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제도 안에 들어옵니다. 행정실만 빼고.
교육부의 존재 목적을 '교사보호'라고 취임부터 말했던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떨떠름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었는데,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를 않는다.
토론수업 자유 보장이라니 참 좋은 생각이고 좋은 정책 같지만, 잘 생각해 보시라. 지금 토론 수업이 불가능한가?
교사에게 수업의 자율권은 현재 폭넓게 허용되어,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인데
나쁘게는 단원을 빼먹거나 거의 가르치지 않고 다음 학기로 넘어가 버리거나, 단원 순서를 뒤죽박죽 바꾸는 것이고
좋게는 교사의 자율권을 보장하여 다양한 수업활동과 학급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도 토론수업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역량인데, 토론에 필요한 역량을 교사들이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자.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다.
학생회 법제화
찬반을 묻는다면 당연히 찬성이다.
학교의 학생회는 민주주의를 연습하는 중요한 샌드박스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학교라는 환경 안에서 역할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찝찝한 것은
학교에는 유령이 살기 때문이다.
그 유령은 행정실이다.
행정실은 법제화되지 못했다.
학교 행정실의 공무원들은 법제상 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교장의 사무분장에 따라 별의별 일을 하고 있다.
이 행정실의 근로 수준이 얼마나 미개하냐면
차 심부름을 비롯한 별의별 같잖은 '의전'이 행정실의 몫이었고, 가장 선진적이라는 서울에서 차 심부름이 금지된 게 2022년이었다.
법제화되지 못한 조직이니 업무 범위라는 게 아예 없어서, 역시나 말도 안 되는 근무환경에 놓여있는데
전기 지식이 없는 교행이 전기안전점검을 하다 두 손을 잃거나 사망한 사례가 실제로 있었고
시설업무를 하다가 다친 사례에서는 사무직이라는 이유로 공상처리가 되지 않은 사례로 보고 되었고
소방안전관리자를 행정실에서 맡는 관행 (사실상 업무 미루기)으로 사고의 법적 책임을 진 경우도 있었다.
건강검진 안내, CCTV 운영, 가스 안전관리,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 교원 호봉 승급, 현장체험학습 준비 및 차량안전 관리 등 보건, 학생안전부, 영양교사, 학생지도교사, 교감 등등이 마땅히 해야 할 일도 '관행'으로 행정실에서 하는 중이다.
교행들은 당연히 행정실 법제화를 오랫동안 원했는데
행정실 법제화가 급한 게 아니라 학교 본연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기고 글이 나오는데, 교사들의 입장이다.
교사들이 그들의 소속도 아닌 행정실이 법제화되냐 마냐를 두고 반대니 뭐니를 할 게 뭐가 있겠냐 싶은데
자그마치 행정실의 법적 지위가 높아져서는 안 되겠다는 노골적인 이유가 드러난다.
이것은 노예해방에
반대하는 지주들의 논리와
소름 끼치게 닮아있다.
지금은 그런 거 할 때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ㅇㅇㅇ에 더 신경 써야 할 때다
그렇게 해주면 머리 꼭대기에 서려고 할 게다
지금이 21세기가 맞는 거지?
급기야는 행정실 법제화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한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데
수십 년간 학교에 속하여
업무를 보고 있는 기관을
법제화하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인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민주적이지 않다'며 떼를 쓰는 교사들에게 민주시민교육을 맡길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정상적으로 국회에 발의된 법안인데 민주적 절차기 무시되었다고 떼를 쓰고, 결사적으로 막으려는 교사노조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인데
노예를 뺏기는 기분이려나
다시 처음 기사로 돌아와서 보면,
학부모회, 학생회 등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교육부가 계획을 밝혔다.
내가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너네가 사람이면
행정실부터 법제화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