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조 실패기 4

나의 꿈. 나의 한계

by 당신들의 학교
이것은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이다.
팩트체크나 증빙을 위한 자료를 굳이 찾아 넣지도 않을 것이고, 사실을 과장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말 많은 친구 하나가 편하게 이야기하는 걸 듣는 느낌으로 들으시라.


이제 실패한 얘기 해야지. ㅎ


근데 이걸 실패라고 하기는 좀 뭐 한 것이, 그냥 '그만둔 것'에 가까워. ㅋ 개인적인 여러 상황이 아니었다면 점점 괜찮아졌을 테고, 활동도 활발했다니까? ㅎㅎ


그러니까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나름대로 성공담이면서도 실패담이야. 노조를 꾸려볼 생각이 있는 친구들에게는 어쨌거나 좋은 경험담이 될 거야.





1. 노조를 만들어서 무엇을 하려 했는가.


일단 상황을 보자.


교행은 한 학교에 2, 3명밖에 없어. 심지어 그 2,3명조차 '네가 안 하면 내가 해야 하는' 업무상 배타적인 관계라서 같은 편이라고 하기도 어려워. 교사나 공무직은 그냥 민원인이고.



교행은 혼자야.






즉, 개인의 상황이나 성향에 따라 교행은 접하는 정보가 완전 다를 수도 있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받아들이기도 쉬워.


그 가스라이팅이라는 거 있잖냐? 그게 별거 아니야.


'주변 학교에선 다 그렇게 한다'

'전임자는 그렇게 해줬다'




라는 말을 듣고, 그걸 팩트체크 해 볼 여력이나 깜냥이 안 되는 (저연차 공무원이 그런 게 될 리가 없지) 교행은 그냥 그런갑다 하고 사는 거야.


그게 3,4년 지나면 스스로가 '원래 그런 거'의 레퍼런스가 되는 비극이 생기지.


그 상황을 중간에서 막아줘야 하는 게 노조라고 생각했어.


근데 내가 말했잖냐. 노조 어이없었다고. 어떻게 고쳐쓸 수 없는 상태였어. ㅋㅋㅋ


어느 정도였냐면 내가 홈페이지 관리 안 하고 게시판에 답글도 안 한다고 계속 뭐라 하니까 나중에는 뭐라는 줄 알아? 노조는 밴드로 소통한대 ㅋㅋㅋㅋㅋ 그러면서 밴드 초대도 못 받았냐고 나를 루저 취급하더라고 ㅋㅋㅋㅋ 밴드는 있는지도 몰랐구만, 무슨 인맥이 없으면 조합원 취급도 안 해 ㅋㅋㅋㅋ


그런데 웃기는게 뭔 줄 알아? 밴드에 없는 조합원이 한 1000명쯤 돼 ㅋㅋㅋㅋㅋ 계네들은 뭐야? 뭐, 버린 자식인가? ㅋㅋㅋㅋ 그러니까 6인 가족이 있는데, 셋째랑 넷째는 빼놓고 가족 단톡방을 운영하는 거야 ㅋㅋㅋㅋ 그게 뭐얔ㅋㅋㅋㅋ 콩가뤀ㅋㅋㅋㅋㅋ


이야기가 옆으로 셌네. 미안. 아직도 울화가 남았어 ㅋ


어쨌거나 이런 상황 판단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많이 알 수 있도록
떠들어야겠다



였어. 그때 생각으로는 약간 초기 여성운동 같은 느낌으로 접근한 거지. '이것이 부당하다는 것조차 모르는 교행을 일깨우자?' ㅋ

미리 말하면, 방향을 조금 잘못 잡았던 거야.


교행들이 알긴 알어 ㅋㅋㅋ 부당하다는 걸 왜 몰라 ㅋㅋㅋ 그냥 지독한 회피형일 뿐이야. ㅋ 이걸 항의하거나 해결하려 싸우는 것보단 그냥 참는 게 속 편한 ㅋ


이렇게 약간 어긋난 방향을 잡고 우리는 노조 활동을 했어. 국민신문고 제보, 권익위원회 제보, 방송통신위원회제보, 국회의원 메일, 신문 방송 통신사 연락, 교육청 협조 공문, 교육청 항의 방문. 교육감 메일, 성명서 발표, 입장문 전달, 각 학교 팩스 송신...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하고, 소소한 성과도 거뒀다고 생각해. (우리 노조가 활동할 때, 우리 지역은 발령일 2주 전에 알려줬어. 계속 그런가 모르겠네 ㅎ 그리고 기존 노조가 그놈의 '무임승차' 얘기를 더 이상 안 하고 홈페이지도 바꾸고 일정도 알려주고 QR코드를 쓰는 등 약간 젊어졌더라? 근데 그 놈의 예결산은 죽어도 공개 안해 ㅋㅋㅋㅋㅋㅋ, 우리 지역은 아니었지만 언론 제보해서 뉴스도 하나 나왔고 ㅋ)


하지만 방향을 좀 잘못 잡은 데다 교행들이 지독히 회피형이라 별다른 호응이 없어서 같은 방식으로 지속하기는 어려웠어. 이런 활동은 개인(대부분은 나 ㅋ)을 갈아 넣는 거였거든. 내가 시동을 걸면 누군가가 받쳐주고 함께해서 압력을 줄여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됐지. ㅎ


생각대로 잘 되었다면 하고 싶은 게 많았어. 조합비는 없지만, 이거 이거 하는데 얼마가 필요하니까 우리 모아서 해봅시다~ 하면서 모금으로 사업을 하려 했지. ㅋㅋ (어디 쓰이는지도 안 알려주면서 조합비만 걷어가는 기존노조에 학을 뗐달까? ㅋ)


라디오 광고도 하고 싶었고 (한 달에 250 정도? 생각보다 싸지?)

저연차를 위한 '망한 업무분장 대회'도 열어서 상품도 주고 관심도 유도하고 싶었고 (100만 원 정도면 뭐.)

볕 좋은 날 공터에 커피차 불러서 구 별로 교행 공동회 같은 것도 하고 싶었지 (이것도 얼마 안 할걸? 개인적으로 체육대회 극혐이라)

포스터도 제작해서 붙이고 싶었지. (그것도 500 안쪽? 예상으로는.)


결과는 잘 안 됐지만 ㅋ


그러니 너가 좀 해주라.




2. 노조 활동에서 어려웠던 점은


와... 이건 얘기하면 끝도 없는데.


1. 이슈가 너무 많아.


교행은 업무환경이나 처우 부분에서 정상적인 게 별로 없어. 뭔가 하나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온갖 노력이 필요한 일인데, 다루고 싶고 다뤄야 할 것들이 너무, 너무 많이 산적해 있어 ㅎㅎㅎㅎ 이걸 최대한 해보려고 하다가 무리가 온 거지. ㅋ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그때 기존노조는 승진적체 문제 등을 다루고 있었고


우리 노조는

발령일 통지 시기

신규교행의 업무과다

저연차 교행의 업무상 과실에 의한 과태료 등 면책

교원정기호봉승급 문제

건강검진 안내 문제

시설관리직 공무원 채용문제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자 문제

안전점검 문제

소방안전관리자문제

전교조의 '품의는 회계업무' 게시물 대응

교육감 욕설사건

조합원 학교 교장 갑질 사건 대응

교육연수원 시설과목 문제

매뉴얼 문구 수정 항의


뭐 이런 온갖 것들을 다뤘었지.


하나같이 단발성 항의나 한두 번의 입장 발표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데, 눈에 띄는 것이면 머리에 열이 뻗쳐서(?) 달려들었어. ㅋㅋ 이게 소수니까 가능했던 거이기도 했어 ㅎㅎㅎ


아. 오해는 하지 마. 이것저것 손대니까 아무것도 안되더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야. 자원이 부족했고 전략이 조금 아쉬웠다는 얘기지. 무엇보다 오~래 다뤄야 하는 문제들이었는데, 우리 노조가 오래 지속하질 못했어 ㅎㅎㅎ


어쨌거나 당시에 생각은, 노조라면 그 끝이 틀림없이 실패로 예상되더라도 계속 목소리를 내고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였어 ㅎ


교행처럼 문제가 여러 가지라면, 그중에 한 두 개를 골라 투쟁하는 게 아니라 모든 문제를 동시에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지. ㅋ


우리 노조는 조합비를 받지 않았지만, 그게 조합비건 뭐건 간에 여러 사람의 서로 다른 기대가 노조로 모이는데, 일부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나머지는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지 않냐?(내가 제일 싫어하는 변명 중에 하나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고 더 중요한 일을 할 때'라는 건데, 지금 무시하는 그 문제가 어떤 사람한테는 죽을 만큼 스트레스받는 것일 수도 있는 거 아니냐?)


그래서 무리했고, 나중에는 퍼졌어 ㅋㅋㅋㅋㅋㅋㅋ


그때는 몰랐는데, 노조를 설립하자마자 교섭안을 몇 개 만들어서 교섭을 신청했어야 했어.


교섭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추후에 논의하자 정도로 마무리되었겠지만, 그래도 교섭을 해서 노조활동과 지원에 대한 합의를 했었다면, 훨씬 활동이 편했을 거라고 생각해 ㅎ.


근데 이런 내용은 아무도 안 알려주고, 어디에도 안 나오는거라서 내가 그때는 생각도 못했어 ㅎㅎㅎㅎ 그런 점에서 넌 운이 좋아! 내가 알려주잖아? ㅎㅎㅎㅎㅎ


잘 써먹어~ 꼭! ㅎㅎㅎㅎ




2. 노조에 대한 기대가 좀 이상해


절대다수의 교행은 갈등을 피할 뿐만 아니라 아예 '쳐다보고' 싶어 하지를 않아. 노조 활동에 참여하는 걸 정말이지 질색팔색을 하더라고.


이게 처음에는 돈이 아까운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 밴드에 초대받지도 못하고 그냥 경조사문자만 받으면서 월 15,000원을 내놓는 호구착한 사람이 1000명이나 있더라고? ㅋㅋㅋ



돈이 아까운 게 아니었어.

그냥 조용히 살고 싶으니까

노조 가입해라 해라 노래를 부르면

그냥 가입해 주고는 잊는 거 같아.



그러니까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이 거의 없는 거였어.


그러니까 어디 투쟁한다 사진 찍으면 한 줌의 사람들만 있는 거였어.


그러니까 건의사항이고 게시판이고 답변을 안 해도, 모든 조합원을 밴드에 '초대'하지 않아도 노조가 유지되는 거였어.


예결산을 공개하지 않고, 조합비가 어디에 쓰이냐는 단순한 물음에도 1년 반 동안 어떠한 대답하지 않던, 어이없는 대치상황을 보면서도 딱히 동조해주는 흐름이 없었던 건 이걸 건드리는게 무섭고, 뭔가 귀찮아진다는 느낌이어서 그런게 아니었을까? (근데 진짜 이상한게, 안 궁금해? 다들 학교 예산하고 지출해봐서 알잖아. 억대로 돈을 쓰려면 분명히 티가 나게 되어 있어. 너희 노조는 매년 몇억씩 쓸 만한 활동을 하니?)




교행은

그들의 노조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아


그래서인지

노조는

조합원이 요구하는 상황을

낯설어하고 싫어해.





이게 무슨 현상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어쨌거나 이 현상을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노조가 실패한 거겠지. ㅋ




3. 좋은 방법이 있냐고?


내가 만든 노조는 수평적이고 (대의원 없고, 무조건 전조합원이 참여하는 온라인 총회로 회의했어), 투명했어 (모임통장에 조합원을 가입시켜 실시간 입출금 내역을 '공유'했어. 카카오 모임통장 ㅋ)


결정은 빨랐고, 실행은 과감했어. 오전에 어이없는 공문이 오잖아? 오후에는 항의 공문보내고 해당 부서에 전화하는 수준이었어


다만, 교섭을 하지 않아 노조 지위를 보장받지 못했고, 인원이 적었으며 예상보다 오랫동안 혼자 일을 했기 때문에 지친 것이지. ㅋ


아! 그리고 결정적으로 교행들에게 맞는 스타일은 아니었어 ㅎㅎㅎ


이게 맞는 방법인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다시 노조를 만든다면 (퇴직해서 그럴 수는 없지만 ^^) 앞의 글에서 얘기했듯이, 소규모 친목단체로 시작할 거야. ㅋ


친목에서 시작해서 노조로 확대해 가던가, 노조로 시작해서 친목을 다지거나.


어쨌거나 찾아가서 (교행들은 어디 찾아오지도 않아. ㅋㅋㅋㅋ 회피형! 완전 회피형!ㅎㅎㅎㅎㅎ) 얼굴 보고,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응?



갈등의 한복판인

노조에 발끝이라도 담그게 하려면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수밖에 없어.




이게 나의 결론이야.


합리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든다고 교행은 환호해주지 않더라.


어려움을 토로하고 부당함을 따져도 교행들은 그다지 호응해주지 않더라.



갈등의 정면을 쳐다보는 것.

그걸 그렇게나 어려워하더라.



그러니,


그런 성향을 극복하고 노조에 가입이라도 하고, 의견이라도 내고, 연명부에 이름 석자라도 적어주길 바란다면



친해지는 수밖에






'친해져야 한다'는 결론은 퇴직 이후에나 나온 것이었어. ㅎㅎ


뭔가 잘 안 풀린다는 느낌이 들었을 당시에는, 교행들이 지독한 회피형이라는 건 눈치챘지만, 해결방법으로는 좀 다른 걸 선택했지 ㅋ


전국적인 조직을 만들어야겠다.

전국단위라면, 회피형이 아닌 교행을

충분히 모을 수 있겠지.



다음 시간엔 '전국교육행정인협회'의 실패담을 이야기해 줄게. 지역노조보다 큰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잘 들아보라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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