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육행정인협회 - 인력난

너, 내 동료가 돼라.

by 당신들의 학교
이것은 개인적인 경험과 감상이다.
팩트체크나 증빙을 위한 자료를 굳이 찾아 넣지도 않을 것이고, 사실을 과장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말 많은 친구 하나가 편하게 이야기하는 걸 듣는 느낌으로 들으시라.


이제 전국교육행정인협회 이야기를 해야지.



나는 전국교육행정인협회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실제로 잘 굴러간 시기도 있었고, 좋은 경험도 얻었으니 이것이 앞으로 만들어질 전국협회의 비료가 될 거야.


다만, 정말로 일할 사람이 없었어. 내가 생각했던 게, 운영진 (그러니까 꽤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사람) 10명 이상은 있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사람을 모아 만든 거였거든? 겨우겨우 9명을 모으긴 했는데, 그래도 부족했어. 왜 그렇게 됐는지는 이제부터 찬찬히 얘기해 줄게


앞으로 전국협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걸 참고해.



1. 협회란 별게 아니야.


처음에는 '전국노조' 형태로 생각했어. 그런데 모아놓은 운영진에 기존 노조의 간부 거나 간부급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이건 제외했어. 좀 껄끄러울 수 있잖아? 이게 '나와바리' 싸움은 아닌데, 좀처럼 연합하지 않는 기존 노조들을 보면 '전국노조'라고 하면 절대 안 도와주겠더라고.


그다음에 생각한 건 '사단법인'이었어. 이게 참 좋아 보이긴 한데, 노조에 비해 설립절차가 까다로워. 정부의 어느 부처 소속으로 할 지도 생각해야 하고, 돈도 좀 필요해 (몇 천 단위라고 하긴 하는데, 진짜로 알아보면 소액일 거야. 내 느낌이지만 ^^) 만들어내기만 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조직이 아닐까.


마지막은 '동호회'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회칙을 정하고 활동하는. 허가, 신고, 증빙 아무것도 필요 없어. 오직 민법에 따를 뿐이야.


잠시 운영했던 '전국교육행정인협회'는 바로 이 '동호회'에 해당될 거야. 그렇다 해도 부족한 건 없었어. 아! 전자공문을 못 보내는구나. 그건 좀 아쉽네.



2. 근데 협회가 왜 필요해?


교원단체나 공무직 단체에 맞서서 목소리라도 내려면 '급'이 맞아야 해. 저쪽은 전국단체인데 여기는 지역, 그것도 지역에 두세 개 있는 노조 중에 하나라고 해보자. 일반인들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워. 뭐, 알려지지도 않겠지만.


한창 활동할 때 전국교육행정인협회 대문. 지역의 사건에서 전국으로 확대된 것에는 전국교육행정인협회의 노력도 있었을게다. 여기에 사용한 팩스발송비만 100만원에 달한다


내가 교행들은 지독한 회피형이라고 말했지? 스스로의 문제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해서 직접 당하는 일은 참고, 온라인에서나 한 두 마디 하는 교행들에게 '전국협회'는 이름만 들어도 뭐든지 해결해 줄 것 같은 믿음을 줄 거야.


그건 분명 '착시'이고 '오해'이지만, 전국적인 교행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노라 나서는 사람에게는 아주 유리한 환경이지. (실제로 '너희는 전국연합이면서 왜 이거 빨리 해결 안 해주냐고 민원도 받았어. 이름의 힘은 대단한 거야)


그리고 그런 믿음은, 그럴싸한 이름은, 발언에 힘과 신뢰를 더해주지. 나 개인이 제보할 때와 부산교육행정노동조합 이름으로 제보할 때는 반응이 달라. (국회의원의 답신까지 받았어. 우습겠지만 개인으로서는 힘든 일이야) 근데 그게 전국연합이면?


상황을 변화시키고 싶으면 전국연합을 만들어.


생각해 봐. 정책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입장에서도 황당할거야.


교사는 전교조도 있고 교사 노조도 있고 교총도 있어. 어딘가 눈치를 봐야하는 곳이 있단 얘기야. 계네들이 평소 뭘 주장하고 무슨 얘길하고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가 정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고려될 수 밖에 없어. 이것은 공무직도 비슷할거야. 그런데 교행은?


정책을 정하고 집행하는 곳이 모두 교사편이고 공무직 편은 아닐거야. 다만 정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무난하고 잘 넘어갈' 방법을 생각할텐데, 교사단체나 공무직은 늘 화가 나 있는 상태잖아? 교행은 대표하는 단체조차 딱히 떠오르는데가 없지?

전국조직은 있어야 해



3. 어떻게 만드냐고?


내 실패담과 섞어서 말해줄게.


일단 동료를 모아야 해. 근데 주의할 점이 있어

단톡방 네임드는 기본적으로 '바쁜'사람이야. 기존 노조나 개인적인 투쟁. 뭐든지 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그러니 그 사람이 함께 하겠다고 해서 '1인분'을 할 거라 기대하면 안 돼. 무언가 '간판'이나 '모집책', '홍보용' 정도의 인사라고 생각하고 실질적인 협회업무에선 배제된다고 생각해야 해.

'생각만 있으시면',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시면' 이런 문구로 모집하지 마. 이건 협회가 안정되었을 때 가능한 얘기지, 처음 설립할 때는 진짜로 '1인분'을 할 사람이 필요해.


그럼 어떤 사람을 모아야 할까?

1. 홈페이지 또는 카페 관리 경험이 있고,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 (의외로 집에 테스크탑이라도 두고, 한두 시간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2.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사용경험 있는 사람

3. 영상제작 경험이 있는 사람

4. 글빨(?) 좀 있는 사람 다수

5. 전화를 해서 용건을 말하는데 부담이 없는 사람 (섭외담당)


전국교육행정인협회에서 1~5번까지는 모두 내 담당이었어. 물론 다른 분들의 도움이 크긴 했으나(특히 영상제작), 여전히 '사람을 갈아 넣어' 굴러가는 시스템은 오래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했지.


그래서 추천하는 전국협회 설립방법!


교육행정직 지인이 여러 명 있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지인끼리 모였을 때, 전국연합을 만들자고 해봐.


부당한 현실을 개선하고... 등등 무게잡지 말고, 노조회비 아까운 거 그냥 우리가 전국연합 단체 만들고 회비를 걷자. 노조보다 더 잘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꼬셔봐.


그렇게 시작해서 사람을 모아. 반드시 직접 대면하고 (하다못해 통화라도 여러 번 해) '친목'을 다진 상태에서 시작해. 친목이 없으면 부탁해야 할 일을 망설이게 되고, 누군가 나서야 할 때 다들 뒤로 빠지게 돼. 사람 수가 적더라도 친목을 다진 사람과 시작해.



4. 어떻게 만드냐고? 2


1) 먼저 할 일은 홈페이지를 만드는 거야.


중요한 전제를 알려줄게. 이걸 계속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해.


사람들은 이름과 외형을 봐

연혁이나 구성원 수, 활동 내역등

금방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보지 않아.


그러니까 무료로 만들 수 있는 카페나 밴드로 '소소하게' 시작하려고 하지 마. 돈을 주고 도메인을 사고, 홈페이지를 '그럴싸하게' 만들어. 독립된 홈페이지가 존재하기만 해도 신뢰도가 급격히 상승해. 신규 모집에 도움이 될 거야.



2) 이제 홈페이지를 채워야지


글빨 있는 운영진이 글을 쓰고, 이미지편집이 가능하면 이미지도 만들어. 돈 주고 사도 좋아.


관련기사 링크 달고, 자료를 분류해서 정리해. 문의사항이나 가입인사에 꼬박꼬박 답해주고 (회피형인 교행은 반응을 안 해주면 다시는 안 찾을 가능성이 있어)


중요한 포인트. 회원가입 시에 협회에 전화번호 공개와 문자 알림에 동의하는 것은 필수로 넣어. 가입율 조금 더 높이겠다고 이걸 필수로 안 넣는 바람에 그 흔한 문자 알림 한 번을 못 보낸 것이 너무 아까워. 사정이 훨씬 달라졌을 텐데.



3) 마음껏 활동해.


네가 뭔데 전국 교행을 대표하냐고 묻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묻더라도 그게 뭐?


성명서도 내고, 전국 학교에 팩스도 보내고, 모금도 하고, 기자 제보도 하고. 응?


이것은 '처음' 전국연합을 만드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야. 서두르라고. ㅎㅎ



5. 전국연합을 만드는 것에 부담 갖지 마.


'자기주장하기' 같은 과목이 있다면, 교행들은 7~9등급을 모아놓은 형태야. 변경된 등급제로는 5등급. 즉 가장 못하는 애들을 모아놓은 셈이지.


이런 성향은 단톡방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교행 단톡방의 특징이라면 '공감'은 해주는데 '해결'은 안 해주는 상황이 수없이 반복되고, 그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특징이 있어.


'우리도 해야죠', '우리도 합시다',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요?', '다들 동참해 주세요', 'ㅇㅇ가 필요합니다'...


문제 인식에 해법이나 방안까지 마련하는 것은 일사천리인데, 그 이후에는 백일몽처럼 '만약에 그렇게 되면 ㅇㅇ할 텐데..'정도로 시시덕대고는 분노는 희석 대고 의지는 휘발되어 날아가는걸 너무 많이 봤어.


그럼 이걸 누가,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 논의할 때가 되면 갑자게 숙연해지고, 문득 올라온 업무 관련 질의나 잡담으로 관심이 확 쏠리지.


나는 힘들다는 사람이 있으면 박카스 하나라도 쿠폰으로 보냈고, 노조를 변화시키려 했고, 노조를 만들었고, 전국연합을 만들었어. 국회의원, 교육감,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만 수백 통이고, 여전히 국민신문고로 공교육의 불합리를 증명하고자 하고 있어.



나 자신을 자랑하는 게 아니야.

이런 활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단 말이야.



안 해 본 사람에게는 엄두도 나지 않는 일이라는 거,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주변을 봐. '자기주장하기' 제일 못하는 사람들만 모아놓은 열등반이야.


다른 곳에서라면 '중간'이나 '하위권'으로서 묻어가도 되겠지만 교행 사이에선 누군가 나서야 하고, 그건 아마 너일 거야.


주변 아는 사람 다 끌어모아서 친목을 다져서 심리적인 우군을 만들어. 그럼 '자기주장하기' 열등생이라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어.

평소에 돈을 좀 써. 한 달에 만 원 쓴다 생각하고 단톡방에서 선물을 주거나, 인근 학교에 안면 있는 교행에게 커피라도 하나 보내. 교행은 같은 교행끼리의 개인적인 친분이 절실해. 감사, 위로, 존경, 보답, 인정 등등은 돈으로 하는 거야. (교행 단톡방은 겪어본 것 중 가장 인색한 공간이었어. 100명만 모여도 하루가 일주일이 멀다하고 선물이 오고가는데.)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아무 대가없이 돈을 쓰는 것은 장점을 설명하기 정말 쉽지않다. 그냥 몇 달 해보시라. 열등반은 몸으로 익히는 수 밖에.


다음엔 조금 더 깊게 이야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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