' '쥐의 뇌'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뱀과 쥐는 위험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하지요?
공격하거나 방어하거나 도망치죠.
인간도 그와 같아집니다.
스트레스 상황, 갈등 상황에서는 공격하거나 방어하거나 도망치는 것뿐이지요.
아이들의 머릿속에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법, 대화하는 법, 사과하는 법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이는 통제권을 잃은 인간의 뇌(전두엽)에 갇혀있기 때문에 당장은 공격하거나 방어하거나 도망치는 것밖에 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주도권을 다시 인간의 뇌에게 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간'이 답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인간의 뇌가 다시 통제권을 가지고 오지요.
그때부터는 반성도 하고, 사과할 생각도 하고, 갈등의 원인을 곱씹어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갈등 상황일 때 '멈추기'를 강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멈추기를 강조할 때 3층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뇌를 설명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더군요.
아이들은 몰라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이 나지 않아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이죠.
아이들은 사과할 수 있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단! 인간의 뇌가 통제권을 가지고 올 수 있도록 시간을 주세요.
뇌는 시간이 고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