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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대는 공교육

가장 윤리적이어야 하는 직업이 잃어버린 작업윤리

by 당신들의 학교
왜곡, 곡해

부풀리기와 거짓

아전인수식 결론



공교육에 대한 기사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혹시 교사들의 노력과 반성을 요구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으신가? 심지어 명재완 사건에서도 못 본 것 같은데.


그 콧대 높은 의사들도, 높디높은 법관들도, 모두가 어려워하는 정치인도, 선망받는 연예인도.


반성하고, 노력하고, 자중하라고 언론에서 한 번씩은 말이 나오는데, 교사만큼은. 어쩐 일인지 교사만큼은 교사들의 반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단일 직종 최대 인원 50만 명
그리고 그들의 주변인까지 수백만 명



그들의 힘이겠지? 그들의 힘일 것이다.


얼마나 뻔뻔하게 기사가 나오는지 살펴보자. 고혈압에 주의하시길.





전문은 여기로. 기사라기보다는 블로그다.



1. 교사들이 교육환경 조성을 촉구한다고? 도랏?


수업의 질이 중요하다면서 교육환경 조성을 교사들이 촉구한다고? 아니, 교사가 촉구의 대상이지 않나?


무슨 책걸상이 부족하다거나 시설이 열악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수업의 질' 문제면, 이걸 교사가 촉구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지?



이 말도 안 되는 소리의 진짜 의미는 바로 아래에서 드러나는데, 교사연수와 행정 개혁이란다.


자, 이게 무슨 소리냐.


통계청에서 조사해 봤더니, 초등학생들의 방과 후 학습시간이 상당히 높은 데다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 공교육이 잘 안 돌아간다는 뜻이다. 학생들의 교육수요를 공교육이 받쳐주지 못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나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다.


보통 사람이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상식적인 생각은, 변화하는 교육수요에 공교육이 따라가도록 노력하자라던가, 보충 수업이나 과제부여, 온라인 콘텐츠를 이용해서 공교육이 사교육의 부담일 줄일 수 없을지 고민한다던가 정도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그러지 않으신다.



교사연수와 행정을 개혁




오늘은 기사 내용 대부분을 소개하니까 뒤에서 보실 수 있겠지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연수에 지원하는 돈 아무 데나 쓰게 해 줘.

연수 증빙도 요구하지 마.

그리고 교사한테 일 시키지 마.




참고로 우리나라 1인당 공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OECD 평균을 훌쩍 웃돈다. 대학생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에 비해 오히려 적으므로, 초중고만 따졌을 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교육 비용을 쓰고 있는 나라다.


통계를 찾아볼 필요도 없이 사교육 지출도 아마 세계 최고 수준일 테고


다행스럽게도 학생들의 학력 등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교원의 능력은 2016년과 2024년에 조사한 결과 모두 OECD 평균에 한참을 못 미쳤다.



교원들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가 못하는 건 맞는데,

그러니까

연수비 더 주고

일은 시키지 마.




나는 교사들이 직업윤리라는 게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왜냐하면, 수업연구와 준비, 행정업무는 물론 자신이 필요한 연수까지 힐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방학말이다.

실제로는 방학 때 업무나 연구, 연수 따위는 내팽개치고 여행 다니고 휴식을 취하느라 학기 중에 일이 밀리고 바쁘며 허둥대는 것을 많이 보긴 했지만 그거야 방학 중 근로의 의무를 41조 연수 규정을 악용하여 지지않고, 편의를 취한 개개인의 문제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업무를 줄이거나 연수비를 더 주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2. 아니, 왜 결론이 그렇게 나는데?


맞는 말, 옳은 말을 계속하다가 마지막쯤에 비틀어서 자신의 뜻대로 엮어 들어가는 기술을 사기꾼들이 많이 쓴다고 하던데, 다행히 사기꾼까지는 아닌지 뭔가 어설퍼서 속내가 잘 보인다.





팩트를 잘 정리하고, 그것에 대한 결론도 크게 무리가 없다.





음? 그런데 이상하지?


갑자기 이유 없이 '양적 대응'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결론내고 있다. 중간에 내가 놓친 논리가 있었나?




아닌데?


양적 대응이 옳은 해법이 아니라는 근거가 전혀 없는데? 뜬금없이 정부기조에 따른 교육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교사들이 해당 법을 비판하는 촌극이 잠시 나오긴 했다만?


뭐, 꼭 근거가 있어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넘어가도록 하자.


어쨌거나



수업의 양이 아니라 질을 논의해야 할 때




라는 것이 교사들의 주장인가 보다.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럴싸해 보이는데


1. 교사의 교육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 조성, 행정업무 경감?


그들이 말하는 핵심은 행정업무 경감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사실을 분명히 짚고 가자.



교원은 주 40시간의 근로 의무가 있고

그중 수업시간은 20회 정도.

시간으로 따지면

14~17시간이다.

교사들에게는

매주 20시간 이상

행정업무 등을 할 시간이 있으며

이는 수업시간보다 더 많다.


1년은 52주이고, 이 중 9주는 방학이다.


학기 중에 교사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업 시간만큼의 업무시간이 있고, 방학중에는 수업마저 없어서 업무시간이 넘쳐난다.


교사들이 행정업무로 바빠서 수업을 할 수 없는 경우는 단 한 가지밖에 생각할 수 없다.




방학 때 전혀 일을 하지 않고

학기 중에는 수업을 마치고 조퇴해 버리는 것.




근무시간 중 절반이상이 수업 외의 업무시간이다. 업무 경감을 말하는 건 좀 염치없지 않은가 하는 것이 내 생각인데,




혹시 진짜로 업무가 많은 거 아냐?




라고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 기사의 뒷부분을 가지고 왔다.





그들이 예로 들고 있는 업무의 면면을 보면, 일단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은데


1. 어쨌거나 학생 관련이기 때문에 교사가 하거나 교사가 관여해야 하는 부분이 맞다.


학폭예방을 위한 cctv 관련 업무, 학생보호를 위한 불법촬영 점검은 좀 해라. 한두 사람이 고작 십여분 투자하면 할 일 아닌가. 게다가 실제로 대부분 학교에서는 저 업무를 교사가 아닌 사람이 하고 있다.

학생 관련 정보가 가득할 교사의 컴퓨터 보안 점검을 그럼 외부인이 하나? 자기 컴퓨터는 자기가 해라.

학교의 재난 대응과 민방위는 결국 '학생 통솔'이다. 이것도 교사가 아닌 사람이 하는 학교가 많은데, 학생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건 정말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이다.

등하굣길 위해시설 점검이 뭐 대단한 게 아니지 않나? 학교마다 '학생안전부'가 있고 해당 부서의 부장을 맡는 교사는 매달 수십만 원씩 수당도 받을 텐데, 그걸 안 하겠다고 징징대는 건 좀 선을 넘었다. 학교마다 학생안전을 위해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매달 수십만 원씩 수당을 받는 '교사'가 있다. 이런 주장은 좀 부끄러워해야 한다.

학생 통신비 지원 행정처리는 말 그대로 지원에 필요한 서식을 작성하고 제출하는 수준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통신비를 지원받아야 할 만큼 상황이 안 좋은 학생에게 일면식도 없는 행정실에 찾아가서 스스로 가난을 증명하고 관련 서류를 내라고 하는 건 아동 학대 아님? 그게 아니면 외부인이 전 학생을 대상으로 가난한지 아닌지 조사해서 알아서 지원하라는 건가?



2. 업무를 본질적이네 비본질적이네 나누어가며 하겠다 못하겠다 하는 건 공무원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귀족제를 유지하는 국가의 귀족이 아니고서야,


힘에 부치고 시간이 없으며 능력이 부족하여 일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많은 것(힘, 시간, 노력)을 소비해야 하는 일인데 대가가 없거나 작아서 불만이라거나, 주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유독 많은 책임을 지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불평도 아니고



비본질적이어서 못하겠다?




아주 상전이네. 진짜상전.




2. 자율성? 평가권 확대? 이제 무슨 소리?


애매모호하고 쉽게 해석되지 않는 표현으로 속이려 드는데, 교사들의 속내는 기사 후반에 나오긴 한다.



길게 적었지만 요약하면


생기부 다 다르게 쓰는 거 힘듦

똑같이 써도 되게 해 줘.

그렇게 되면 수업의 질이 높아질 듯?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소리냐면,


학생들의 발달을 관찰하고 이끌어서 기록을 남겨야 하는 책임이 있는 교사가



에이, 애들이 뭐 다 똑같지.

쓰기 귀찮아. 쓰기 싫어

그러니까 몇 개 문장으로 복붙해서

생기부 써도 되도록 해줘.


라고 징징대는 중인 것이다.


학생을 이끄는 책임감은커녕 최소한의 애정마저 느껴지지 않는 징징거림은 다시 한번 이들에게 직업윤리라는 게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게다가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교사 능력

사교육 쏠림으로 드러나는 공교육 불신

수업 외에는 일하려는 의지가 없고

전인 교육으로 학생 개개인에 대한 발달을 추적하는 공교육 고유의 기능마저 거부하는 상황


그렇다면 교사라는 직업은 없애는 것이 옳다.


과목별 강사를 채용하여 시수에 따른 급여를 지급하고, 공교육에서 각 교사에게 기대했던 전인 교육과 공공윤리, 사회성 발달, 민주시민의 역량 등은 상담사, 정신과 전문의, 체험학습관 등과 연계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자율적 판단과 표현의 일관성이라는 게 결국 '교사 맘대로 복붙'하겠다는 건데, 이것이 교사의 고민과 일거리를 조금 줄이는 것 외에 무슨 효과가 있단 말인가?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 성장을 지원한다고?


교사가 생기부 쓰는 게 편해지면 진짜 교육의 질이 올라갈 것 같은가? 차라리 숙제를 적게 내줄수록 공부를 잘하게 된다고 하지!



3. 역시 또 돈이구나?



왜곡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제는 교사들이 방학마다 '41조 연수'를 이용해서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모두 아는데, 또 저런 거짓말을 한다.


교사마다 다른 역량을 키우기 위한 연수는 41조 연수규정으로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 거짓말 마라.


행정적, 형식적 연수가 실질적이지 않을 수는 있어도 최소한의 결과를 내기 위해선 필요하다. 현장체험학습 신청서와 보고서가 실질적이진 않지만 필요하듯이. 이걸 이해 못 한다면 책임 있는 어른이라 하기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뭐니 뭐니 해도
연수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는 건
41조 연수 규정을 생각해 보면
진짜 양심 없는 일이다.


교사들이 그들의 연수와 관련해서 얻어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실질적인 연수 정책?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연수과정? 학생을 위한 보다 다양한 연수기회?


아니다.

돈이다.



팩트 하나.


예전과 다르게 초등 교사는 모든 교과를 지도하지 않는다. 학교에는 수십 명의 강사와 외부인력이 학생들을 '교육'한다. 디지털이나 영상 콘텐츠도 많아서 교사는 '버튼 눌러주는 사람' 정도로 수업에 관여하는 경우도 많다.


어쨌거나 교사들이 원하는 부분을 정리해 보면


구독형 콘텐츠에도 연수비 줘

온라인 연수 프로그램에도 연수비 줘

그냥 내가 원하는 거 있다고 하면 따지지 말고 돈 줘.


이 정도다.


구독형 콘탠츠?

넷플릭스, 디즈니, 왓챠 등등의 OTT,

ChatGPT를 비롯한 각종 AI 서비스

게다가 요즘엔 어지간한 프로그램과 앱(게임포함)은 죄다 구독형이어서 구독형 아닌 것을 찾기 힘들 지경이다.


온라인 연수 프로그램?

온라인으로 행해지는 모든 교육 관련 콘텐츠, 메가스터디, 이투스, 직업교육, 뭐 그런 거?


그러니까



교사들이 집에서 넷플릭스 깔고
휴대폰에 ChatGPT 깔고
자녀 태블릿에는 메가스터디 깔아주면서
본인 노트북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해서
룰루랄라 하는 비용을
연수비 명목으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교사들에게 직업윤리가 있는지 정말 묻고 싶다.






처음 문장으로 돌아가 보자



정규교육이 '충분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양적 문제



양적 문제가 기본이다.


즉 교사가 편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노력하고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이 일하고


더 신경 써서 일해야 한다.



긴 글이었다. 마지막까지 읽으신 분은 아마도 드물며, 이 문장을 보는 당신은 틀림없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실 것이다.


댓글을 부탁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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