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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그럴듯한 사기

진짜로 하나하나 비교해 줘?

by 당신들의 학교

먼저 기사를 보고 오셔도 좋겠다.


교원의 행정업무경감이 필요하다는 논지를 펴고 있는 글인데, 역시나 출처는 '오마이 뉴스'다.



그러니까... 수업시간에 행정업무를 해야 할 만큼 업무가 많으니 문제라는 것이다.


나는 이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사회생활을 하는 누구나 일이 많으면 잔업과 야근을 한다. 일이 많아서 문제라는 것은 지나치게 야근을 자주, 오래 할 때나 발생하는 것인데, 기사를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철저히 근무시간 내'에서 계산하고 있다.

교사는 주당 40시간의 근로 의무가 있고, 수업시간은 20회 정도. 14~17시간 정도이다. 그러니 남아있는 23~26시간은 수업 외 업무시간이며 이 시간을 활용하여 여러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

기사를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마치 교사는 수업연구, 수업준비를 근무시간 내에 하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모든 직업적 성공 또는 직업의 유지는 근무시간 외 개인의 노력에 달려있기도 한 것이다. 세상을 얼마나 만만하게 보는지!

그리고 누누이 밝히는 바이지만, 교사가 떠맡는다는 행정업무는 사실이 아니거나, 업무량이 매우 적거나, 극히 일부 교사의 업무이다.


조금 더 읽어보자





1. 힘들지 않은데 힘든 척하려니까 무리수를 두게 된다.


기사를 쓰신 분이 교사분인지는 알 수 없다만, 그에게는 어떻게든 '교사들이 진짜 바쁘고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사명이라도 있나 보다.


다음을 읽어보자. 이상함을 느끼시는지?



재미있는 부분은 '1차시 수업준비를 위해서 최소한 1시간 정도의 수업준비가 필요하다면'이라는 부분인데,


아니, 누구시길래 맘대로 수업준비시간을 가정하세요? 대동소이한 교육과정을 매해 반복하는 교사 특성상 1차시 수업에 수업준비가 1시간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데요?

그리고 초등 1차시 수업은 40분이다. 누가 들으면 두세 시간짜리 강연인 줄.


물론 나는 이 웃기는 가정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에 대한 심증이 있다


초등 수업 1차시는 40분이다. 이를 주당 23회로 계산하면 15.33시간. 그러니까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도 주 24시간 이상이 남아버린다. 이래서야 행정업무가 많다고 징징댈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24시간의 공백을 채워야 했고, 그래서 등장한 논리가 '수업준비시간 1차시당 최소 1시간'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그거 아시는가.


초등학생 40분짜리 수업마다
1시간 이상 수업연구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런 걸 두고
'무능하다'라고 한다.



게다가 산술적으로 15.33시간 + 23시간 = 38.33시간 이므로, 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주 40시간 근무상황에서는 수업연구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건 어떻게 봐도 과장이다. (게다가 공무원은 보고하기 애매한 초과근무 등 개인적 희생이 있을 것을 고려하여 실제 초과근무여부와 관계없이 초과근무수당(정액분)을 받는다. 설령 40시간이 조금 넘게 계산된다 하더라도 징징댈만한 성격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40분짜리 초등수업에
수업연구시간 1시간으로 계산하는 건
교사들을 바보로 본 거다.




2. 심각하지 않은 것을 심각하게 만들려니 말도 안 되는 무리수를 두게 된다.



일단 첫 줄부터 틀렸다.


주 40시간의 근무시간 중 수업시간은 15.33시간에 불과하고, 24시간 이상이 남아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봐도 수업준비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게다가 '수업과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다' 며 첫 문장을 마치는데, 교사는 수업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사는 교육공무원이다.

교원은 학생 교육, 지도, 연구하는 이로

당연히 학생과 관련한 업무의 중심이 된다.



기사에서 말하는 '교사가 하는 수업과 관련 없는 행정업무'를 보자.



1. 학교운영위원회

말 그대로 학교자치를 위한 회의기구이다. 대체로 교장, 교감, 그리고 학부모 위원들로 구성된다.


교사들이 학교운영위원회 업무를 한다는 건 회의에 올릴 안건이 있을 경우 회의 자료를 만들고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교사는 해당사항이 없고, 해봐야 1년에 한두 번 수준이라 보는 것이 맞다.


교사가 맡은 학생 관련 업무와 관련해서 안건이 있다면 당연히 교사가 이를 추진해야 한다.



아니, 그럼 이 일을 누가 한단 말인가?



2. 학적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학적업무가 자주 있을 것 같은가? 교사 여럿이서 달려들어해야 하는 일일까?


빈도와 해당하는 교사의 비율이 극히 적어서 이것을 교사의 행정업무 (수업연구 시간을 뺏는)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학생 관련 업무다. 이게 교사가 할 일이 아니라고 하는 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럼 누가 해야 하는데?


3. 학교방송실

하나씩 떼어놓고 보니까, 기사를 쓴 사람이 얼마나 자질구레한 것들을 예시로 들었는지 느껴지시는가? 방송실 업무란다. 방송실.


학생자치의 중요한 부분으로, 학교가 지식의 전달을 넘어 전인교육과 사회성을 기르는 곳이라는 증거 중의 하나가 학생방송부이지 않은가?


아니, 이걸 그럼 누가 지도하니?


4. 교과서 선정

누가 들으면 교사들이 모여서 교과서 집필하는 줄.

배민으로 저녁메뉴를 정하는 게 '요리'인가?


말도 안 되는 예를 들고 있어


5. 원어민 보조교사 운영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다만, 아마도 해당하는 교사가 있다면 한 명이나 두 명일 것이고, 소소한 통역 수준일 것이다.


이런 걸로 징징대지 마라.


6. 교육복지

교사는 학생을 교육하고 지도하므로 담당하는 학생들의 집안 사정을 알고 그에 맞추어 학생의 학습권이 원활하게 지켜지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교육복지의 경우, 교사가 하지 않으면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조사에서는 스스로 가난이나 한부모, 고아 등등 남에게 밝히기 싫은 내용을 학생 스스로 증명하도록 해야 하고.


인간적으로 이건 군말 없이 하자. 좀


7. 대국민학부모서비스

나는 이게 뭔지 모르겠다. 누가 들으면 한 학기에 3,4주 정도는 대민지원이라도 나가서 김장이라도 도와주는 줄 알겠다


실체가 없는 업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앞서의 예는 '학교방송부'처럼 지나치게 세세한데, 이건 너무 포괄적인 업무명이다.


이거, 진짜로 있는 업무야?


7. 방과후학교

할 말이 없다. 누가 들으면 교사가 방과 후 수업도 하는 줄.


해당하는 교사는 당연히 학교에 단 1명. 많아봐야 2명이 아닐까 한다.


제일 문제는 뭐냐


방과후학교부장님.

수당 받으시잖아요.

한 달에 13만 원이요.


방과후학교와 관련해서 방과후학교부와 행정실이 업무를 해나가는데, 행정실의 업무가 시간적으로나 난이도상으로나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행정실은 수당을 받지 않는다.


다시 한번


방과후학교부장님

양심 좀


8. 교육활동 보호구역 관리

학생 관련은 교사의 업무라고 이미 말했다. 교사의 업무다.


그런데 일선학교에서 보호구역 관리를 진짜 교사들이 하는가? 나는 못 봤는데.


교장선생님이 점심 먹고
학교 한 바퀴 도는 걸
이야기하는 건 아니겠지?


9. 학교안전공제회

계약은 행정실, 회비납부도 행정실이 한다.

여행자보험이나 사고발생 시 보상을 받기 위한 서류작성을 말하는 것 같은데 (아마도)


그럼 그걸 교사가 하지 누가 하냐

학생 이름도 모르는데.


역시나 1년에 극히 적은 횟수로, 단 몇 명의 교사만 하는 일이다.



10. 고농도미세먼지대응

네? 그런 업무를 해요?

미세먼지측정(1년에 한두 번)을 말하는 거라면 행정실과 보건교사가 한다. 수업하는 교사는 여기에 관여할 일이 없다


혹시 미세먼지 많은 날
창문 닫는 정도를 말하는 건가?


11. 개인정보보호, 정보보안

교사 컴퓨터에는 학생 이름을 포함한 개인정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암호화라던가 주기적인 보안점검은 당연히 스스로 하는 거다.


무엇보다 이것을
'업무'로 생각한다는 것이
황당하다.



12. 정보공시

1년에 두 번 한다.

그것도 몇몇 부서의 담당 교사만 한다.

다른 사람은 해당 정보가 없거나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담당교사가 해야 하는 업무다.




13. 각종인력채용업무

보통 교사는 할 수 없는 업무다.

기간제, 방과 후 강사, 외부강사 등의 섭외와 채용은 보통 교감, 교장이 하고, 행정실이 지원한다.

면접을 보거나 채용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아~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해?' 하면서 불만인지는 모르겠는데, 이것을 '교사업무'에 집어넣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그 외 일용직이나 공사업체, 시공인부 등은 행정실이 섭외하고 채용한다.

교사 인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행정실에 물어본다면, 아마 인력채용은 큰 업무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호들갑 좀 떨지 마라


14. 회계업무

교사도 학교 돈을 써야 한다. 교보재도 사고, 준비물도 마련하고, 담당하는 부서에 필요할 수도 있다.


그때 작성하는 신청서를 '품의'라 하고, 다 쓰고 나서 어떻게 썼다는 걸 보고하는 것을 '정산'이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것을 회계업무라고 하지 않는다


오직 교사
오직 교사만이
품의와 정산을 회계업무라고 한다.
미치겠네.


게다가. 그걸 본인이 아니면 누가 하냐?



15. 시설관리업무

무슨 관리를 한다는 건가?

교실 냉난방 온도조절?

책상 자리 맞추기, 창문 열기? 창문 닫기?

시설관리에 뭐가 있는지도 모를 사람들이 시설관리를 입에 올리네.




환장할 내용이 뒤에 더 있는데, 이것은 나누어서 쓰겠다.


오늘의 결론


교원의 행정업무가 많다고
징징대고 싶은데

시간계산을 해봐도 무리수
업무를 하나씩 꼽아봐도 무리수

기사에서 언급한 업무중에
하나도 하지 않는 교사가 절반은 넘을텐데

아무리 봐도 일이 많지 않은데
왜 징징대지 못해서 난리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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