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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용 시뭔SiMone Jun 14. 2022

 코크 스크루 수집VIII-경험

술 이야기

앤티크 마켓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이 어렵다. 가게의 특수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현금을 준비해 가져가야 한다.

산텔모 시장의 좌판

해외여행 중에 앤티크 마켓에 들러 코크 스크루를 구입하는 수집벽이 한창 동하였을 무렵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였다.

시내 한 복판의 데펜사에는 세계 최대의 벼룩시장이 열리는 산뗄모 시장이 있어 이를 찾았다. 중심에는 돌고 광장이 있어 그곳에서는 종일 탱고 음악이 흘러나오고 즉석에서 밀롱가가 열리기도 한다. 물론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식당 앞에서는 전문 댄서들의 춤도 만끽할 수 있다.

 

광장에서 열리는 밀롱가

그곳 앤티크 가게를 돌아보던 중 처음 보는 코크 스크루를 하나 발견하였다. 하지만 진기한 것을 만났다고 해서 다짜고짜 가격을 물어보는 둥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눈독을 들인 티를 너무 내면 가격이 올라갈 염려가 있다. 그래서 내가 점찍어 둔 것은 대충 가격만 물어보고 오히려 다른 코크 스크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의 가격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대충 알아보았다. 

내가 진짜 원하는 코크 스크루는 미화로 100불 정도면 살 수 있겠다 싶어 일단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와 가지고 있는 돈을 세어보니 많이 부족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많은 현금을 가지고 다니면 표적이 될 우려가 있다 하여 지갑에 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점찍어 둔 코크 스크루는 하루 이틀 가게에 묵혀있던 것이 아니라 금방 팔려 버릴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 중에는 사야 하거나 먹어야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실행해야 한다. '나중에 해야지'하고 미루면 하지 못하여 후회할 할 가능성이 높다.


현금 지급기 ATM가 설치된 은행으로 급히 향했다. 한참을 걸어가 은행에 도착하니 역시나 지급기 앞에 줄이 길었다. 은행 안에 설치돼 기계인데도 은행 밖에까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어떻게 할까 왔다 갔다 고민하다가 하는 수 없어서 줄의 맨 뒤에 붙었다. 그러고 있는데 한 30대 중반의 남자 은행 직원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외국인이시군요. 줄이 너무 길지요? 도와드릴 테니 나를 따라오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외국인에게 참 고마운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보다고 생각하고 따라갔다. 

은행 앞에 늘어선 줄(본문과 관계없음.)


기다리던 줄의 맨 뒤에서 빠져나와 계단을 올라 그를 따라 점포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도 빼곡히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다. 그가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말하니 모두들 자리를 비켜준다. 

"기계가 스페인어로 되어있어 작동하는 법에 서 투룰 테니 신용 카드를 나에게 주세요. 내가 뽑아 드릴게요"


내가 찾을 금액과 비밀번호를 알려주자 그는 익숙하게 바로 현금을 빼서 나에게 주었고 우리는 계단을 함께 내려와 은행 밖으로 나왔지. 그리고 마주 서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일단 고맙다고 하고 수고비라도 좀 주려고 했으나 그는 사양했다. 하지만 내가 재차 감사를 표할 새도 없이 그는 이런 말을 남기고 은행 뒤편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일하는 변호사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르헨티나에서 누군가가 도와준다고 해도 절대 응하지 마세요. 나처럼 변호사라 하더라도요... 무척 앤티크 가게로  바쁘신가 본데 빨리 가 보세요."


나는 얼떨떨했지만 코크 스크루를 사러 가야 했기에 가게로 향했다. 가면서도 뭔가 홀린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어 내 손에 쥐고 있던 지폐를 세어 보았다. 정확히 뽑은 액수 그대로였다. 그런데도 뭔가 허전하여 갱각해 보고 나서야 신용카드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비밀번호와 함께.


핸드폰에 한국의 은행 전화번호를 입력시켜 놓았기에 막바로 한국의 은행으로 전화를 걸었다.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카드 분실신고를 받아주었다. 신용카드가 없어진 것을 바로 알아챘기에 큰 불상사는 면했지만 더욱 주의를 했어야 했다. 


점찍어 두었던 코크 스크루는 물론 적당한 가격 선에서 구입하였고 이후 제일가는 애장품이 되었다. 



산뗄모 시장에서 구입한 레버형 코크 스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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