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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용 시뭔SiMone Sep 21. 2023

항생제를 처방 못 받아 아팠다고요?

그 이야기

"원장님, 인터넷에 저희 치과에 대해 좋지 않은 평을 쓴 분이 계셔서 찜해 놓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치과위생사가 전해주는 그분 글의 요지는 '그린치과에서 치아를 발치한후 항생제 처방을 해주지 않아서 수술부위가 아팠다.'이었다. 오해가 상당히 큰 상황이라 우선 그 분을 찾아 '항생제와 수술후 통증은 서로 무관함'과 ‘항생제 오남용의 심각성'을 알려드리고 '올린 글을 삭제해 주십사'하라 시켰다.

치과 단순 수술 뒤 복용이 특정 심장병 등을 앓고 있는 환자 외에는 의학적으로 합당하지도 않고 합병증을 예방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https://www.hindawi.com/journals/scientifica/2016/2932697/ )


Superbacteria


인류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해 왔으나 끊임없는 세균의 도전 앞에서 점점 힘을 잃어 간다. 예방 목적으로  널리 사용하면 할수록 박테리아균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도록 변이하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불활성화시키는 다양한 기전을 유전자 변이를 통해 획득하며 견뎌낸다. 허나 이들 입장으로 보면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이다. 세균도 하나의 생명체이므로 자신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인간에 대항하여 싸우는 자연법칙의 일환이다. 별명이 'Silent killer'인 이 내성균은 말 그대로 소리 없이 다가와 우리를 골탕 먹인다. 슈퍼박테리아 항균 내성의 급속한 증가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해 전부터 전 세계 의료진은 초긴장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새 약을 개발하지 않으면 그리 머지않아 항생제 사용 이전 시절로 되돌아간다'고 경고한다. 영국 항생제 내성 대책위원회(Review on Antimicrobial Resistance, AMR) 보고서는 '이런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는 2050년에는 매년 1,000만 명에 이르는 감염병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한다. 2차 세계대전 때 연간 희생자 수와 맞먹는 수치이다.

항생제 내성 획득 기전


더우기 한국의 항생제 처방비율은 58.9%이다. WHO의 권장치인 22.7%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고로 한국인의 내성률 또한 매우 높다. 그 예로 폐렴에 사용되는 페니실린(Penecillin) 내성률은 77%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5~7배 이상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황색 포도상구균 항생제인 메티실린은 67.7%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더구나 내성을 일으키기가 더 쉬운 광역 항생제의 처방률이 협역항생제보다 커서 더욱 문다. 

이런 쪽에서 본다면 한국은 전혀 선진국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남용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복지부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으로 2020년까지 감기 50%, 전체 사용 20% 줄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심평원도 처방률을 낮추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가감지급사업'을 시행하였다. 처방률이 낮은 의원급 의료기관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아쉽게도 효과가 생각만큼 없는 듯하다.

우스갯소리로 '약 먹으면 7일, 먹지 않으면 일주일 후에 낫는다'는 감기를 일본식 의학용어로 급성상기도감염急性上気道感染이라 한다. 감기는 호흡기 중 코와 인후, 후두 부위의 바이러스 감염이므로 대부분 소용 없다. 반면에 하기도인 기관지와 폐부위 감염은 항생제가 필요한 세균성이 많다. 심평원은 급성상기도감염(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만을 평가하므로 일부 의료 기관에서는 환자의 진단명을 급성하기도감염(폐렴·기관지염 등)으로 변경하여 처방하기도 한단다.  '눈 가리고 아옹'이 되어버렸다.


항생제는 감기약이 아닙니다.


나는 눈이 커서 이물질이 자주 속으로 들어오는 편이다. 이런 때는 눈을 비비지 말고 물을 가득 담은 컵에 대고 깜박여 주면 십중팔구 곧 나온다. 일전에는 이렇게 전날 밤 몇 번을 시도한 뒤 자고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뜨고 감기가 어려워 안과에서 티끌을 제거받았다. 처방전을 주길래 살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항생제가 처방되었다. 물론 그 처방전은 약국이 아닌 쓰레기 통으로 들어갔다...



내가 일하는 치과 분야의 사정도 결코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치과에서 발치 후 항생제를 처방한 비율은 무려 96%가 넘는다.

나는 개원 이래 사십여 년간 사랑니 발치를 포함한 수많은 구강 악안면 소수술을 해왔다. 처방 지침을 숙지하고 오남용에 대하여 책임감을 갖고 신중하게 대처하여 왔기에 문제가 될만한 감염은 가운데 손가락까지 꼽지 않아도 될 숫자이다. 항생제 처방을 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거다.


그동안 발행한 나의 항생제 비율은 위에서 밝힌 수치와 비슷하게 96%가 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시라.


내 경우는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은 비율이 96%'가 넘는다는 말이다.

 




항생제 오남용의 해악






p.s.  항생제 처방에 관한 나의 의견.

1. 의사는 항생제 처방에 신중해야 한다: 최신의 처방 지침을 잘 알고 환자 안전에 책임감과 신중함을 가져야 한다.

2. 환자도 항생제 처방에 신중해야 한다: 오남용에 경각심을 가지고 불필요한 처방을 요구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3. 복용 방침을 잘 따라야 한다: 일단 처방받은 환자는 주어진 약을 다 먹어 미생물의 항생제 저항능력을 잘라내야 한다. 남의 혹은 남은 약을 임의로 들면 안 된다.

4. 법으로 의사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 의료사고가 생겼을 때 의사가 항생제를 오용 남용했다고 처벌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처방하지 않아서 법적 다툼이 생길 시는 지침을 지킨 의사를 도와 줘야 한다.

5. 교육 기관인 대학병원이나 3차 의료기관부터 오남용을 지양하는데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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