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미식가는 맛의 정수를 제대로 느끼려고 회에 아주 미량의 독을 일부러 남겨두며 즐기기도 한단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라고 극찬하였다는 그 맛은 '혀가 살짝 쌉쌀하고 까슬까슬해지는 감각'이다.
복어회로 유명한 청주 모식당에서 나도 그 맛을 본 적이 딱 한 번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왔다. 함께 회를 먹던 일행 대부분도 약간이나마 경험한 것 같다고 나중에 술회했다. 하지만 복어회에 진짜 남아있던 독성분 때문인지 아니면 지레 겁을 먹어 생기는 뇌작용인지 나로서는 지금도 단언하기 어렵다. 당시 요리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으니 낭설에 불과하리라 믿어야겠지만.
‘
어느 겨울 미뤄둔 숙제를 해치우려고 드디어 바라나시로 향했다.
여행 둘째 날 저녁인가 한 허름한 현지 식당에서 식사 전에 종업원이 술을 한잔 따라주었다. 잽싸게 마셨다. 술이 고팠던 관계로 집사람 몫까지 연거푸 두 잔을 홀딱 마셨다. 항아리 소주고리로 증류한 전통 소주에 테킬라를 섞은 듯 헤아리기 어려운 미묘한 맛이었다.
때 마침 빈 속이다. 금방 짜릿한 감각이 울대를 지나 식도를 타고 위까지 줄줄 내려간다. 곧바로 뜨거운 기운이 구석구석 퍼지더니 온몸이 싸해진다. 취기가 가슴에 차오르다가 팽 돌며 머리로 올라간다. 몸이 붕 뜨고 살짝 어지럽다. 예의 '혀가 살짝 쌉쌀하고 까슬까슬해지는 감각'까지 찾아온다.
아차 싶었다!
종업원에게 술의 상표를 물어보니 여염집에서 제조한 걸 사 왔기에 이름은 모른단다. 밀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