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 줄 알면서도 시작하는 프로젝트
여러분은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은 기억일 수도 있고 싫은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을 겁니다.
여기에 저는 좀 다른 시각을 추가합니다.
저는 학교를 보면서
20년 후의 대한민국을 봅니다.
현재 3,40대의 상당수는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외우고 있거나 알고 있을 겁니다. 버스에서 노인 분을 보면 자리에서 일어나 양보해야 한다고 배운 세대이기도 합니다. 쓰레기는 버리지 않는다는 몸에 밴 상식이나, 두음법칙과 연음법칙 등으로 소리와 글자가 다르기도 하다는 점. 옛날 고구려라는 나라는 말을 타고 싸움을 잘하던 우리의 선조였고, 백제는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문화를 이루었다는 것, 건전지의 양과 음을 구분하는 것 등 우리가 알고 행하는 많은 것들은 '공교육'에서 나왔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얻었던 것은, 한국인이라면 가지고 있는 상식과 교양, 태도뿐만 아니라 나쁜 것들도 있었습니다.
촌지를 주지 않으면 차별하는 교사들과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지나친 체벌을 받은 경험들. 학급 운영의 부조리나 도통 도움이 되지 않는 낮은 수준의 수업들도 경험해 봤을 겁니다.
이러한 것들이 지금 대한민국을 이끄는 3,40대를 만들어냈고, 아마도 그 '평균치'가 대한민국의 '평균치'에 가까울 겁니다.
지금의 1,20대는 어떨까요?
우리의 다음 세대는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10년 더 공교육을 받는 세대입니다. 20년 후의 대한민국은 어떤 '평균'을 가지게 될까요?
다음 세대가 공통적으로 가지게 될 '공교육의 추억'은 어떤 부분에서 많이 걱정스럽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교사라는 직업이 ‘검증되지 않는 안정성’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그 기간이 오래될수록 부작용은 커질 것이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제 '한계까지 왔다'는 느낌입니다.
임용시험을 통과하면, 교사로서의 자격은 거의 자동으로 ‘보장’됩니다.
그 이후로는 제대로 된 수업을 하건, 아이들을 존중하건, 반대로 성의 없이 교실을 운영하건 간에 이를 평가하거나 교체하는 구조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모든 교사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방치할 때, 반드시 일부는 노력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일부’가 교실 안에 들어가게 되면, 피해를 입는 건 학생들입니다.
수업 준비를 거의 하지 않고, 정답지를 베껴 읽듯 수업하는 교사. 학생이 문제 제기를 하면 ‘버릇없다’며 인격적인 비난으로 되갚는 교사. 학급 문제보다 자신의 복지와 권익에만 더 관심 있는 교사.
여기에 더하여 문제행동을 반복하더라도 아무런 제재 없이 그대로 수업을 이어가는 구조.
이런 교사가 한 반, 한 학교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학급 아이들의 학습권은 무너집니다.
게다가 우리는 알고 있지요.
그런 교사가 실제로 꽤 있습니다.
학생은 선생님을 통해 배우는 법을 익히고, 세상과 마주하는 태도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존중받지 못한 채 방치된 교실에서 자란 학생은, 스스로를 존중하지도 못하고, 사회를 신뢰하지도 않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경험이 점점 '일상'이 되어간다는 점입니다.
작년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이라며 교사들이 '파업'을 하는 불법행동이 있었습니다. 저는 두 가지 부분에서 놀랐는데요.
첫째는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순순히 수용했다는 점입니다. 공교육의 혼선을 우려해서 학교로 신속히 복귀하라는 요구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교권이 학생의 학습권보다 우위입니다.
둘째는 학교 현장에 혼란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학교에서 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제로 매우 낮아서, 정말이지 '없어도 잘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이 공교육의 현실입니다.
학생들은 포기하고,
학부모는 체념하며,
사회는 그러려니 합니다.
그 결과, 공교육은 학생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교사와 시스템의 관성만으로 굴러가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교사가 평가받지 않는 구조, 책임지지 않는 구조는 결국 학생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교육은 교사의 직장이기 이전에 학생의 삶입니다.
그 사실을 잊고 있는 교사들이 많아질수록, 공교육은 신뢰를 잃고, 의미를 잃고, 무너집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을 해결해야 할 정치인, 교육부, 원로교사, 교수 등 인망과 실력을 두루 갖춘 분들이 교권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상한 이야기이지만, 저만큼 이 문제를 상식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교사를 검증하고 평가하여 우수한 교사는 장려하고, 부적격 교사는 재교육하거나 퇴출하며, 공교육발전에 헌신하는 교원의 직장문화를 유도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의 부담을 줄인다.
그동안 저는 국민신문고, 감사원, 정보공개포털, 인권위,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 교육 소위원회, 국회의원, 주요 대학교 교육학 교수, 행정학 교수, 교육감 등에 메일, 팩스, 민원, 진정, 청구를 보낸 바 있습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이미 단단하게 굳어서 굴러가는 시스템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쉬울 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학교를 바꿔야 합니다.
전략, 행동, 결과의 의미와 다음 계획을 짜는 것. 그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려 합니다.
그 기록이 여러분에게 어떤 종류의 즐거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