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 건 쉽지. 근데 교행은 성향이 좀 그래
이것은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이다.
팩트체크나 증빙을 위한 자료를 굳이 찾아 넣지도 않을 것이고, 사실을 과장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말 많은 친구 하나가 편하게 이야기하는 걸 듣는 느낌으로 들으시라.
이제 노조만드는거 얘기해야지.
노조를 만들고 싶다? 그러면 이것부터 딱 개념을 잡고 가.
노동청은
네가 노조를 만드는 걸
기본적으로 환영해.
진짜? 싶은 생각이 들 텐데, 기본적으로 노동청은 노조를 만드는 걸 방해하는 기관이 아니야. 오히려 돕는 기관이지. 그러니까 노조설립의 요건을 갖추기만 하면, 예상치 못한 일로 노조 설립이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거야. 노조설립이 안되는 유일한 경우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야.
요건은 간단해!
2인이상의 설립인, 노조규약, 설립총회를 열었다는 증빙. 끝.
아마도 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고 간단하게 노조를 설립한 케이스가 아닐까 하는데, 내 경우를 얘기해 줄게
일단 동료를 구해야 해. 노조는 '단체'야. 1인 노조는 설립이 안돼. 그래서 나는 지역의 학교에 연락을 돌려서 함께 할 1명을 찾았어. (1명이면 충분해. 노조설립 기준은 명확히 '2인 이상'이야)
그리고 노조규약을 만들어야 해. 노조규약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들(바로 밑에 써줄게)만 들어가 있으면 규약내용에 제한은 없어. 적당한 노조의 규약을 베껴서 고치는 게 가장 간단해. 규약내용에 빠진 것이 있거나 필수 내용에서 불명확한 것이 있으면 노동청 감독관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아. 친절한 사람들이니 겁먹지 말라구. (나는 애매한거 안물어보고 했다가 한번 빠구 먹었어 ㅎ)
1. 명칭 (노조이름. 맘대로 지어 ㅎㅎ)
2. 목적과 사업 (다른 노조를 참고해. 중요한건 목적과 사업의 '존재'이지 그것의 내용이 아니라는 점)
3.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 (걍 나는 집주소로 했어 ㅋ 가능하냐고? 당연하지! 금지된 것이 아니라면 뭐든 가능해. 기본적으로는 규약은 '개인간의 합의'니까.)
4. 조합원에 관한 사항(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 있어서는 그 구성단체에 관한 사항) (역시나 다른 노조를 참고해 ㅎ)
5. 소속된 연합단체가 있는 경우에는 그 명칭 (우린 이거 필요 없었어)
6. 대의원회를 두는 경우에는 대의원회에 관한 사항 (우린 대의원회도 없어서 이거는 필요없었어 ㅋ)
7. 회의에 관한 사항 (정족수 같은거를 잘 참고해.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이 단체가 '민주적인 절차'를 가지고 있느냐야. 이건 '내용'이 중요해.
8. 대표자와 임원에 관한 사항 (타 노조 참고)
9. 조합비 기타 회계에 관한 사항 (이것도 다른 노조걸 봐바 ㅋ)
10. 규약변경에 관한 사항 (이거 중요해. 역시나 민주적절차에 해당하기 때문인데, 다른 노조걸 참고하면 무리없을거야)
11. 해산에 관한 사항 (정족수나 해산요건이 중요해. 내가 이걸 대충 썼다가 한번 빠꾸먹었지 ㅋ 걍 다른 노조꺼 보고 써 ㅋㅋㅋ)
12.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결과 공개 및 투표용지 투표자명부의 보존과 열람에 관한 사항
13. 대표자와 임원의 규약위반에 대한 탄핵에 관한 사항 (역시나 민주적절치이므로 중요해)
14. 임원 및 대의원의 선거절차에 관한 사항, (민주적 절차겠지?)
15. 규율과 통제에 관한 사항
마지막으로는 설립총회를 열어야 해. 나는 2명이라서 카페에서 한 20분 얘기한 걸로 끝냈어. ㅋ 설립총회의 증빙은 그냥 회의록 정도로 충분하지만(자필 서명을 하라구!), 같이 찍은 사진이라도 남겨두면 좋지.
노조설립에 대해 인터넷에 알아보면, 설립총회의 회의순서 (국기게양,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를 소개해서 사람을 질리게 하거나, 자신에게 연락을 달라며 연락할 방법을 안내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뭔가 전문적이고 어려워보이게 착시를 줘서 자기 노조 산하로 들이려는 꼼수가 아닌가하는 상상도 해봐 ㅋ 그냥 너가 뚝딱 만들어도 돼. 노조 설립이 어려우면 그게 민주주의냐? 독재지 ㅋㅋㅋ
즉, 노조 설립요건에 '그럴듯하게 식순 갖춰서 설립총회를 하라'는 얘기는 없어.
오직 실제로 '단체성'이 있고 '민주적 절차'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뿐이야. 그러니까 너 혼자 생쑈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심만 덜어주면 돼.
나 같은 경우는 당당히
우리는 2명이고, 둘이 같이 노조 만들기로 했어요! 위원장은 누가할 지 지금 투표 할게요~ 자! 제가 위원장입니다! 노조규약은 이대로 할까요? 이것도 지금 투표할께요~ 자! 노조규약은 이대로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정기총회에서 만나요~!
라고 적어서 냈어. ㅎ 감독관은 노조의 민주적 절차나 단체성을 의심하여 증빙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용지나 사진, 자필 서명정도는 확보해 둬. (나는 회의록만으로 통과했어. 말했잖아? 노동청은 노조 설립을 '환영'한다고 ㅋ)
이렇게 필요한 서류(신청서, 규약, 회의록)를 꾸려서 노동청에 보내면 끝. 한 1주 기다리면 설립되었다며 공문 비슷한 게 하나 날라와. 이게 뭐지 싶은 문서 2장인데, 그게 노조가 설립되었다는 증명이야. (사업자등록증 같은 걸 생각하면 안 돼. 그냥 접수 공문 같은 거야. 멋대가리 하나 없어)
그러니까 그냥 옆사람이랑 점심시간에 설립총회하고, 노조규약 만들고 회의록 작성해서 등기로 보내면 "ㅇㅇ시 교육행정 노동조합 탄생"이 되는 거임. ㅋ 물론 노동청 담당 근로감독관에게는 미리 전화해서 노조를 만들고 싶다고 얘기를 하는게 좋아. ^^ 자동으로 접수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감독관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니까 아무래도 '관계'에서 무례하게 보이면 불리할테니까 ^^
노동조합이니 당연히 교육감과 교섭권이 있고, 노조 활동에 대한 권리도 얻을 수 있어. 원칙적으로는 2000명쩌리 노조나 2명짜리 노조나 할 수 있는게 똑같다?신기하지 ㅋㅋ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노조를 설립하고 나서, 노조로서 가지는 여러 권리 (예컨대 노조활동 보장, 예산 지원 등)는 사용자, 교육감과의 교섭으로 얻어내야 해.
노조를 만들어서 자동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야. (내가 이걸 몰랐네. 설립하면 당연히 받는 것인 줄) 교육청에 교섭안을 만들어 교섭요청을 하면 교육청은 그것을 거부할 수 없어. ㅋ 기존 노조가 갖는 권리 정도는 무리 없이 얻을 수 있을 거야.
국세청에 사업자등록을 해서 고유번호증도 꼭 받아. 그러면 '문서 24'를 이용할 수 있는데, 공공기관에 노조이름으로 '전자공문'을 보낼 수 있어. 단체명으로 통장개설이나 금융거래도 가능하지.
전교조, 교총, 보건교사회 등등 문서함에 들어오는 공문 있지? 나도 교육청에 여러번 보내봤어 ㅋ 왜 인사발령 늦게 알려주냐~ 왜 교원인사를 교행이 하냐~ 그러면서. ㅋ
문제는 지금부터야.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교육청과 교섭을 먼저 해서 노조 지위를 확실히 얻어야 일이 쉽다는 걸 몰랐어. ㅋ 너는 그러지 마라. 노조를 만들면 교육청과 교섭부터 요구해.
노조를 만드는 건 참 쉬워. 그 다음이 어렵지.
일단 기존노조가 견제할 거야.
이게 뭔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나 견제를 하더라 ㅋㅋㅋ 내 경우에는 아마 교육청에 교섭을 요구했으면 기존 노조도 같이 들어와서 어떤 식으로든 방해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어
또 하나는, 교행의 성향이야
노조를 꾸려가다 보니 깨달은 건데,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완전 회피형이야. ㅋㅋㅋㅋ 세상에 있는 회피형은 교행에 다 모아놓은 것 같애 ㅎㅎㅎㅎㅎ
조합비를 어디다 쓰는지도 안 알려주는 기존 노조에 대한 항의로, 내가 만든 노조는 조합비가 없었어 ㅋ 그런데도 가입을 안 해 ㅋㅋㅋㅋㅋ 왜 그런지 고민고민을 하다가 깨달은 게 있는데
우리 노조는 조합비가 없는 대신에 참여를 해야 하는 노조였거든?
교행들은 그게 싫은 거였어 ㅋㅋㅋㅋ 굳이 내가,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거 ㅋㅋㅋㅋㅋ
교행노조를 혹시 만들 사람들은 참고하도록 해.
조합비는 비싸도 괜찮아. 아니, 조합비를 걍 많이 받아. 대신 확실하게 떠들고 싸워줘. 절대 조합원에게 참여를 호소하지 말고, 돈만 내라고 해. 그러면 꽤 잘될 것 같아. ㅋㅋ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기존 노조에 대해 불만을 얘기하면 기존 노조에서 꼭 나오는 말이 '병설유치원 겸임 수당을 얻어낸' 업적이거든? 솔직히 너무 오래된 얘기인 데다 수당도 너무 적어. 그만큼 내세울 업적이 적다는 얘기겠지.
그러니 조합비 비싸게 받고, 확실하게 떠들어 주면 노조는 잘 될 거야. (기존 노조는 조합비를 어디다 썼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돈만 많으면 하고 싶은게 많았어. ㅋ 아침 출근시간대 라디오광고라던가... ㅋ)
내가 한번 가봤던 길이라고 잘난 체하고 조언을 하긴 했다만, 이 '순한 회피형 양 떼'를 노조에 가입시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야 ㅎㅎㅎㅎㅎ 나는 실패했지만, 너는 성공하길 바랄게!
너는 꼭 성공하기를 바라니까 조금 더 사족을 붙여볼까?
1. 내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노조가 조합원을 꼭 많이 가져야할 필요는 없어. ㅋ
내가 만든 노조는 어차피 조합비도 없으니까 완전 소수로 활동했거든? 조합원이 많다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건 아니야. ㅋ 소수라면 의사결정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 하고 싶은 말 맘껏 하고 ㅎ
단점이라면... 이게 우리 노조가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인데, 개인적인 사정이 생기면 동력이 떨어질 수 있어 ㅋ 진짜로 감기만 걸려도 노조가 올 스톱이라니까? 시스템을 만들어야 오래 가는데 너무 개인의 역량에 기댄 것이 패착이었지 ㅋ
뭐, 후회는 안하지만 ^^
2. 조합원을 많이 모을 수 있다면 '노조전임자'를 목표로 삼아도 돼! 교섭을 거쳐야겠지만, 일정 규모 이상이면 교육청이 노조전임자를 거부하기는 힘들거야. 조합비를 많이 걷어서 보람있는 활동을 해보는 건 어때? 교육부도 찾아가고 국회의원도 만나고 교육감이랑 맞다이도 뜨고 ㅋ 그걸 네가 하는거야. ㅋ
스스로가 교행으로서는 매우 드문, 활동가 스타일이라면 이것이 네가 갈 길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연금이며,고작해야 6급으로 끝나는 교행을 넘어서는 커리어라고 생각해.
3. 활동가 성향은 아니지만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면, 근처 지인들과 주변 학교만 모아서 노조를 설립하고 필요할때만 활동하도록 해. 생각해봐라? 인근 5개 초등학교 급여 담당자들이 모여서 노조를 만들었어. '주변 학교는 다 그렇게 한다'라고 하면서 교원인사를 넘길 수 있겠어? 노조는 조합원 수가 많아서 강한게 아니야. ㅋ
별 일 없을때는 회비 모아서 서로 맛있는 것도 먹으러가고, 그냥 친목모임처럼 지내는 거고. ^^
어쩌다 전국적으로 큰 일(늘봄학교처럼)이 나면 당당히 '노조'이름으로 반대성명도 하고, 교육청에 항의방문도 해보고 그러면서 놀라고. ㅋ
물론 별다른 활동없이 지내도 좋아. 조합비 모아서 불우이웃 돕기나 해도 돼.
조합원과 소통하는 것. 조합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어떤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 등 모든 것이 기존 노조를 자극할거야.
통합과 단결은 지금 상태로는 독이야. 노조는 많아야 해.
그러면 더 나아져. 조금이라도. (실제로 기존 노조는 아닌데, 기존 노조와 친한 교행 카페가 있었거든? 이야~ 열심히 하더라 ㅎㅎㅎㅎ 아직 열심히 하는지 궁금하네 ㅋ)
제목이 노조 실패기인데, 실패한 이야기를 별로 안했네? 다음 시간에 그 이야기 하고 막잔하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