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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용 시뭔SiMone Apr 26. 2022

신사의 조건

콩트

"교장선생님. 겨우 1년 반 만에 저희 아들을 이렇게 신사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큰 아들 졸업식 날 런던 근교에 있는 칼디코트 초등학교 교장에게 내가 감사 인사를 건넸다.

"뭘요. 댁의 아드님은 여기 들어올 때부터 이미 신사였던 걸요."

교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양쪽 어깨를 들썩이며 대답하였다.

십여 년 전 어렸을 때부터 나의 큰 아들은 이런 멋진 아이였다.


 아이가 자라서 대학에 들어가고 방학을 맞아 영국에서 돌아왔다. 며칠  월요일에 도착했고 오늘이 토요일이니 서울에 온 지 벌써 닷새째다. 그런데   공항에서 '잘 도착했다'는 전화 한 통화 다음부터 감감 무소식이다.

외국 시민권자를 위한 청년과학자대회



물론 바쁜 일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재영 한인 과학자 협회에서 추천을 받아 청년과학자 포럼에 참가 중이라는 사실을 내가  안다. 한국 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주최로 외국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로 해외에 살고 있는 한인 청년 과학도들에게 왕복 항공권과 숙식을 제공하여 고국을 체험할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가를  때문이다. 총 4 5 동안 타이트한 계획에 따라 진행하므로 자유로운 개인 시간은 많지 않을 터이다. 집에도  들리고 공항에서 직접 코엑스 컨벤션 센터로 직행할 정도의 빠듯한 스케줄이었슴 이해간다.


아무리 일정이 빡빡해도 그렇지 전화  , 문자 한번 날릴 시간이 없다는 것은 말도  된다.   전에  누나도 같은 행사에 참가했지만 쉬는 시간마다 연락을 했지 않았던가? 달라도 너무나 다르고 틀려도 너무틀렸다

더구나 공식 행사는 어제 금요일 밤에 이미 끝나지 않았던가?

일정을 마친 지가 벌써 언젠데... 어디에서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내심 불안하기까지 하다.

급할 때 사용하라고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게까지 해주었건만...  아비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친구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는

"박원장. 당신이 그 나이 때 부모님에게 한 짓을 생각해 봐. 별반 다를 게 없었을 거야."

하긴 그 만 할 땐 나도 그랬을지도 모르나 지금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공중전화 찾기가 어려운 점은 마찬가지라 하더라도 요즘은 휴대폰이 있지 않은가. 영국에서 들고 온 제 휴대폰이 안되면 친구 것을 잠깐 빌려서라도 어디에 있는지 메시지라도 보내줄 수 있을텐데...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내내 궁금한 마음이 가득하였다.

'아마 어젯밤에 늦게 까지 마무리 행사가 이어졌을 거고 어쩌면 아쉬워서 새벽까지 흥겨운 자리가 이어졌을 거야.'

'그러다가 늦잠을 잤을 테고 오늘이 토요일이니 오후 늦게 일어나겠지... '

'그러나 저러나 가져온 짐도 무시 못할 만큼 많을 텐데   어떡하고 다니나?'

내 마음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 찼다. 한편으론 걱정, 다른 편으로는 얄미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할 바가 없었다. 그래 좀 더 두고 보자. 어렸을 때부터 신사다웠으니 아무리 늦어도 오늘 토요일 오후 서너시면 통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자메시지 정도는 보내주겠지....



정말이었다. 나는 예언자나 다름없었다. 청주 성안길에 돗자리 깔고 앉아도 될 만한 초능력자였다.

나의 예상과 한치도 다름없이, 정확히 토요일 오후 3 1분부터 아들놈은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일단   시작하니 그 다음부터는 새벽 시간에도 문자를 보냈다. 내 휴대폰에 자기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꼬박꼬박 남겨 놓 것이었다.

보라 얼마나 신사다운지.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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