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
내 인생은 내 기대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궁금하다
내가 찍고 있는 점들이 어떻게 이어질까
1년 뒤, 아니 단 몇 개월 뒤 나는 무엇이 되어있을까
1300만의 청춘들의 꿈을 응원하는 이야기
브런치 매거진 <나는 혼자 돈 벌기로 결정했다> by 시몬디
나는 오프라인에서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스타 하세요? 우리 맞팔해요
이런 건 나에겐 없는 일이다.
누군가를 만나도 내 계정을 공유한 적이 없다. 브런치 에세이 작가님들은 직장동료에게 내 글을 선뜻 보여줄 수 있을까? 우선 나로서는 내 인생에서 그저 지나갈 존재가 나의 심연이라는 선을 넘어오는 건 유쾌하지 않은 듯하다.
왜 이렇게까지 나를 감추게 됐는지 이전에 브런치북에서도 얘기한 적 있다.
유독 같은 상황에서도 나를 주목하는 눈이 많았다.
이유는 모른다. 조용히 있을수록 더 주목을 받는다고 사주에서도 말하더라. 그냥 내 팔자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이후로는 내가 허용하지 않은 선을 계속해서 침범하는 사람들,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눈동자가 더욱 싫어졌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나는 내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또 글을 적고 있는 걸 보면.
이곳 브런치에서만큼은 나를 꺼내보여도 좋다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한편으론 나를 알아보지 않기를 바라는 양가감정을 느끼며 글을 써 내려간다.
나는 회사를 떠나 일하는 공간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정했다.
회사라는 타이틀 없이 혼자 잘 일하기 위해서는 브랜딩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드러내야만 한다. 그것도 매력적으로. 그래야 사람들이 나에게 끌릴 테니까.
브랜딩을 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유튜브에 들어가 나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의 영상을 찾아봤다. 이런 댓글들이 있었다.
'똑 부러져 보여요'
'목소리가 좋아요'
'말을 잘하시는 게 부러워요'
아 사람들은 말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불현듯 잊고 있었던 내 장점이 떠올랐다.
그래 맞아 나도 남부럽지 않게 좋은 목소리와 전달력을 가진 사람인데.
돌이켜보면 회사를 다닐 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때, 사적모임에서도 발표는 항상 내 몫이었다. 그럴 때마다 '아나운서 같다'는 과분한 얘기를 참 많이 들었다. 대중 앞에 나서서 마이크를 잡고 말을 한다는 게 두근대고 좋았다. 사람들이 내 말 한마디에 집중하고, 반응하는 그 느낌. 희열이 있다
이참에 나도 아나운서처럼 말하는 능력을 배워놓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니다. 오버인 것 같다. 금세 고개를 내리 저었다.
내가 생각하는 아나운서라는 이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가장 반짝이고 빛나는 사람들. 그게 내가 떠올리는 아나운서 이미지니까. 어떻게 내가
이윽고 며칠뒤 낮에 그냥 검색을 하다가 정말 우연찮게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검색했다. 그냥 문득 생각이 났다
아카데미 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뭐.. 그냥 상담은 공짜잖아.
반신반의로 시작한 카톡상담. 솔깃한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나는 아나운서가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디자인 학원까지 다니며 충분히 바쁜 상황에서 학원비까지 내가며 다닐 이유를 찾지 못했다. 굳이?
급할 게 없다.
고민해 보고 연락드리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상담을 마무리했다.
그 뒤로 아나운서 아카데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며칠뒤 학원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아나운서는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만나서 일단 상담을 해보고 고민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네 좋아요. 갈게요
멋쩍게 아나운서 아카데미 문을 열고 들어갔다.
로비에 앉아있는 원장님의 얼굴이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밝아졌다. 삶에 찌든 사람들에게는 볼 수 없는 생기와 미소. 2초 남짓한 눈 맞춤에 벌써 나는 그녀가 좋아져 버렸다. 이렇게나 내 마음이 헤프다
"어 우리 아는 사이 아니에요? 이미 이 일 하고 있지 않아요?"
"네? 아니에요 처음이에요"
"아~ 어디서 많이 본듯해서 현직자인 줄 알았어요"
뭐야 지금 이 상황. 내가 아나운서 이미지로는 합격이란 말인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이어진 보이스 자가테스트.
발성, 톤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문항에도 걸리는 게 없었다. 2차도 통과
뭐야 나 생각보다 꽤 괜찮잖아?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들. 나는 마음이 잘 맞는 사람에게는 의외로 이야기를 잘 늘어놓는 순진무구함이 있다.
내가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다니고 싶은 이유. 브랜딩을 해서 내 가치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들. 원장님도 재밌는 일을 하고 싶어서 회사를 퇴사하고 현재 이 일을 하고 계신다는 이야기. 이 과정을 수료한 후 찾아오게 될, 내가 받을 수 있는 기회들.
그녀는 나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내 이미지와 목소리, 캐릭터도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아나운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칭찬한다.
내가 진짜 아나운서 이미지라고? 내가 이 일을 할 수가 있다고?
게다가 미인대회도 잘 어울린다고 한 번쯤 나가보라는 추천을 받았다. 물론 이 분야의 사람들에겐 흔한 이야기겠지만. 그냥 직장인으로 살아온 나에겐 모든 게 새롭다.
어안이 벙벙하다.
난 그저 기웃기웃 카톡 상담을 요청한 게 다인데 갑자기 이렇게 아카데미에 와있다는 게 실감도 안 나고
"그럼 상담은 여기까지 하고, 우리 다음 주 금요일에 봐요"
그래 까짓 거 한번 해보자.
아카데미를 나선 내 손에는 아나운서 아카데미 정규반 과정 수강료 영수증이 들려있었다.
이렇게 나는 아나운서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어디에선가 본 글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때로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현재는 조금 벗어난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원하는 대로 된다는 뜻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2025년 현재 매우 명확한 목표와 비전이 있다. 내 삶의 의미, 핵심가치, 5년 내에 이루고 싶은 단 하나의 생생한 이미지가 있다. 또 내가 그것을 왜 원하는지, 근본적인 열망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난 그걸 당연히 가질 거다.
근데 공간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해놓고 웬 아나운서냐고?
아니다. 방향성을 튼 것이 아니다. 이 아나운서라는 도구가, 지금 이 점이 어떻게 목표로 가는 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결국 조만간 내가 원하는 지점으로 선을 그리며 이어질 거다.
이 세상에는 우연은 없다. 내게 찾아오는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내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떠올리게 된 것도, 일사천리로 상담을 받고 등록을 하게 된 것도, 이 모든 과정이 눈 깜짝할 새 술술 풀린 것도. 분명 이유가 있다.
모든 일이 우리가 생각한 단계와 과정으로 이뤄질 필요는 없다. 그저 이 흐름에 몸을 맡기고 즐기면 가지게 될 것이다.
즐기자.
하루는 열심히, 인생은 흘러가는 대로
1300만의 청춘들의 꿈을 응원하는 이야기
브런치 매거진 <나는 혼자 돈 벌기로 결정했다> by 시몬디
다음 편에는 아나운서 아카데미 수업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