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울타리와 강 사이에 난 오솔길은 인근에서 즐겨 찾는 산책 코스이다. 아침저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강변을 따라 개와 함께 걷기도 혼자서 뛰기도 한다. 휴일이면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와 산보를 하는 말하자면 둘레길인 셈이다.
전통 영국 주택답게 앞뒤로 널찍한 정원이 야트막한 나무 담장으로 둘러쳐있다. 마당이 훤히 들여다 보여 지나다니는 산보객과 인사를 나누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네들은 나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개에 대해서는 이름이며 나이며 많이들 알고 있다.
"우리는 '#$%&*'입니다. 토니를 키우고 계시지요? 그녀가 있던 곳으로 안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대하다 보니 무엇보다 어디 소속이라는 소리도 일단 알아듣지 못했다.
토니가 밖에 나오고 싶어 온 하루를 거실에서 낑낑거리니 누군가 현관문에 달린 쪽문 (cat door, 개나 고양이가 다니게 제작한 문구멍)으로 밀어 놓고 간 모양이었다. 필시 '어떤 코리안이 이사 와서 개 한 마리 말려 죽인다'라 생각한 이웃 소행이 분명하였다. 관심이 지나친 면이 없지는 않았으나 토니의 안위安危를 우리 가족보다 주위에서 더 걱정했나 보다고 위안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