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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 개복치?

절대 이 분들을 놀라게 해선 안 돼!

by 당신들의 학교

기사는 여기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교사들이 일이 많다고 징징대는 부분을 늘 비판하긴 하지만, '입장'이라는 게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부분도 있다.


교원단체가

'우리 너무 편해요'

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내가 교원단체가 선을 넘은 것이라고 판단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공교육 멈춤의 날 - 불법파업이었고, 일부러 혼란과 불편을 만들었다.

현장체험학습거부 - 선을 넘은 요구다.

41조 연수 - 직업윤리는 물론 공공윤리에 있어서도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 하나 더 추가되겠네.





잘 생각해 보자.


상담이 그렇게 위험한 것인가?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면담하기 위해 무장 경관을 대동하고 재소자의 방으로 들어가는 변호사 같은 느낌인가?


교권침해니, 교사보호니 하는 꾸밈을 걷어내고 다시 읽어보자.



아. 상담창구 만들지 말라고!



돌겠네.


교사들은 무슨 개복치라도 되는 것인가. 상담에서 조금 불편한 말이라도 나오면 '으악, 나 죽음!'하고 죽기라도 하는 것일까?


교육부가 만든다는 상담창구 '이어 드림'이 뭔지 알아보자.



음? 이게 무슨 문제지?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요즘에는 학교에 찾아가지도 못하고, 전화를 한다고 교사와 연결시켜주지도 않으니 이런 상담예약이라도 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다 싶다.


교사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는 것이, 공식적인 상담예약괴 상담결과가 시스템에 남게 되므로, 악성민원의 여지가 줄어든다.


교사들은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이걸 반대하는 걸까?



내가 머리가 나쁜 건가.


'민원처리 기능'이 없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게 자판기처럼 버튼을 누르면 학부모의 민원이 해결되는 시스템을 생각하는 건가? 그게 가능해?

학부모가 상담을 원하는 게, 무슨 교육비 영수증 떼자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자녀의 발달, 성적, 진로, 교우, 학폭, 질병 등에 대한 의견과 조언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그런 민원처리는

해당 교사가 하는 거라고요.

이 답답한 양반들아.



무슨 민원담당이나 상담인력이라도 써서 교사가 학부모 상담을 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가 본데,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자녀를 가르치고 지도하는 사람의 의견이 필요한 거니까.


오은영이나 정승제가 나와서 상담해 준다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 상담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러니까 상담한다고
수업시간 뺏지 말라는 거잖아.
이럴 때만 학습권이네?


그리고 교사도 할 말이 있지 않아?

상담하면서 집에서는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그런 거 알고 싶지 않아?

학생에게 애정을 가지고
함께 노력해서 꿈을 키워주는
참스승은 현실에선 없는 거야?

그냥 수업시간만 때우면 되는
직장인이구나?







그런데 교사는 민원 담당자가 아닌 교육자라는 거... 그거 말이 되는 소리인가?


OECD기준으로 학국보다 교원능력이 훨씬 높다고 측정된 두 나라, 일본과 영국을 조사해 봤다.


1. 영국의 상담



자, 영국은 모든 학생에 대해 일대일 상담을 1년에 한 번 이상 하도록 법에 규정되어 있다.



또한, 교사는 학생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조언을 하는 역할이란다. 다시 말해



교사가 할 말이 있어서 하는 상담




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학생이 상담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이런 방식은 상상만 해도 우리 개복치 교사들은 기절할 듯?


영국의 학부모상담 (parent - contact)에 대한 통계를 좀 더 찾아보면, 대다수 교사(70% 이상)들은 주간통신(parents emails / messages)에 주당 최대 5시간을 소요한다고 한다



뭐? 교사의 시간을 지켜야
학생의 학습권이 보장돼?



물론, 영국의 교사노조는 이에 대해 비판적이며, 스트레스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그럴 수도 있다. 처음에 말했듯 '입장'이라는 게 있으니까.



하지만 영국교사노조는
학부모상담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2. 일본의 학부모상담



1년에 1~2회가 관행이고 (일본에서 관행이란 그냥 법에 명시된 것 마냥 지킨다고 보면 된다) 일대일 상담이 당연하고, 학생, 학부모, 담임의 3자 대면이란다.



우리나라 교사라면
기절하겠네.


게다가 학부모회를 '담임'이 주최하여 정례적으로 개최한단다.


일본의 교사노조 역시 '보호자의 의견을 듣는 것은 중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적절한 시간확보(대부분 일본 교사는 주 40시간 근무규정 하에 50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무환경이다. 방학 때 휴가도 거의 없는 수준)와 대응지침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민원 자체를 거부하는
한국의 교사와는
온도차이가 너무 심하다.




생각해 보자.


교사단체가 말하는 것처럼


교사를 민원, 상담업무로부터 분리하고, 교육에만 전념하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아니, 옳다를 따지기 전에 가능하긴 한 일인가?


교사가 학부모 상담에서 분리될 수 있는 경우라는 것은 딱 하나밖에 없어 보인다.


교육자가 아닌, 수업만 하는 시간강사가 되어 시급으로 급여를 받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지위를 낮추는 것.


우리 사회가
교사를 존중하고
교사에게 존중을 보여야 한다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유는

교사가
학생의 성장기를 함께하는
교육자, 조언자, 모범이 되는 어른이면서
부모와 함께 학생 주변의 작은 사회를
이루어주기 때문이다.

상담과 민원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교육자가 아니다
마땅히 '알바'라 불러야 한다.





전국의 모든 아르바이트 하시는 분들께는 어쩐지 비하하는 것 같아 죄송하다.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았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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