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뇌 이야기: 몸은 아프지만 기분은 좋아

by 가람

월요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욕이 한 바가지 나왔다.

"아이씨 출근이라니."

힘이라도 낼까 싶어 평소에 챙겨 먹지 않던 비타민 두 알, 유산균 한 알을 먹었다.

얼마쯤 지나니 속이 울렁거렸다.

월요일 아침이니 참을까 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토를 했다.

기분이 더 안 좋아졌다.

몸도 아프기 시작했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은 오늘따라 더 개판이었다.

술 취한 애들 같았다.

기분이 더더욱 안 좋아졌다.

5시간 연속으로 수업을 했다.

기운도 빠지고, 몸은 더욱 아파졌고, 기분은 최악으로 치닫았다.

아이들을 하교시키고, 2학년 ***선생님과 만났다.

전에 이야기했던 아이폰 xs를 쿨 거래했다.

내 손안에 아이폰 xs가 들어왔다.

기분이 개 좋아졌다.

춤이 절로 나왔다.

몸은 여전히 아팠다.


지금까지 여자 친구의 어제 하루였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에는 '감정'에 대한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몸이 아파 기분이 안좋았지만, 아이폰 xs를 사고 기분이 좋아졌다. 몸은 여전히 아픈 상태였다.'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감정'은 '신념'으로 통제할 수 있다.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역시 권위자를 출연시켜야 되겠지요?


1955년 초 엘리스(Albert Ellis)라는 미국의 심리학자는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라는 이론을 만듭니다.

이론의 핵심은 인간의 인지가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지요.


특히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REBT이론의 중심이라 불리는 ABC 모형입니다.


A-Accident: 실제 하는 사건

B-Belief: 신념체계

C-Consequence: 정서적. 행동적 결과


사건 자체(A)가 정서적. 행동적 결과(C)의 원인이 아니다.

사건(A)을 대하는 신념체계(B)로 인해 정서적. 행동적 결과(C)가 야기된다.


즉! 같은 사건이라 할지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기분이 좋아질 수도, 안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지요.

특히 엘리스는 신념체계(B)를 비합리적 신념합리적 신념으로 구분합니다.

왜곡된 정서적. 행동적 결과는 주로 비합리적 신념으로부터 비롯되죠.


* 옳은 정서적. 행동적 결과를 위해서는 합리적 신념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교실에서도 그와 비슷한 경험들을 자주 합니다.

어떤 아이가 얼떨결에 "아이씨"라는 말을 했다고 합시다.


"어라? 이 자식이 나한테 대드려고 그러나?"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 화가 치솟겠죠.

비합리적 신념체계가 작동한 경우입니다.


그러나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얼떨결에 튀어나왔구나"

하고 생각하면 지도는 하되 화는 나지 않겠죠.

합리적 신념체계가 작동한 경우입니다.



물론 매 순간, 매 상황에서 합리적 신념체계를 작동시킨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석가모니, 예수 정도는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감정의 메커니즘을 아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통제하기에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화가 나는 진짜 원인을 곱씹어볼 수 있으니깐요.


합리적 신념체계를 일일이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외운다고 그리 되는 것도 아니더군요.


그냥 한 번 되돌아보세요.

다음에 이와 같은 상황일 땐 어떤 신념체계를 작동시키면 좋을지.


당신은 얼마든지 당신의 기분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몸은 아프더라도 기분은 좋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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