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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교사'만 들어가면 바보가 되는지?

막 큰일 난 것처럼 얘기한다?

by 당신들의 학교
언론에서

교사 관련 소식을 볼 때마다

왜 저렇게 호들갑인지.


지난달에 올라온 뉴스를 하나 보자.


뉴스 전문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악성민원과 교권 추락으로 퇴직이 늘고 있다면, 퇴직하는 사람은 누구겠는가.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아 악성민원과 교권추락의 경험이 많은 중견교사인가. 아니면 교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면에서 경험이 적은 저연차 교사인가.


5년 내에 퇴직하는 교사가 늘어나는 원인을 악성민원과 교권추락으로 단정하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냐.


나는 듣자마자 이상하다는 걸 알겠는데,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어떠신지 모르겠다.


기사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말이 되지를 않는다'는 것인데, 이것을 잘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두문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전체가 엉망인 기사이므로 좀 정신없을 수도 있겠다만.


시작해 보자.





1. 악성민원으로 저연차 교사의 퇴직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악성민원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 불평등의 문제이다.


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저연차 교사의 퇴직이 늘어난 이유가 악성민원이라고 치자.


그런데 상식적으로, 저연차교사에게만 악성민원이 몰리나?


민원인이 '아하, 요 놈 보게. 젊은것 같으니 진상을 떨어야지!'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그럴 리가.



민원발생이 많은 업무를

저연차 교사에게 몰아주니까 그런 거지

이 염치없는 선배교사들아.




그렇다면 이것은 악성민원의 문제인가? 아니면 충분한 준비도, 경험도 없는 젊은 교사를 가장 어려운 자리에 세워두는 업무 불평등이 문제인가?


나는 절대 후자라고 본다.


자기는 해 본 적 없고, 할 줄 모른다면서 당당하게 무능을 자랑하면서 선배교사들이 학폭, 기획, 기안, 취합, 분석, 정리, 보고를 저연차에게 시키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ㅇㅇ가 이런 거 잘하잖아~


듣는데 토할 뻔?




2. 숫자를 나열한다고 좋은 정보가 아니야. 비교하고 분석해야 의미가 있지.


기사를 좀 뜯어보자.


와아~ 거의 8000명!


많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는구나! 교권침해가 심각한가 보네!!!


아니다.



중도퇴직 통계의 대부분은 '명예퇴직'이다.



사립교원의 명예퇴직 수는 계산되지 않은 통계자료라는 점을 참고한다면, 기사에서 말하고 싶은 '악성민원과 교권추락을 이유로 중도에 퇴직한 교원의 수'는 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어든다.



팩트는 맞지.
작년에 떠난 교사가 7900명.

그런데
그 사실을 이렇게 전하면 안 되는 거다


언론인들은 제발 생각 좀 하고 기사를 쓰자. 의도적으로 교원을 불쌍한 피해자로 보이게끔 생각하고 쓴 거라면 양심 좀 챙기고.




3. 꼭 중요한 건 별거 아닌 것처럼 슬쩍 끼워 넣더라?


분명히 기사 머리에는 '악성민원, 교권추락'으로 퇴직한다고 했는데.



캬. 대단하다. 대단해.


'업무과중'은 중간에 슬쩍 끼워 넣었네? 이 중요한 얘기를?


게다가.


악성민원과 업무과중이 묶여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설문조사 등에서 처음부터 '악성민원 및 업무과중' 하는 식으로 묶여있을 경우

설문조사 결과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 악성민원, 업무과중인 경우


어느 쪽이건 업무과중이라는 결과를 제목에 썼어야지! 뜬금없이 교권추락? 교오오오권추우우우락?




다시 말하지만

저연차 교사가 야근하는데

자기는 수업 마쳤다고 조퇴하는 양반들아

양심 좀.




4. 책임 있게 다룰 것도 아니면서 자꾸 숫자 들이밀지 마라.


앞에서부터 퇴직 교원이 7900명이라느니 하면서 숫자를 부풀리고, 응답자 대부분이 짚어내었다고 생각하기 힘든 교권추락을 제목으로 삼았다.


기사가 끌고 가려는 방향이 무척이나 노골적인데, 급기야



교사들의 설문조사를 들고 왔다.


이것이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앞에서부터 설계한 '교권침해', '7900명' 등의 표현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조심하시라.

이것은 여러분을 바보로 만드는

간악한 수작이다.



5. 그게 왜 그렇게 되는데?


여러분이 별생각 없이 기사를 읽으면 정말 이상한 이론도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다음을 보자. 뭔가 이상한 게 보이시는지?




교사들이 대거 퇴직하는 듯이 말하고 있지만, 앞서 밝혔듯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위의 문장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냥 교사들이 떠나고 있다고 치자!


교사들이 마구마구 떠나서 교원 수가 막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자! 사실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자!


그럼 저 문장은 말이 되는가?


아니, 교원 수가 줄고,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게 왜 이중고인가?


학생 수는 늘어나는데 교원 수가 줄어드는 게 문제 아닌가?


혹은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원의 수는 줄지 않고 있다면 그것 또한 문제다.


그런데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 교원 수가 줄어드는 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6. 진짜 중요한 얘기는 지금부터다.


결론부터 말하면?


젊은 교사들이
교직을 떠나고 있는 현상은
심각하지도 않고
걱정할 수준도 아니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기사 처음에는 젊은 교사들의 퇴직이 늘고 있다며, 이를 '악성민원과 교권추락'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말이다.


'교사'라는 말을 빼고 그냥 '젊은 사람의 퇴직'이라고 하면 최근 많이 듣던 얘기가 있지 않은지?



그렇다.


이른바 mz세대의 퇴직이다.


통계적으로 비슷한 나이대인 젊은 교사와 교사가 아닌 사람을 비교해 보았을 때, 교사의 퇴직률이 유의미하게 높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다라고 추정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교사의 퇴직률이 높은가? 전혀!


교사가 퇴직하는 건 교권추락과 악성민원에 시달려 괴로워서 그만둔 것이고, MZ세대가 그만둔 것은 예전보다 직장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개인주의가 심해지는 등 '개인성향의 문제'라고?


이런 것도 분석이랍시고
기사를 쓰고 앉았네.

차라리 역술인을 찾아가서
점을 봐라.


또 하나.


어쨌거나 교사들이 퇴직을 하는 것 자체는 사실이니까, 문제가 안된다고 할 수는 없잖아?라고 생각하실 분을 위해 통계를 조금 가져와봤다.



같은 조건으로 비교하고 싶었는데, 관련 통계를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교사의 퇴직률이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해석을 해보자.


교사의 중도퇴직률은 최근 5년간 많이 쳐도 2.5%이다. (통계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다양한 소스에서 얻은 통계를 분석하는데, 중복 데이터를 거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5년 간의 '중도퇴직'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명예퇴직이 들어간다. 따라서 저연차(근속기간 5년 이내) 교사의 퇴직률은 1%보다 한참 아래일 것이다.


다른 공무원은 어떨까? 재직 1년 미만의 공무원의 퇴직률이 자그마치 2.7%이다.


중소기업으로 가면 더 심각한데, 17%. 그러니까 6명 중에 하나는 '런'하는 실정이다.


글을 쓰다 찾은 자료를 가지고 다시 비교해 보자.


5년간 교사의 중도퇴직자는 33,705명. 그중에서 명예퇴직은 29,036명이었다. 5년 미만의 저연차 교사는 1362명이 퇴직했다.


전체 교원 50만 명을 분모로 두어 저연차 교사의 퇴직률을 계산해 보면


0.055%


아까 1년 미만의 공무원 퇴직률을 말씀드렸다.


2.7%


그러니까.


보통의 직장인과의 비교는커녕, 공무원과 비교해서 동일 근속기간으로 환산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퇴직률을 두고 지금 악성민원이니 교권추락이니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뭐, 개인적으로 괴롭고 힘든 교사들이 왜 없었겠는가. 그렇지만 통계를 말하고 경향을 분석하고 여론을 이끌 수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시선을 가져서는 안 된다


나는 여러분들이
이런 기사를 접하자마자
'무슨 병신 같은 소리야!'
라고 일갈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이들이 이런 짓을 멈출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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