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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용 시뭔SiMone Dec 22. 2021

이 세상에 공짜는 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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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은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려는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아일레이 섬사람들은 생굴에 위스키를 뿌려 먹어요."     

석화에 피티한 라프로익 위스키를 뿌리면 제격이다.

나도 때 마침 20여 년 전의 여행 기억을 떠올렸던 참이었다. 눈앞의 위스키 부나하벤을 생산하는 증류소가 자리한 스코틀랜드 아일라 Islay 섬이 생각났다. 게일어식 발음으로 섬 이름은 '아일라'가 맞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위스키의 성지’에서 아일레이로 표기했지만 현지의 안내 책자에도 관광객들에게 'eye-la'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자그마한 항구 마을 포트엘런의 한 식당에서 껍질 속에 갇힌 싱싱한 굴에 몰트위스키를 더블로 주문하여 흩뿌려 끼얹어 먹던 추억을 되새겼다. 해초의 향이 밴 체 알알이 살아있는 생굴과 갯내음이 스며든 피트향 위스키는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주었다. 자욱하게 밀려든 밤 안갯속, 아무도 알지 못하는 해변가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외로움, 알싸한 슬픔이 가슴속에 잔잔히 밀려오는 그러한 멋과 함께...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아일라섬, 동북쪽에 쥬라 섬이 있다.



쥬라 Jura는 아일라 섬과 스코틀랜드 사이에 위치한 인구 150명의 아주 작은 섬이다. 아일라와 불과 오백 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지척 간이기는 하여도 바다에 가로막힌 별개의 섬이므로 방문하려면 페리를 타고 건너야 한다. 글라스고우에서 조그마한 프로펠러 비행기로 일단 아일라로 갔다가 다시 배에 올라야 하는 외진 곳이다. 당시 아일라섬에는 증류소가 7개 있었으나 쥬라섬에는 쥬라가 유일하다. 거기에다 펍 하나, 식료품점 하나가 섬주민의 생활 본거지이다. 이 섬에는 아일라와 달리 관광객도 거의 없다. 소설 ‘1984’의 저자인 조지 오웰이 머물며 창작 활동을 했다는 정도가 몇 안 되는 자랑거리이다.     




내가 둘러본 쥬라 증류소

"우리 증류소는 몰트를 킬닝(불을 때어 건조시킴)할 때 연료로 피트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여기 이 섬 전체의 냇물은 피트 내음을 가득 담고 흐르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또 피트 연기를 입히면 심히 스모키 해지기 때문이지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짙은 향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아요." 그가 들려준 말이다. 지금 거의 다 잊었어도 캐러멜과 브로콜리 향이 풍기는 쥬라 위스키의 특성을 제대로 설명받았던 기억만큼은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그러고 나서 양조장 바로 앞의 펍에 가서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미카엘의 친절함은 사람이 그리운 쥬라섬이라서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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