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눈을 감는 그들

이중잣대

by 당신들의 학교
죄 없는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에 있어서

슬퍼하지 않고,
마음 아파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피해자인 척.


어린이 사망사고는 전후사정이 어쨌거나 마음이 미어진다. 경제 논리라던지, 향후 가능성을 따져가며 아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망했다'는 말에 자연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같은 범죄라도 어린이가 피해자인 경우는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 되고, 같은 수준의 관리 소홀이나 실수라도 어린이가 사망한다면 책임자는 도의적으로 몹시 괴로워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사회는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빠르게 노력한다.


그것이 상식이자 사람의 도리다.


다음은 현장학습에서 일어난 사고로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의 재판과 관련한 기사의 베댓이다. 베댓이라는 것은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는 것인데, 이 정도면 우리 사회의 윤리 수준일 의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전형적인 '교사, 제 식구 감싸기'이다.


끝없는 교사 이기주의, 정체를 알 수 없는 피해의식, 우리가 모이면 뭐든 해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난 것이 아닌지.


일단, 이 사고가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고'라는 시각은 틀렸다. 자료를 캡처해 두지는 않았으나, 해당 교사는 지나치게 아이와 멀어졌고, 오랜 시간 돌아보지조차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어 판결이 난 것이다. 즉, 인솔 책임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증명된 사건이다. 따라서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난 것이고.

모든 직장인과 성인은 자신의 행위 혹은 행위하지 않음 (법적 용어로 작위, 부작위라고 한다)에 대한 책임을 진다.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현장체험학습을 없애라는 주장은 성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퇴행적 주장이다. 교사가 학생보다 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어이없을 뿐이다.

본 사건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은 '현장체험학습시 학생 인솔에 더 신경을 써야 하며, 무리의 앞에서 걸어갈 때나 후미에서 따라갈 때도 충분히 자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전파하는 일이다.

인솔교사가 충분히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인솔 시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대한 부작위는 법령 미비나 현실적 한계 등으로 발생하는 사고와 비교할 수 없다. 교사는 피해자가 아니다.


이제 기사를 보자.



사실 제목이 내용의 전부라 기사 내용을 소개할 것은 없다. 다만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여기에 대한 댓글과 교사 단체의 반응이다.




아마 '법적으로 근거도 없는'이라는 말은 '어느 법령을 찾아봐도 교사가 학생의 현장체험학습에 있어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문구가 없다' 정도의 뜻일 게다.


만약 진지하게, 진심으로 저렇게 생각하는 거라면 나는 그 사람과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


사실이건 아니건 '법에 없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좀 소름 끼친다

무엇보다 법은 그렇게 자세하게 규정하지 못한다. 세상만사 대부분은 아마 '법에 없을' 것이다.




일단 부모가 해당 교사와 운전기사에게 민사소송을 했다는 소식은 찾지 못했다.


뭐랄까.. 자식을 먼저 보낸 사람을 가리켜 '어, 그럼 이제 민사 하겠네. 7억은 받는다는데'라고 말하는 건 심각한 사회부적응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사회부적응 현상은 대부분 댓글에서 나타나는데, 이런 댓글을 읽고 있노라면 오히려 '내가 사회부적응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교사의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타당해 보이는 판결 이유를 논하는 글은 없다.

교사들은 굳이 안 해도 되는 학생 인솔 업무를 열심히 하면서도 사고가 났다 하면 책임을 뒤집어쓰는 불쌍한 존재이고

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교사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며

이런 식이면 부모도 처벌하고

교장, 교감, 교육감 죄다 처벌해 버리라는 주장까지 한다.


무섭다.




법원의 논리를 읽어보지 않았거나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둘 다 문제 이긴 하다)


법원의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원은 교사가 '학생 관리 주의 의무'를 이행했는지를 살폈고, 그것이 지나칠 정도로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죄 판결을 한 것이다.




보조 교사에게는 명확한 업무를 부여받지 않아서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 보지 않고 무죄를 판결했다.



아이가 사망했다고 벌을 준 게 아니다.

의무가 있는 자가
의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죄라고 본 것이다.

다시 말해
주의 의무를 충분히 다했음에도
사고가 났다면
무죄 거나 형량이 달랐을 거란 얘기다.




본인의 할 일을 다하지 못해서 나온 재판 결과이다.


누군가 죽었으니 책임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법이 늘 정의롭진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교사단체를 심기를 거슬러가며 교사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진 않았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최대한 공정하려 했을 것이다. 50만 명의 교사들이 들고일어났으니.


어쨌거나 교사 단체들은 현장체험학습을 거부하고 있다.


동네 태권도장이나 미술학원도 흔하게 다녀오는 그 현장체험학습을 거부하는 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내 나름대로의 심증은 있지만 굳이 적진 않겠다.


다만


현장체험학습을
거부하는 공교육은
공교육으로서의 가치를
상당 부분 잃어버리는 짓을 하는 것이다.

언젠가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여건이 된다면
공교육은 안 보내는 게 좋겠다고

실력도 떨어지고
관리도 안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도 없는데
뭐 하러 공교육에 가느냐고



그리고 그 사태까지 오면, 가장 먼저 자녀를 공교육에서 빼낼 사람들 중에는 교사도 있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징징대는 공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